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극악했던 출생성비(여아 100명당 남아 수)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990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태어나는 여자아이가 100명이라면 남자아이는 116.5명이었지만 2016년에는 여아 100명당 남아 10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 상태라면 남자가 여자보다 좀더 많이 태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 출생성비도 어디까지나 ‘100대 105’라고 하니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남아선호사상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다. ‘딸·아들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와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70~80년대 표어는 우리나라에서 남아선호사상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방증한다. 70~80년대에는 먹고 살기 힘든데 인구는 늘어나 힘든 시기였다. 피임 도구도 마땅치 않고 인식도 없었던 때였기도 하지만 아들을 낳을 때까지 아이를 낳아 인구가 늘어난 탓도 컸다. 첫째부터 다섯째까지 딸인데 여섯째에 겨우 아들 하나를 낳고 출산을 그만둔(?) 집이 당시엔 흔했다고 한다.

아기의 성별에도 유행이 있는 것일까. 최근 들어 남아선호사상이 무너지고 반대로 여아를 원하는 부부들이 늘어나면서 태어나는 아이들의 성비가 비슷해지고 있다. 그저 남자아이건 여자아이건 성별 상관없이 딱 하나만 낳아 기르는 초저출산 시대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이의 성별을 확실하게 정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그러나 과거 일부 전문가는 적어도 확률 정도는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대표적인 전문가는 미국의 셰틀(Shettles) 박사다. 그는 지난 2006년 출판한 ‘내 아이의 성별을 선택하는 법(How to Choose the Sex of Your Baby)’의 저자다.

셰틀 박사는 정자는 X염색체가 있는 여성 정자와 Y염색체가 있는 남성 정자 두 가지가 있다고 믿는다. 때문에 여아를 낳고 싶다면 여성 정자의 특징에 맞는 성관계를, 남아를 낳고 싶다면 남성 정자에 적합한 성관계를 맺으면 된다.

셰틀 박사에 따르면 여성 정자는 느리지만 오래 살아남을 수 있고 남성 정자는 빠르지만 여성 정자보다 오래 살아남진 못한다. 그러므로 여아를 낳고 싶다면 얕은 곳에서 사정할 수 있는 체위를 선택하고 남아를 낳고 싶다면 깊게 삽입하는 자세를 선택해야 한다. 또 여성이 오르가즘을 느끼지 않았을 때 사정해야 여아를 임신할 확률이 높다. 여성이 오르가즘을 느끼면 질이 알칼리성이 되는데 셰틀 박사의 연구에선 질내 알칼리도가 높을 때 남성정자의 생존율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배란일에 가까워졌을 때 성관계를 가져야 남아를 가질 확률이 높다는 소문도 이에 근거한다. 여성의 질 안은 원래 산성을 띠는 것이 정상인데 배란일이 다가오면 분비액이 알칼리성을 띠기 때문.

▲ 출처=이미지투데이

임상시험으로 증명하지 않았는데도 셰틀 박사의 이론은 유행했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그의 이론을 인용한 출산 관련 서적을 서점에서 찾아보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부 출산전문 산부인과 홈페이지에서도 소개돼 있을 정도니 이 얼마나 강력한 파급력이란 말인가. 

출산을 원하는 여성들이 모이는 곳에선 십년도 넘은 이론의 진위를 묻는 사람이 많다. 주부들이 많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 L카페를 기준으로 실제로 이런 방법을 써봤는데 성공 혹은 실패했다는 후기의 비율을 둘러보니, 성공과 실패의 비율의 거의 반반인 듯 애매모호하다. 

오래된 한국 신화에서는 삼신할머니가 아이를 점지한다. 이는 신이 자식을 갖게 해줬으니 그만큼 태어나는 생명이 소중하다는 말도 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아이를 마음대로 선택할 순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삼신할머니의 일은 조만간 인간이 대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야흐로 암 환자의 몸에서 유전자를 꺼낸 후 재조작해 다시 넣는 방법으로 암 치료를 할 수 있는 시대다. 조만간 아이의 성별을 고르고, 나아가 외모까지 맘대로 할 수 있는 기술로까지 발전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만약 실제로 아이의 성을 택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혼란은 줄어들까. 여전히 유행하는 한 미국 전문가의 이론은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