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의 포도 농부가 서리로부터 포도를 살리기 위해 포도원 곳곳에 난로를 설치하고 있다.   출처= CNN 캡처

여기 좀 안 좋은 소식이 있다. 세계가 와인 부족에 직면할 것 같다는 것이다.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 모두 합쳐 전 세계 와인의 절반을 생산하는 이 세 나라가 기상 이변으로 포도 농사가 큰 피해를 입어 지난 수 십년 내 최악의 작황이 예상되고 있다.

유럽 최악의 작황은 남반구의 흉작과 미국 캘리포니아의 사상 최대산불과 맞물려, 전문가들로 하여금 내년도 와인 부족과 가격 상승을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네덜란드의 다국적 금융 그룹 라보뱅크(Rabobank)의 스테판 라네클라이븐 글로벌 음료 전략가는 "2018년에 와인 공급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특히 중저가 제품군에서 소비 감소가 가장 두드러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에 따르면 올해의 유럽지역 수확은 1982년 이래 최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올해 145억 리터의 와인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2016년에 비해 14% 감소한 것이다.

세계 최대 생산국인 이탈리아는 21% 감소해 40억 리터를 약간 상회 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페인과 프랑스의 생산량도 약 15 %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세 나라 중 어느 한 나라가 작황이 않 좋아 생산량이 감소하는 경우는 그리 드문 일이 아니지만, 세 나라가 동시에 작황이 최악인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고 라네클라이븐 전략가는 말했다.

유럽 포도원은 금년 봄부터 무거운 우박과 혹독한 서리로 큰 피해를 입었다. 지난 4월, 프랑스 부르고뉴의 포도 농부들은 작물을 보호하기 위해 거대한 팬과 히터를 설치해야 했다.

봄을 어렵게 이겨 낸 포도원은 나중에 엄청난 여름 가뭄으로 또 피해를 입었다. 가뭄은 특히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혔는데, 이 지역의 올해 생산량은 지난해에 비해 3분의 1로 떨어졌다. 비정상적으로 더운 날씨로 인해 많은 포도가 일찍 익어버렸고, 평년보다 크기도 훨씬 잘았다.

시장조사 및 컨설팅 회사인 와인 인텔리전스(Wine Intelligence)의 공동 설립자인 리차드 홀스테드는 "많은 포도원들이 금년에는 조기 수확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당연히 수확량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에게도 이미 그 파급이 미치고 있다. 금년 들어 이미 와인 가격이 10%가량 올랐기 때문이다.

라네클라이븐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벌크 와인 가격의 상승이 특히 두드러진다.”며 “이러한 가격 상승은 이미 생산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한 지난 5월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 산불의 진짜 위험은 앞으로 수 년 동안 포도 나무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와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장기적일 될 것이다.     출처= Wildfire Today

캘리포니아에서의 대형 산불은 세계 4위 생산자인 미국도 유럽의 생산량 부족을 메꿀 여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캘리포니아 소노마(Sonoma)와 나파(Napa)에서는 90% 정도 수확이 완료된 상태지만, 나머지 지역의 포도는 연기로 인해 유실되었거나 오염돼 상품 가치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미국 와인산업협회인 와인아메리카(WineAmerica)의 마이클 카이저 부사장은 "이번 산불의 진짜 위험은 앞으로 수 년 동안 포도 나무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와인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장기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세계의 와인 생산자들은 대개 매년 소비되는 와인보다 더 많은 와인을 만든다. 일부는 다음 해 시장으로 이월되기도 하고, 나머지는 증류되거나 다른 제품에 사용된다.

국제와인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Vine and Wine)에 따르면, 2016년 초과 생산량은 약 20억 리터 정도다.

와인 인텔리전스의 홀스테드는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이 모두 생산량이 떨어지면 저장된 초과 생산량을 모두 풀어야 하고, 어쩌면 그것으로도 부족할 지 모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