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기업이 무조건 옳지는 않아요. 사람마다 개별 속성이 있고 그에 따라 자기 삶을 선택하죠. 생업으로 사는 방식 중 하나로 스타트업이나 1인 기업에 무조건 도전하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죠. 무엇보다 일반 기업들이 1인 기업을 보는 시각이 달갑지 않거든요.”

▲ 김준현 알페오웍스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디자인 스튜디오 알페오웍스(Arpheo Works)를 운영하는 김준현 대표. 그는 이 업계에 등장할 때부터 화려했다. 2011년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인 ‘레드닷콘셉트어워드(Red Dot Concept Award)’와 ‘아이디어어워드(IDEA Award)’, ‘iF콘셉트어워드(iF Concept Award)’를 모두 석권했다. 디자인은 제품성과 현실성을 모두 갖춘 아이템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김 대표는 금형 설계학과에 입학하여 진로를 고민하던 중 디자인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전공을 바꾼 이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디자인에 대한 감각을 익히기 위해 붓을 들었고, 다양한 경험을 위해 발이 닿는 곳까지 뛰었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은 열의와 고집, 실수를 반복해 디자인 감각으로 개척했다. 결국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를 석권했고, 졸업식에서 공로상까지 받았다.

김 대표는 “직접 손으로 제품을 만드는 금형을 먼저 배우고 제품 디자인을 나중에 익혔다”면서 “언론사로 치면 기자를 하다가 디자이너가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사회에 나온 김준현 대표는 여러 기회가 찾아왔다. 대기업 관계자가 찾아와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기도 했고, 서울디자인재단에서는 창업 지원금을 지원해주겠다며 연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닻을 내린 곳은 모두가 선망하는 대기업이 아닌 1인 기업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알페오웍스를 세웠다.

김 대표는 알페오웍스를 1인 기업에서 출발하여 8년 경력의 일반 기업으로 전환한 상태다. 알페오웍스를 중소 규모 이상의 회사로 키우기 위해서다. 현재는 5명의 팀원과 함께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제품 디자인부터 기존의 공모전 컨설팅을 비롯해 3D 프린팅, 영상 디자인 등 다양한 부분에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시작은 녹록지 않았다.

▲ 김준현 알페오웍스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1인 기업은 아직 미숙하다?

김 대표는 처음 창업했을 때 주변에 1인 기업을 적극적으로 권했다. 하지만 8년 정도 겪어본 지금은 다소 냉정해졌다. 국내 시장에서 1인 기업을 보는 시각이 좋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 알페오웍스를 운영할 때도 이러한 문제로 벽에 부딪혔다. 김 대표는 “1인 기업은 사회적으로는 환영받지만, 기업 입장에선 수주를 맡기기에 아직은 미숙한 이미지가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1인 기업은 업무를 홀로 수행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간다”면서 “하나부터 열까지의 프로세스를 모두 꿰뚫고 있어야 한다. 체력적인 부분이나 세무적인 점이 특히 문제”라고 1인 기업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1인 기업은 세부적인 부분까지 전부 꿰고 있으니, 일반 기업보다 비용과 실용성 측면에서 유리해 많은 회사가 찾기도 한다”면서 “의사 결정이 빠르고 경제적인 부분에서 자유로운 측면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만약 제품 디자인 스튜디오를 세운다면 기술력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김 대표는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주를 받기 위해선 기술력이 관건”이라면서 “한 기업에서 제품이 탄생하기 전까지 디자인, 제조, 홍보, 광고는 하나의 프로세스로 이어져 있다. 기술력이 있는 1인 기업이라면 이 프로세스에 강할 수밖에 없다. 이에 수주 영업에서 우선권을 취할 수 있다. 기술력이야말로 1인 디자인 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1인 기업을 시작하려는 디자이너에게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김 대표는 “좋은 시기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회사 운영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개인의 브랜드 가치가 사회적으로 입증되었을 때가 가장 적정 시기”라고 조언했다.

김 대표의 말에 따르면 여러 경력 디자이너들은 무리해서 퇴사하고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들은 상품 구상과 생산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그러나 기업 수익을 위한 영업, 저작권법에 대한 법적 이해도 등 실질적인 회사 수익과 직결되는 부분에서 이해도가 부족하다. 이에 현실적인 회사 운영 사이클을 먼저 익힌 후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디자이너로서 개인 가치의 높낮이에 따라 회사의 성장 속도가 결정된다.

▲ 김준현 알페오웍스 대표.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김 대표는 1인 기업을 창업한다면 정부 지원제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여러 창업 제도들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면서 “조언을 구하기 위해 찾아온 1인 기업가 대부분은 중소기업청에서 지원하는 1인 창조기업 지원 제도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청과 창업진흥원이 조사한 ‘1인 창조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신이 1인 창조기업에 해당되는지를 알고 있는 업체는 39.3%, 1인 창조기업에 대한 지원사업 존재를 알고 있는 업체는 36.1%에 불과했다.

인터뷰 말미에 김 대표는 1인 기업에 도전하겠다는 이들은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한다고 첨언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개척하기 위한 적절한 포맷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에게는 1인 기업이 가장 알맞은 포맷이었다.

그는 “적절한 포맷을 찾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져야 여러 길이 보인다”면서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을 위해 자신만의 방향을 선택하면 된다. 길과 방향을 찾고 전진한다면 가슴 뛰는 삶을 살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실패와 거절을 많이 겪어야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성경의 욥기 8장 7절에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다’라는 말이 있다. 8년 전 1인 기업으로 시작했던 김 대표는 수차례 실패와 역경을 거쳐 오늘의 알페오웍스를 만들었다. 지금의 그는 마치 스물셋의 스티브 잡스를 보는 것 같았다. 인터뷰 도중 연신 울려대는 휴대폰 진동소리는 마치 잡스가 만든 컴퓨터를 구매하겠다는 사람들의 전화벨 소리를 연상케 했다. 앞으로 김 대표가 이 업계에서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