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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조세회피처"...EU, 과세당국에 '수모' 안긴 이유는

EU "외투기업에 소득-법인세 감면, 투명성 떨어져"..우리측 "인정 안해"

장영성 기자 runforrest@econovill.com

기사승인 2017.12.06  16: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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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시스

유럽연합(EU)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17개 국가를 조세회피처(Tax haven) 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EU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가들은 세제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을 제시했다. 하지만 EU는 각 나라의 정책적 특성을 간과한 채, 조세회피처에 준하는 기피 대상으로 취급하겠다는 기준을 내놓아 블랙리스트 국가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EU는 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28개 회원국 재무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재정경제이사회를 열고 한국을 포함한 17개 국가를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로 지정한다고 결정했다.

EU가 공개한 '블랙리스트'는 공식적인 명칭으로는 EU 조세 정책에 대해 '비협조적인 조세관할권'이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파나마, 튀니지, 아랍에미리트(UAE), 바베이도스, 카보베르데, 그레나다, 마카오, 마셜제도, 팔라우, 세인트루시아, 미국령 사모아, 바레인, 괌, 몽골, 나미비아, 트리니다드토바고 등이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대부분 국가는  경제 규모가 작거나 자치령, 혹은 저개발국인데 중진국에서 한국만 유독 포함됐다.

EU는 우리나라가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것에 대해 “한국의 외국인 투자지역과 경제자유구역 등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에 소득·법인세 등 감면혜택을 주는 것에 대해 투명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기업들에 대한 세제 혜택은 법에 근거해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다”면서 “EU 측에 설명했으나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앞서 EU는 지난해 말 조세회피 블랙리스트 대상 후보 92개국을 선정해 해당 국가에 조세정책 평가를 위한 세부 자료를 제공하라고 요구한 뒤 이를 토대로 대상 국가를 결정했다.

EU의 블랙리스트 선정 기준에 대해 외신도 즉각 비판에 나섰다.

이날 영국 가디언은 “아직 구체적인 제재 방안이 정해지지 않고 그렇게 될 가능성도 높지 않아 그냥 이름 그대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오명을 주는 것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미 조세회피처로 유명한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등은 빠졌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선정해 운영하는 조세회피처 대상 중에서는 '트리니다드 앤 토바고'만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블랙리스트 선정의 공정성을 놓고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EU는 17개국 외에 47개국도 ‘그레이리스트’로 선정했다. 여기에는 케이만군도, 바누아투, 귀른시, 저시, 버뮤다, 아일오브맨 등 6개 지역도 포함돼 있다.

이들 지역은 모두 법인세율이 0%다. 아무런 영업행위 없이 이익창출이 인정되는 곳이다. 그런데도 이들 조세권역이 '그레이리스트'에 있는 이유는 조세의 공평성이나 투명성, 기타 이슈에 대해 2018년까지 개선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이라는 설명이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47개 국가를 '그레이리스트'로 지정했지만, 이들은 세금 정책과 관련해 EU 표준에 부합하지 않지만 차후 정책 조정을 약속한 나라들"이라며 "반면 블랙리스트 국가들은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나라들"이라고 설명했다.

EU가 블랙리스트와 그레이리스트에 포함된 이들 국가에 어떤 제재를 취할 것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동안 EU 회원국들은 저마다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다양한 형태의 규제를 내놓았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분과위원장은 "불행히도 회원국 어느 국가도 구체적인 제재방안에 대해 동의를 하지 않는다"면서 "전체적으로 동의하지 못한다면 개별 회원국들이 일방적으로 제재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보도와 관련, "EU 내부에서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국가들에 대해 강력한 금융제제를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면서 "반면 아일랜드나 몰타, 룩셈부르크 등 저세율국은 제재 수위가 높아지면 다국적기업 유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안일한 정부 대책이 낳은 결과?

학계에서는 우리나라가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것에 대해 “정부가 안일한 경제외교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국내 한 대학교수는 “지난해에 이미 EU에서 해명자료를 요청했는데 1년 동안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면서 “우리나라와 유사한 조세제도를 운용하는 다른 국가들이 많다. 한국만 여기에 포함됐다는 것은 정부가 이번 문제를 소홀하게 대해서다”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지난 1년간 EU와 블랙리스트 명단 지정을 위해 꾸준히 소통했고 그 과정에서 EU의 경고가 있었지만 이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가 수출자유지역에서 외국 기업에 대한 소득세나 법인세를 감면한 것은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OECD와 EU의 세제 감면 기준에서 OECD만 제조업을 포함하고있다. EU에는 제조업을 세제 감면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우리나라 마산에는 자유무역지역이 있다. 이 지역은 2007년부터 생산은 물론 무역, 물류, 유통, 정보처리, 서비스업 등을 운영하는 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제조업을 다루는 외국 기업도 있다.

이 교수는 “EU는 우리나라의 지역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언급할 여력이 있었음에 불구하고 그동안 정부는 이를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는 EU가 여러 국가 중 유독 한국만 블랙리스트를 올렸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과 다른 주요국의 세제 차이점에 대해 “다른 나라도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해 세제를 지원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와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한국과 환경이 비슷한 다른 국가들은 왜 빠졌는지 조사를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국의 외국인 투자지원 세제가 다른 국가에 비해서 어떤 면이 문제가 있다고 평가를 받았는지에 대한 자료도 정부는 전혀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블랙리스트 지정에 따른 구체적인 제재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EU에서도 구체적인 제재 방안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오른 다른 국가의 제재 사례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EU와 블랙리스트 지정 작업을 1년여간 진행해왔다는 점을 미뤄보면 이해가 어려운 대목이다.

EU가 우리나라를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로 지정하면서 그간 쌓아온 국가 브랜드가 훼손되는 손해는 피할 수 없다. 한국이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된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로는 처음이다.

정부 관계자는 향후 대응에 대해 “이번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국장이 한국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지금 EU로 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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