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으로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한·미·일 연합에 반도체 부문 자회사 도시바 메모리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 도시바(東芝)가 6000억엔의 증자를 발표했다. 도시바 메모리의 매각 작업이 내년 3월까지 마무리되지 않아도 2년 연속 채무초과에 따른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도시바는 19일 이사회를 열고 6000억엔(약 5조7000만원) 규모의 증자계획을 발표했다. 채무초과를 막기 위한 자본증강책으로 해외투자가에 신주를 발행하는 제3자 배정 증자를 통해 6000억엔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이번 증자계획이 실현되면 도시바 메모리 매각작업이 지연되더라도 차입금이 자산 총액을 상회하는 채무초과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도시바는 내년 3월로 끝나는 2017 회계연도에 7500억엔의 손실이 예상되면서 2년 연속 자본잠식에 따른 상장폐지의 위험성이 거론됐다.

증자규모는 도시바 시가총액의 5%에 달한다. 기존 주주의 주식가치 희석 우려가 적지 않지만 상장폐지 우려를 불식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가 1조엔 규모로 예상되는 도시바 메모리 매각금까지 쥐게되면 최소 1조1000억 엔의 흑자가 전망된다. 이 경우 자기자본비율이 20%를 넘게 된다.

아울러 세금부담 경감에 따른 순이익도 약 2000억엔가량 기대할 수 있다. 도시바가 미국 원자력 자회사 웨스팅하우스의 파산으로 떠안은 약 6000억엔 규모의 보증채무를 증자로 조달한 자금으로 일괄 상환하면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만 니혼게이자이는 메모리를 제외한 ‘신생 도시바’의 실력에 대한 투자자의 불안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바의 2017년 4~9월 연결 영업이익은 2317억엔으로 기존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이 영업이익의 90%를 매각 예정인 메모리 사업부문에서 벌었기 때문이다.

반면 나머지 사업에서의 수익성은 약하다. 같은 기간 유통부문의 수익성이 늘었지만 향후 도시바의 주된 수익원으로 자리잡아야 할 인프라·에너지·사물인터넷(IoT)의 3개 부문의 수익은 줄어들었다. 신생 도시바는 영업이익 수백억엔 규모의 회사가 될 것으로 보이며, 지금까지와 같은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