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공정증서로 채권을 회수하려던 사채업자 정 모씨와 채권추심 계약을 맺은 K 신용정보회사는 20일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 정씨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K 신용정보회사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사단법인 신용정보협회`는 이날  <이코노믹 리뷰>의 '[사람 죽이는 공정증서] 4백만원 빌려주고 "8천만원 갚아라" 사채업자의 강요' 기사를 근거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시 불법대부업피해상담센터를 찾았다. 협회 관계자는 상담센터 상담사가 확보한 정씨의 민원 사례를 확인한 후 협회에 보고했다.

이에 신용정보협회측은 "공정증서 채권을 수임하는 것이 신용정보 관련 규정상 위법은 아니다"면서도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내부적 논의를 거쳐 추심계약을 맺은 해당 신용정보회사에 대해 권고할 것인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씨와 채권추심계약을 맺은 K신용정보회사는 협회의 결정이 있기에 앞서 보도를 접하고 자체적으로 정씨와의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K신용정보회사측은 "해당 공정증서 채권에 대한 수임 과정과 채권추심이 위법하지는 않았으나 채권의 발생 경위를 고려했을 때 민원이 예상돼 계약을 해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공정증서에 근거한 채권추심이 법률상 허용되는 상황에서 신용정보회사가 공정증서의 작성 원인을 일일이 묻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분쟁의 소지가 큰 채권추심은 적절하지 않아 최종적으로 계약을 해제하고 다른 지점에 대해서도 유사한 사례에 대해 수임시 주의할 것을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사채업자 공증 거부해야'원칙만 ...통계자료는 없어

공정증서가 악용 되는사례와 관련, 법무부는 '집행증서 작성사무 지침'에 의해 "대부업자나 사채업자가 채무자를 대리해 공증의 촉탁이 있을 때 공증인이 이를 거절해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밝혔다.

공증인 변호사가 대부업자임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경우 징계가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에 법무부 법무과는 "동일 채권자가 금전거래 계약에 관한 공정증서 작성을 집단적, 반복적으로 촉탁하는 경우 공증인은 채권자가 대부업자나 사채업자임을 알았다고 간주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의 이같은 설명은 사채업자 등이 공증사무실을 바꿔가며 공정증서를 만들 경우 징계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말과 같은 것이어서 법상 허점이 명백하다. 또 사채업자가 채무자의 급박한 상황을 이용해 채무자를 대리하지 않고 채무자가 스스로 약속어음을 작성하후 공증을 받을 경우 공증인을 징계할 수는 없게 된다.

법무부는 "공증인이 공증과정에서 대부업자나 사채업자가 채무자를 대리해서 공증을 하는 경우 채무자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아 징계한 사례가 있다"면서도 "실제 빌려준 돈보다 부풀려 작성한 공정증서로 무분별하게 강제집행한 사례에 대해 통계자료는 없다"고 인정했다.

법무부가 이런 문제에 대한 실태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채업자는 급전이 필요한 채무자의 사정을 이용해 실제로 빌린돈 보다 수십배의 채무를 공정증서로 만들어 강제집행을 한다.

전문가들은 불공정한 공정증서의 폐단을 막기위해 실제 금전거래에 부합하는 공증서류를 작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당사자간 작성한 공정증서에 대해 그 원인까지 공증인이 확인해야 한다면 입법적인 해결이 있어야 한다"고 책임을 국회에 미뤘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법원에서는 공증한 서류가 실제 돈거래 사실에 부합하는지를 확인한 후 이에따른 강제집행여부를 결정해 억울한 피해자를 예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