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서울 전역 5000원 퀵서비스 제공’이라는 파격 조건으로 화제를 모은 스타트업이 있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이 초반에 관심을 끌기 위해 펼치는 마케팅 정도로 여기며 “과연 수익이 나겠는가”라는 식으로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5000원 퀵서비스’라는 자신들이 내건 슬로건을 그대로 유지했고 지난해 6월 창립 이후부터 지속적 성장세를 보였다. 이러한 성장과 비전으로 창립 1년 만에 다수의 투자회사로부터 19억원의 투자금을 받는가 하면 국내 대형 물류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이제는 국내 물류업계가 주목하는 업체로 성장했다. 단일가 퀵서비스 업체 ‘원더스(WONDERS)’ 이야기다.

대기업의 마케팅 총괄이라는 요직을 내려놓고 창업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치열한 업계인 ‘물류판’에 뛰어들어 눈부신 성과를 낸 장본인. 김창수 원더스 대표이사를 만나 그의 도전, 경영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기업 디자인팀에서 일하며 느낀 것

김창수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리고 전공을 살려 국내 대기업 전자회사의 디자인 마케팅 기획자로 일했고 원더스를 창업하기 직전까지 통신기업 S사의 브랜드 팀장으로 일했다. 당시 S사에서 김 대표가 담당했던 업무는 업체의 마케팅과 관련한 모든 디자인 기획이었다. 전국 지역 오프라인 매장으로 배포되는 광고 포스터, 디자인 콘셉트, 광고 카피를 기획하고 제작했다. 이 시기 김 대표가 디자인을 기획하고 이를 임원들에게 보고하면서 느낀 것들은 이후 원더스의 마케팅 원칙에 그대로 적용된다.

김 대표는 “당시 속했던 팀의 모든 디자인 아이디어는 담당 임원을 통해 경영진에 보고됐는데 이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디자인 콘셉트가 소비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지를 경영진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점”이라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가능하면 짧고 간결하면서 이해하기 쉬운 것이 좋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 원칙은 이후 원더스의 마케팅에도 적용돼 ‘단일가 퀵서비스 제공 업체’라는 단 한 문장으로 회사의 정체성을 설명하면서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정확하게 인지시켰다”고 말했다.

 

퀵서비스를 선택한 이유

▲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김 대표에게는 회사를 벗어나 자신만의 사업을 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다. 그래서 회사에서 근무하는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창업 아이디어를 물색하고 시장을 분석했다. 그러던 중 하루는 본사에서 전국 통신 대리점으로 신형 스마트폰을 보내기 위해 김 대표는 택배와 퀵서비스를 이용했는데 택배와 달리 퀵서비스는 제품들이 지점으로 잘 도착했는지, 언제쯤 도착할 수 있는지 등 배송 정보를 파악할 수 없다는 불편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 대표는 여기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는다.

김 대표는 “퀵서비스가 일반 택배에 비해 빠르다는 장점이 있는 건 알겠는데 그 외에는 일반 택배 회사보다 뭐가 더 나은 점이 있는지, 만약 있다면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있는지를 면밀하게 조사했다”면서 “기존 업체들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퀵서비스를 선보인다면 분명히 시장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라고 말했다. 이후 김 대표는 국내 굴지의 통신기업 S사를 나와 퀵서비스 업체의 창업을 준비한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회사를 나온 김 대표는 창업 이전에 현업과 업계가 돌아가는 구조를 파악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를 시도한다. 퀵서비스를 신청해 금액을 지불하고 물건을 배송하는 대신 배송 직원들과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업이 어떤 구조로 돌아가는지를 파악했다.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김 대표는 퀵서비스 업체의 배송 직원으로 근무해보는가 하면 수도권 인근 대형 물류센터에서 ‘까대기(우리말 ‘가대기’를 변형해 물류업계에서 쓰는 은어, 창고나 부두에서 인부들이 무거운 짐을 나르는 일)’를 하면서 업계를 파악하기도 했다.

당시를 회상하며 김 대표는 “현업에서 직접 일해보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체력적으로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지만 그에 합당하는 처우나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퀵서비스 배송 직원들의 업무환경을 보면서, 내가 창업하는 회사는 현업에서 일하는 배송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2016년 6월, 사람들을 ‘놀라게’ 하겠다는 슬로건을 내건 퀵서비스 업체 ‘원더스(WONDERS)’가 창립된다.

▲ 출처= 원더스

5000원 퀵서비스가 가능한 이유

김 대표는 연구를 통해 기존의 퀵서비스는 한 명의 고객에게서 배송 직원이 물건을 전달받고, 바로 배송지로 배달하는 시스템을 따른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래서 김 대표는 원더스의 퀵서비스에 택배에서 사용하는 허브 앤 스포크(Hub&Spoke) 방식을 적용한다.

허브 앤 스포크는 일종의 ‘묶음 배송’으로 기사들이 물건을 픽업해 각 지역구마다 배치된 거점에 갖다 놓으면 이 물건들을 중앙 물류 센터로 옮겨 이 지점에서 다시 한 번 물건을 목적지와 가까운 지역 거점으로 분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거점과 중앙 물류 센터를 왕복하는 기사들과 거점에서 목적지로 물건을 운송하는 배송 기사들의 업무를 분담하면 기사 한 명당 일일 최대 100건까지 배송이 가능하면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가끔 주변 분들에게 5000원 받아서 남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면서 “시뮬레이션 운영으로 계산해보니 하루 1000건 정도를 배송하면 당일 발생 비용의 손익분기점(BEP)을 넘기고 수익이 발생한다는 결과가 나왔고 실제로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단일가 퀵서비스’라는 원더스의 제안은 업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영업 1년 동안 동훈인베스트먼트, 케이큐브 등 투자회사에서 19억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받았다. 지난 8월에는 추가 투자가 이뤄져 창립 이후부터 지난 8월까지 원더스는 총 36억원을 투자받았다. 아울러 지난 5월에는 물류 기업 한진택배와 ‘당일배송’ 서비스 제휴를 맺는 등의 성과를 올린다. 처리 물동량도 늘었다. 2017년 1월 한 달간 약 1만건을 기록한 물동량은 지난 8월 한 달에만 10만건을 돌파하며 수직 상승했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원더스 그리고 김창수 대표의 2가지 목표

김 대표는 원더스 창립 전 물류센터에서 까대기를 하고, 퀵서비스 일을 해본 때를 항상 기억하며 “원더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직원들이 즐거운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늘 강조한다. 이를 위해 원더스는 회사 운영과 직원들의 복지 수준 개선에 배송 기사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등 업계 최고의 대접을 약속한다. 그는 “업무적으로는 현재 원더스의 배송 체계를 기술적으로 더 가다듬어서 가장 효율적인 배송 방법을 제안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그 다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