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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답이다] "맛집 편집숍 히트 제조기, 시급 1만원이 식당업 전환점"

'셀렉다이닝' 기획 운영 손창현 오버더디쉬(OTD) 대표

이윤희 기자 stels.lee@econovill.com

기사승인 2017.12.01  14: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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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의도에서 회식하면 마지막에 꼭 가는 데가 있잖아. SK증권 지하에서 떡볶이랑 어묵 같은 거 먹고 집에 가. 그래. 거기 증권사 지하라니까.”

얼마 전에 만난 금융사 임원이 하는 말이 썩 믿기지가 않았다. 완공된지 몇 달 되지도 않은 여의도 오피스 빌딩 지하에서 떡볶이와 어묵을 판다니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난 여의도의 한 회계법인에 다니는 30대 여직원이 귀띔을 해줬다. 점심 시간에도 ‘강남 느낌’의 올데이 브런치와 파스타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여의도에 생겼다고. 그가 가리킨 곳은 공교롭게도 같은 곳이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까다로운 커리어우먼들을 사로잡은 고급 파스타부터 '아재'들의 회식 마지막 코스인 해장(?) 분식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곳은 바로 SK증권 빌딩(K-타워)에 문을 연 셀렉다이닝 공간 ‘디스트릭트Y’였다. 이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손창현 오티디코퍼레이션(OTD) 대표를 만났다.

손 대표는 일종의 맛집 편집숍인 ‘셀렉다이닝(select dining)’이란 말을 처음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미국에는 푸드코트의 진화 버전인 ‘푸드홀’이라고 지칭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선 제가 오버더디쉬를 창업했을 당시 컨셉을 설명했던 말로 셀렉 다이닝을 썼는데 업계 용어가 됐죠.”

지난 2014년 창업 이후 광화문의 디타워, 스타필드 하남, 글래드 라이브 강남, 여의도의 SK증권빌딩 등 손 대는 곳마다 ‘핫 플레이스’로 만들어냈다. 전국의 맛집들을 유치하고 직영 브랜드를 운영하기도 했다. 3년만에 직원 400여명에 매출액은 올해 기준 6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손 대표는 딜로이트안진, AM플러스자산개발, 삼성물산 등 회계법인, 자산운용사. 건설사를 두루 거치면서 부동산 전문가가 됐다. 10여년에 걸쳐 부동산 시장은 임대인 우위 시장이 임차인 우위로 바뀌었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채우는가에 따라서 부동산 자산 가치(property value)가 달라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주거나 오피스 부동산은 컨텐츠보다는 시장 사이클과 입지가 훨씬 중요했습니다. 반면 상업시설은 달랐죠. 거기에 어떤 매장이 있냐에 따라 집객력이 달라졌어요."

오버더디쉬 1호점은 2014년 7월 건대 스타시티였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쇼핑몰에 지역 내 맛집들을 유치했다. 금세 사람들이 줄을 섰다. 강북에 배재정동 매장도 열었다. 대형 오피스 빌딩의 아케이드에도 진출했다.

손 대표는 "대형 오피스 빌딩을 가진 펀드들은 한정식집이나 레스토랑만 입점시키기를 원하지만 그러다보니 공실만 늘었다. 실제로 직장인들이 매일 먹는 건 떡볶이, 김밥, 짬뽕, 설렁탕 같은 것이지 않나? 그런 일상의 음식들이 비싼 건물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에 ‘건물이 원하는 수준의 좋은 공간에 서비스 질도 높여 보자’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서울 시내 대형 오피스들에서 연 매장들은 모두 성공했다. 손 대표는 향후 전국 이마트 트레이더스 매장과 을지로 대신증권 빌딩에 ‘디스트릭트 M’을 부영을지빌딩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까지 '디스트릭트 C'를 각각 연다. 

비슷한 시기 비슷한 컨셉의 '셀렉다이닝 업체'들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고메이494’ ‘식객촌’ ‘킵유어포크’ 등이었다. 대형 유통업체들도 비슷한 사업을 시작했다. 자본력은 없었지만 운영 노하우에는 자신이 있었다. 

가장 어려운 건 맛집 유치를 위한 ‘삼고초려’도 아니고 건물주의 ‘갑질’도 아니다. 손 대표는 “관리·운영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 개점 당시와 같은 수준으로 운영한다는 게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손 대표는 대림그룹이 소유한 더글래드 라이브 호텔의 식음(F&B)시설과 지하 클럽까지 기획과 운영을 도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낮엔 브런치를 위한 고급스러운 식당이었던 곳이 밤이 되면 장안의 멋쟁이들이 모두 모인다는 라운지바로 바뀐다. 

"우리나라 호텔들이 컨셉이 빈약해요. 호텔이 고급스러우면 식음 파트에서 적자가 나고 유흥시설도 넣어야 되지만 또 유흥의 이미지가 강해지면 호텔의 수준이 또 떨어져요. 24시간 즐길 수 있는 공간은 모든 호텔업자의 이루기 힘든 꿈이었죠. 거의 이상적으로 실현된 거 같아요."

수많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해온 그이지만 개점 전에는 입점 위치에 대한 고민을 한다. "소비자 어떤 걸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분석하지만, 사실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는 않습니다. 여의도만 하더라도 아저씨들이 가는 한식 위주 식당만 될 것 같지만 분식이나 파스타도 수요가 있어요. 한 개 맛집을 유치해서 줄서서 먹게 하는 건 쉽지만 사람들이 찾아오는 가치가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게 목적이라 하나의 브랜드에 의존하면 안돼요." 

그는 내년 봄 성수동에서 ‘성수연방’이란 프로젝트 매장을 연다. 생산공장과 매장이 함께 있는 실험적 공간이다. 2~3층 공장에서 제조한 음식들을 1층에서 고객들이 사가기도 하고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다.

"F&B 업계는 매장 개수가 늘어야 수익을 내는데 매장이 늘어 흔해지면 소비자들의 부정적 평가를 받는 이중고가 있습니다. 소상공인들은 PB(Private Brand) 상품을 출시·판매하는 것도 쉽지 않아요. 식품 제조공장을 만드는 것도 부담스럽죠. 현재 가정간편식 업계는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잖아요.”

손 대표는 현재는 F&B 사업을 중심으로 하지만 나아가서는 라이프 스타일 업종까지는 확장해 나가고 싶다고 했다. "동대문 ‘코믹베드’라는 만화카페를 열고 '바디프렌드'와의 협업을 통해 힐링 공간으로 꾸몄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대중의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관심으로 번져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는 현재까지는 한국 식당업이 부가가치가 낮다고 평가한다. 앞으로의 가능성은 있지만 시장 자체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손 대표는 "시급이 1만원이 되는 순간, 초소형 매장 아니면 대형 매장으로 양극화 되고 프랜차이즈 시장도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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