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가 12일 열린 가운데, 통신 3사 CEO(최고경영자) 중 한 명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약간 다른 의미로 국감스타가 됐습니다. 그가 국감장에 들어서자 날이 잔뜩 선 의원들도 박 사장의 증인출석 자체를 칭찬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박 사장은 기자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단말기 완전자급제 등 민감한 문제를 두고 나름 소신있는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의원들은 왜 국감 초기 박 사장에 '박수'까지 쳤을까요.

국감에 나타난 박 사장에 대한 존중과 예우도 있었겠지만 사실 그 박수는 다른 통신사 CEO들이 참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일종의 반작용이기도 합니다.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 유플러스 부회장에 대한 은근한 압박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에는 당연히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은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포함됩니다.

억울한 네이버? 질타받아야 마땅한 네이버?
현재 네이버는 데뷰 2017 행사를 통해 네이버랩스 주도의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력을 마음껏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두는 인공지능과 로봇 등을 바탕으로 하는 생활환경지능의 확장입니다.

자율주행 실내지도 제작 로봇 M1 공개에 이어, 올해 업그레이드된 M1은 물론 실내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어라운드(AROUND), 전동카트인 에어카트(AIRCART), 세계 최초 4륜 밸런싱 전동 스케이트보드 퍼스널 라스트마일 모빌리티(Personal last-mile mobility)를 비롯해 코리아텍과의 산학협력으로 개발한 로봇팔 앰비덱스(AMBIDEX)를 연이어 공개하며 네이버 초연결 월드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데뷰의 여운과는 별개로 지금 네이버의 처지는 그리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이해진 창업주의 총수 지정, 네이버의 준대기업 집단 지정 등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가운데 이 창업주는 지분을 팔며 무언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지요. 그 중심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모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창업주가 스티브 잡스 만큼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혹평했고, 다음 창업주인 이세웅 씨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판을 키우는 일도 벌어졌지요.

▲ 이해진 창업주 출처=네이버

뒤이어 국감이 열리자 네이버는 또 표적이 됐습니다. 한성숙 대표가 참석하기는 했으나 이 창업주는 유럽출장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확인 결과 이 창업주는 당시 프랑스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네이버=이해진' 공식이 자연스럽게 완성되며 이 둘을 싸잡아 비판하는 정치권의 분노도 커지고 있습니다. 왜 ICT 기업들이 '이사회 의장-대표'의 이원체제로 흘러가는지 알겠더군요.

19일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도 네이버는 화제였습니다. 네이버의 시장 지배자적 위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대기업 집단 지정 시 네이버가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는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이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네이버의 시장지배자적 지위 남용의 소지가 있다"며 "특히 광고시장 범위를 면밀하게 살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제기한 네이버의 대기업 집단 자료 허위제출 의혹에 대해서는 "종합적으로 감안해 살피겠다"고 답했습니다.

시장 지배자적 위치 남용은 네이버를 둘러싼 오래된 논란입니다. 다만 네이버가 허위자료를 제출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은 심각한 위협으로 보입니다. 자산규모 5조원이 넘으면 대기업으로 지정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자산규모를 축소해 보고했다는 말인데, 사실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나아가 시장 지배자적 위치 남용과 비슷한 이야기지만 네이버가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으며, 타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탈취하고 있다는 지적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가격비교 사이트인 마이마진, 애누리닷컴 등의 비즈니스 모델을 네이버가 훔쳤다는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적입니다.

문제 하나하나 모두 미묘하다
네이버를 둘러싼 문제는 모두 복잡하면서, 또 특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미묘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보는 관점에 따라 사안이 180도 달라진다'로 요약할 수 있어요.

준 대기업 집단과 이 창업주의 총수 지정부터 보겠습니다. 당연히 조건이 맞으면 공정위라는 정부 조직이 정한 가이드 라인에 네이버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지난해 라인 상장 당시 이 창업주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라인은 아시아 기업이지만 일본법을 따르기 때문에 일본기업일 수 있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네이버는 한국 기업이고 한국 정부의 영향을 받아야 하거든요. 총수없는 대기업은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지적입니다. 심지어 임원도 별로 없기 때문에 이 창업주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몰라요.

다만 반대편에서 살펴보면, 네이버와 같은 ICT 기업을 키워 글로벌 시장의 중요한 플레이어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굳이 오너 대기업의 틀로 네이버를 재단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시장 지배자적 위치 남용도 마찬가지입니다. 네이버가 강력한 플랫폼 존재감을 발휘하며 골목상권을 죽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 사업자들은 망 중립성을 강화하고 플랫폼 중립성을 약화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는 '통신사는 기본 인프라만 제공하면서 연명하고 과실은 검색 서비스 플랫폼인 우리만 가져갈게'로 보여집니다. 그 과정에서 스타트업은 네이버의 노예가 되는 겁니다.

그러나 이 역시 반대편에서 보면 다른 그림이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지만, 플랫폼 사업자의 궁극적인 사업목표는 당연히 독점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합리적인 상생의 틀이 짜여져야 하지만 너무 가혹한 제재는 당연히 역효과만 발휘합니다. 게다가 네이버는 프로젝트 꽃 등 나름의 상생 프로그램도 가능하고 있어요. 생태계를 키워 네이버 스스로의 강점도 키우겠다는 포석이지만, 네이버가 무자비한 골목상권 포식자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결국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결론이 나옵니다. 이 문제 하나하나에 정신을 빼앗겨 흥분하는 순간 완전히 잘못된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네이버는 약탈자이자 이제 완연한 오너 기업의 느낌도 물씬 풍기지만, 그래도 노력하는 모습도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궁금합니다. 지금 이 순간 쏟아지는 비판과 지적에 네이버는 억울할까요? 답은 앞으로의 네이버가 보여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