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프랑스 타이어업체인 미쉐린과 전기차 전용 타이어 개발에 나섰다. 15일 현대차는 미쉐린과의 협업을 통해 2020년 이후부터 사용될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개발한다고 밝혔다. ‘전기차 전용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와 어떤 것이 다를까?

타이어의 차이점을 알기 전에 먼저 전기차와 일반차의 차이점을 살펴보자. 전기자동차는 디젤이나 가솔린 등 내연 기관이 아닌 전기를 사용해 구동하는 자동차다. 충전된 전기 에너지만으로 주행하기 때문에 공해를 일으키지 않는 청정 차량이다.

▲ 현대자동차 전기차 아이오닉 2018. 출처=현대자동차

겉으로 보이는 외관은 두 자동차가 비슷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차이가 있다. 전기차 내부엔 일반 차에 없는 거대한 것이 하나 자리잡고 있다. 바로 전기차 배터리다.

흔히 전기차는 미래지향적이고 날렵한 디자인 때문에 가벼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전기차는 일반차보다 적게는 100kg에서 많게는 400kg이상 무겁다. 테슬라 모델S의 중량은 2018kg으로 동급으로 분류되는 BMW550i(1685kg), 아우디 7 3.0(1695kg), 벤츠 E 550(1880kg)보다 무게가 더 많이 나간다. 경차로 분류되는 쉐보레 스파크의 경우 가솔린 모델은 900kg지만 지금은 단종된 전기차모델은 1240kg으로 300kg 이상 차이가 났다.

▲ 테슬라 모델S와 동급 차량 제원. 출처=각 사

왜 그런걸까? 자동차업계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전기차는 배터리 탑재로 인해 일반 내연기관의 동급 차량에 비해 중량이 더 무겁다”는 설명을 들었다. 전기차 배터리 팩은 무게가 200kg 전후로 꽤 무겁다. 배터리 여러 개를 이어붙여 하나의 패키지 형식으로 모으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그 형태는 제각각이지만 크기가 제법 크다는 특징이 있다. 테슬라의 경우 자동차 바닥면을 꽉 채우도록 디자인됐고, GM의 경우 T자 형태 배터리로 모양을 잡았다. 차량에 따라 트렁크에 넣을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한다. 자동차 바닥만한 배터리, 트렁크를 꽉 채우는 배터리. 휴대폰 배터리를 생각했다면 그 크기에 압도될 것이다.

▲ 쉐보레 전기차 볼트에 탑재된 T자 배터리. 출처=GM
▲ 테슬라 전기차 배터리. 출처=테슬라

전기차 전용 타이어는 이러한 차이에서 탄생했다. 전기차의 무거운 하중을 지지해야하기 때문에 전기차 타이어는 보다 견고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또 전기 모터로 바퀴를 구동시키는 만큼 바퀴 쪽에 실리는 힘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의 경우 타이어가 견뎌야 하는 하중도 커지고, 초기 구동 토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토크의 원리. 출처=위키피디아

토크(kg·m)란 자동차가 차축을 돌리는 힘을 의미하며 토크가 높을수록 최고속도에 도달하는 시간이 짧아진다.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는 엑셀을 밟았을 때 서서히 최대토크에 도달하지만 전기차는 엑셀을 밟는 순간 최대토크에 도달한다. 따라서 전기차 타이어는 큰 힘으로 갑자기 구동되는 만큼 접지력이 좋아야 하고, 내구성 역시 높아야 한다. 

 

미쉐린은 현재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개발, 판매 중에 있다. 전기차 전용으로 최초 개발해 르노 ZOE 모델에 적용중인 ‘미쉐린 에너지 EV’가 대표적이다. 미쉐린은 타이어의 트레드 패턴이 접지력을 높였고 회전저항을 20%까지 감소시켜 총 주행거리를 6%까지 늘릴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 미쉐린 에너지 EV. 출처=미쉐린

또 타이어 회전율을 높여 내부에서 들리는 바퀴 소음을 최대 40%까지 줄였다고 한다. 해당 타이어에 별 다섯 개 평을 준 한 고객은 “연비 효율 뿐만 아니라 눈, 비 상황에서도 그립이 좋았고 소음도 줄여줬으며 드래그도 적어 우수한 주행 성능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국내 타이어 업체들도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일찌감치 내놨다. 금호타이어는 지난 2013년 국내 최초 전기차 전용 타이어인 ‘와트런(WATTRUN)’을 출시했다. 일반 타이어보다 중량은 약 11% 가볍고 회전저항은 약 18% 적다. 한국타이어는 친환경 소재에 연비 향상에 초점을 맞춘 ‘앙프랑 에코(Enfren Eco)’를 내놨다. 넥센타이어는 회전저항을 최소화한 전기차 전용 타이어 ‘엔블루(N'blue) EV’를 출시했다. 각각 르노 SM3 Z.E., 포드 C-Max Energy, 기아차 소울 EV 차종에 공급되고 있다. 

전기차가 자동차산업의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면서 전기차 전용 타이어 개발은 이제 필수조건이 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는 연비도 좋아야 하기 때문에 접지력이 좋으면서도 잘 굴러갈 수 있는 타이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면서 “미쉐린과의 협업으로 타이어의 트레드 패턴, 구조, 고무 재료를 개발해 전기차에 최적화된 전용 사계절 타이어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의, 전기차에 의한, 전기차를 위한 타이어를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