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출처: 필립모리스

정부가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90% 과세안 통과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담뱃세 인상 이슈로 인해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시기를 저울질했던 KT&G가 늦어도 내달께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궐련형 전자담배를 내놓은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와 BAT의 ‘글로’에 이어 KT&G까지 가세한 ‘삼파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궐련형 전자담배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 한갑(6g)당 126원을 일반 담배(20개비 기준, 594원)의 90% 에 해당하는 529원으로 인상하는데 합의했다. 개정안이 오는 11월 9일 본회의를 통과하면, 이르면 12월 중순부터 세금 인상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계보건기구(WHO)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건강 위해도가 일반 담배보다 낮다는 근거가 없어 같은 세율을 적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이렇게 과세해도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궐련담배에 사용되는 담뱃잎을 원재료로 사용하지만 전자담배 형태를 갖추고 있어 한갑 당 126원의 개소세가 부과됐다. 그러나 전자 담배의 건강 위해도 등이 불투명하고 세수 결손 논란이 일어오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이번 국감을 통해 이와 같은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필립모리스·BAT에 KT&G 가세...판매처 확장 기싸움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가장 먼저 발을 들여놓은 업체는 필립모리스다. 지난 6월 ‘아이코스’를 처음 선보였는데, 이달 초 개최된 소비자 콘퍼런스에서 아이코스의 한국 서울 시장 점유율이 5% 이상이라고 발표하는 등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뒤이어 8월에 BAT 코리아가 ‘글로’를 내놓으며 맞불을 놨다.

일단 두 회사는 자사의 판매처 외에 편의점 공급망을 통해 빠르게 시장 선점에 나섰는데, 첫 출시부터 기싸움 역시 치열했다.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 출시 이후 두 달간 편의점 CU에서 독점 판매했다. 이후 지난 9월부터 서울 전역의 미니스톱과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으로 판매처를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BAT코리아는 ‘글로’ 출시 당시 GS25에게만 독점 판매하도록 권한을 줬다. ‘글로’ 기기는 서울 홍대와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글로 전용 담배 스틱인 ‘던힐 네오스틱’은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처럼 두 회사는 각각 업계 1,2위를 다투는 편의점과 판매 독점 계약을 맺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한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여기에 내달이면 KT&G가 ‘릴’을 선보이면서 삼파전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 현재 ‘아이코스’가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국내 1위 담배 사업자인 KT&G가 시장에 들어오면 관련 시장이 급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KT&G는 기존에 구축한 전국 단위의 유통망과 압도적인 영업사원 수로 전국적에 신제품을 공급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필립모리스와 BAT 역시 얼마나 빨리 영업망을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글로 측은 판매처를 이달 내에 CU, 세븐일레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으로, 올해 안에 서울 외 지역 판매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업계 시장 점유율 약 60%를 차지하는 KT&G의 시장 진출에 선발주자 업체들의 긴장감이 더욱 높아진 모습이다.  

문제는 가격인상...소비자 불만 목소리 벌써부터

20일 기재위원들은 개별소비세법 개정안 결정 과정에서 서민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 가격 인상을 우려했다.

이날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에 ‘정부는 세금 부과가 담배 가격에 영향이 가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는 부대 의견을 넣자고 제안했다. 일부 의원들 역시 동의했지만,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이것은 시장개입”이라고 지적하면서 무산됐다.

사실 궐련형 전자담배 가격은 업체가 자율 결정할 수 있는 사안으로, 담배업계에서는 세금 인상이 확정되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 기재위 결정에 대해 한국필립모리스 측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스틱 소비자가는 5000원 안팎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BAT코리아 역시 “세금 인상에 따라 가격 인상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담뱃값 인상이 예상됨에 따라 벌써부터 소비자들의 불만의 목소리 역시 거세다.

직장인 함영남(35세) 씨는 “담배가격을 올리는 것은 흡연자 수를 줄이기 위함이라는 게 정부 방침인데, 사람들이 금연으로 가기 위한 중간과정으로 전자담배를 피우는데 정부가 갑자기 세금을 올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만약 기존보다 몇백원이라도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세금으로 돈만 더 뜯기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직장인 김진수(40세) 씨는 “궐련형 전자담배 장사가 잘되는 것 같으니 그제 서야 세금을 더 걷으려고 정부가 나서는 모양새”라며 “애초부터 일반 담배와 동일한 세금을 부여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을 전자담배가 인기가 높으니 급하게 세금을 재조정해 문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