유연근무제는 개인의 선택에 따라 업무시간과 공간을 조절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개인의 특성에 맞는 업무형태를 찾게 해 생산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주요 선진국에서 유연근무제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주요 수단으로 안착한 반면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최근 은행권에서 유연근무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보수적인 조직문화로 유명한 은행권에서도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신한은행이 있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7월 은행권 최초로 자율 출퇴근제, 스마트 워킹센터 근무, 스마트 재택근무 등으로 구성된 ‘스마트근무제’를 도입했다.

업무의 양보다는 질… ‘시공간의 제약’ 풀어

우선 자율 출퇴근제는 직원의 생활패턴이나 업무 상대방과의 시간 조율을 위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제도로 맞벌이 직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영업점 직원은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30분 단위로 출근시간을 조절할 수 있고 본부 직원은 휴게시간 1시간을 포함해 하루 9시간 근무하면 된다.

▲ 신한은행 직원들이 강남 스마트워킹 센터에서 자유롭게 근무하고 있다. 사진=신한은행

스마트워킹센터 근무는 기존 사무실과 동일한 환경의 사무공간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일할 수 있는 방식이다. 강남과 영등포, 죽전, 본점에 총 4개의 스마트워킹 센터가 마련됐으며 본점과 영업점 직원 중에서 단독으로 업무 수행이 가능한 경우에 사용이 가능하다. 또 스마트워킹센터에서는 복장 제한이 없어 청바지는 물론 반바지를 입고 일할 수도 있다.

재택근무는 사무실이 아닌 집이나 기타의 장소에서 근무할 수 있는 제도로 기획아이디어 도출, 상품 및 디자인 개발 등 은행 전산망을 사용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신한은행의 한 직원은 “출퇴근 시간이 단축돼 피로감이 감소하고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다”며 “강남 스마트워킹센터는 기존 사무실과 다르게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고, 새로운 환경 속에서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 스마트워킹센터에서 회의 중인 신한은행 직원들. 사진=신한은행

간결해지고 시원해진 옷차림, 밝아진 얼굴

얼마 전부터 신한은행 본점에서는 넥타이를 맨 직원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신한은행이 지난 5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노타이 캠페인’의 결과다. 노타이 캠페인은 넥타이로 상징되는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소통과 협업의 기반을 마련하자는 계기로 시작됐다.

신한은행은 영업점에서도 매주 금요일을 ‘타이리스 데이(Tieless Day)’로 지정했으며 고객 반응을 감안해 적용 일자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기존 은행원의 이미지를 탈피해 고객과 교감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 측은 넥타이를 풀면 체감온도가 내려가고 두뇌회전이 향상된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이번 캠페인이 직원들의 건강 증진과 근무 환경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에서 은행권 최초로 실시된 유연근무제가 전 은행권으로 확산된 것처럼, 이번 변화도 전 은행권으로 확대되어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가져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하는 방식에도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스마트근무제와 노타이 캠페인은 위성호 은행장의 신념이 반영된 직원 행복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직원이 행복해야 성과도 나오고 고객의 신뢰도 따라온다는 것이 그의 평소 생각이다.

▲ 위성호 신한은행장. 사진=신한은행

위 은행장은 또 “앞으로 신한의 경쟁자는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이 될 것”이라면서 비금융 업종과의 무한경쟁을 강조한 바 있다. 업종의 경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은행업의 전통적인 틀을 벗어나기 위해 일하는 방식에도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10년 연속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에 선정되며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올해 실시된 2017 제16회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과 대한민국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 평가, 아시아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에 모두 선정됐다.

이러한 배경에는 임직들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조직문화 조성, 일과 삶의 균형 추진, 여성과 직원 가족을 위한 스마트 근무제 운영이 활발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란 것이 신한은행 측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