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쇼박스

배우 나나(26), 그 전에 아이돌 그룹 가수 나나에 대해 필자가 갖고 있는 강렬한 기억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아이돌그룹 애프터스쿨의 노래 ‘아하(A-ha)’ 뮤직비디오에서 신나게 북을 치면서 칼군무를 보여주던 모습, 두 번째는 개성이 매우 강한 걸그룹 오렌지캬라멜의 노래 ‘까탈레나’에서 보여준 강렬한 표정이었다. 그랬던 나나가 이제는 어엿한 연기자가 돼 칸의 여왕 배우 전도연과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더니 급기야 스크린까지 진출했다. 드라마와 영화 속 나나의 연기를 보면 가수 나나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이돌 그룹 출신 연기자들에 대한 ‘실력 부족’이라는 편견을 이겨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녀의 연기를 지켜본 많은 중견 영화배우들의 찬사도 끊이지 않는다. 

배우 활동을 하면서 새롭게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영화배우 나나를 1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기를 대하는 그녀의 진지한 태도와 첫 영화 <꾼>의 개봉을 앞둔 솔직한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영화 데뷔작 <꾼>을 시사회에서 처음 본 것으로 아는데, 느낌이 어떠했나요?

엄~청 긴장이 됐어요. 원래 긴장을 잘 하지 않는 성격인데 그 날 만큼은 많이 떨리더라구요. 촬영할 때는 선배들이 잘 챙겨주고, 감독님도 배려를 많이 해 주셔서 그저 즐겁게 영화를 찍은 기억밖에는 없었어요. 막상 그걸 영화 작품으로 마주할 때가 되니 많이 긴장됐는지 손에서 땀이 막 나더라고요. 영화를 보고 나서도 얼떨떨했어요. 영화관에서 제 얼굴이 나오는 것 자체가 어떤 의미에서 굉장한 감동이었습니다. 

아이돌 가수 생활을 오래했는데 처음 연기 하실 때 힘들지는 않았나요? 

습관이 참 무서운 것 같아요. 아이돌 그룹들은 방송 카메라를 찾고 강렬하게 쳐다보는 것을 항상 연습하거든요. 그런데 방송 촬영은 상대를 쳐다봐야 하잖아요. 또 눈빛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조절해야 하구요. 그 습관을 고치는데 한동안 애를 먹었어요. 저도 모르게 카메라만 뚫어져라 쳐다보더라고요. 다행히도 중국에서 드라마를 찍을 때 훌륭한 연기 지도 선생님을 만나서 지금은 완전히 고쳤어요. 

▲ 영화 <꾼>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꾼> 시나리오를 처음 전달 받으셨을 때, 조금 놀랬다고 들었는데. 

드라마 <굿 와이프>를 촬영하고 있을 때 같이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유지태 선배님이 영화 <꾼>에 출연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선배께서 시나리오가 그렇게 재미있다고 하시기에 저도 ‘한 번 출연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속으로 했죠. 그런데 여느 때처럼 드라마를 촬영한  어느 날 저한테도 <꾼> 시나리오와 출연 제의가 온 거에요. 깜짝 놀랐죠. 나중에 들어보니 감독님께서 <굿 와이프>의 제 연기를 보시고 영화 속 팜므파탈 조연 ‘춘자’의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셨다고 하더라고요.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 자리에서 시나리오를 꼼꼼히 읽고 캐릭터를 나름대로 분석했죠. 유지태 선배 말씀대로 시나리오가 재미있더라구요. 그래서 무조건 출연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꾼>의 ‘춘자’ 역할을 위해서 준비를 많이 한 것으로 아는데요.

‘춘자’는 빼어난 미모로 남성들을 유혹해 사기를 치는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결코 단순한 캐릭터는 아니에요. 사기를 칠 때는 아주 진지하게 일하죠.  일이 아닌 평소의 모습은 허당기가 가득하면서도 귀여운 엉뚱함이 있죠. 한 명의 인물이지만 극중 상황에 따라 목소리 톤, 눈빛이 완전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어요. 그러면서도 뭔가 여성 관객분들이 보시기에도 거부감이 없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트레이닝을 했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 중에 유일한 여자 배우였는데, 쟁쟁한 선배 연기자들과의 호흡, 부담스럽지는 않았나요?

부담감이 매우 컸죠. 저를 제외하고는 모두 연기에서 많은 분들에게서 이미 인정을 받은 분들 이시니까요. 그래서 촬영장에서 한껏 주눅이 들어있는 저를 보시고는 모든 선배들이 긴장을 풀어주시려고 애를 많이 쓰셨어요. 현빈 선배는 말씀은 많이 없었지만 은근히 촬영장에서 세심하게 챙겨주는 자상함으로, 유지태 선배는 마치 막내 여동생을 보살피는 큰 오빠처럼, 배성우 선배는 장난을 치시면서 저를 웃겨 주기도 했고요. 안세하 선배는 늘 웃으면서 저를 격려해 줬죠. 박성웅 선배는  아마도 그간 출연한 작품들  때문인지 첫 인상은 좀 무섭기도 했는데요. 촬영을 하면서 친해지고 나니 너무 잘해주셔서 이렇게 자상한 분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나이도 어리고, 영화 촬영이 처음이라 어려워하는 점을 보고 선배들이 긴장을 풀어 주려고 그랬던 것 같아요. 덕분에 촬영은 아주아주 재미있었어요. 

배우 전도연 씨가 연기 지도를 해 주셨다고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고민이 많아졌어요. 그렇게 혼자 고민만 하다 보니 자신감도 점점 떨어지더라구요. 그래서 같이 <굿와이프>에 출연하고 있는 전도연 선배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어요. 그랬더니 선배께서 따로 시간을 내서 같이 대본 리딩도 해 주셨어요. 선배는  항상 저를 지적하는 것보다는 “내 생각에 이 대사는 이런 느낌으로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네 생각은 어떠니?”라고 의견을 물었어요. 그래서 저는 제 색깔에 맞는 자연스러운 연기 포인트를 찾아갔어요. 그 때부터 제 목소리 톤을 녹음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 영화 <꾼> 스틸컷. 출처= 네이버 영화

세상에, 전도연 씨에게 1대1 연기 과외라니요. 

전설과 같은 선배가 저에게 시간을 내준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었어요.   

이런 트레이닝이 영화 연기에 도움이 되었나요? 

물론이죠. 매 장면을 찍을 때마다 선배가 조언해 주신 게 떠올랐고요. 그대로 했더니 생각보다 촬영이 잘 진행되더라고요.  

<꾼>에서 나나 씨가 보여준 연기는 스스로 마음에 드셨나요? 

아쉬웠어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제가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연기들도 눈에 보였구요. 다른 분들은 모르는. 제가 긴장하고 촬영한 부분도 눈에 보였구요.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많았어요. 그런데도 선배들이나 감독님이 제 연기를 많이 칭찬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잘 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극 속에서 튀지 않고 잘 어우러졌다는 말만으로도 위로가 됐습니다. 아마도 제 연기에 대한 기대치가 낮기 때문이 아닐까요(웃음). 저는 칭찬 받는다고 해서 교만할 생각도 없고요, 그렇다고 너무 주눅 들어 있지도 않을 겁니다. 계속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연기 분야가 있으시다면요?   

가장 해보고 싶은 건 여주인공으로 한껏 망가져서 웃음을 선사하는 로맨틱 코미디구요. 음...사실 다 해보고 싶어요(웃음). 영화 <악녀>를 보면 김옥빈 선배처럼 액션 연기도 해보고 싶구요. 아주 독한 악역도 해보고 싶어요. 

▲ 사진제공= 쇼박스

가수를 하다가 영화배우로 전향하는 분들은 본명을 많이 쓰는 편인데요. 나나씨는 영화에서도 본명(임진아) 대신 가명을 그대로 쓰는 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이름에 대해서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요. 굳이 바꿔서 써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기도 했구요. 8년의 아이돌 그룹 생활 동안 ‘나나’라는 이름은 아주  좋은 경험을 하게 해 줬어요. 그래서 애착이 가는 이름이고요. 또 해외 팬 여러분들이 나나라는 이름을 잘 기억해주시더라고요. 이름은 그대로 쓰지만 영화에 출연할 때는 가수 나나의 이미지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연기하려고 해요. 

영화 제작보고회부터 시사회, 프로모션 홍보, 인터뷰까지 영화의 모든 일정을 직접 소화하고 계신데요. 모든 게 처음일 텐데 느낌이 어떤가요?

모든 순간이 신기하고 즐거워요. 그래서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심지어 영화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것부터, 많은 매체 기자님들하고 인터뷰를 하는 이 시간도요.   

끝으로. 나나 씨는 관객 여러분들에게 어떤 연기자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관객 여러분들이 나나라는 배우를 떠올리면 어떤 고정된 이미지나 정해진 캐릭터가 없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이제 막 영화 첫 작품을 시작한 저에게 아무래도 이런 말은 자칫 부담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지만요. 앞으로 꼭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 할 겁니다. 

<꾼> 흥행 대박 나시고요, 이후에 나나 씨를 다른 작품으로 또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