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 세계 종자 전쟁에서 국산 기술로 승부하겠다는 ‘골든 시드 프로젝트(GSP)’를 가동한지 6년이 지났으나 투자대비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2011년부터 금값 이상의 가치를 지닌 우수 종자를 개발에 나서  2021년까지 국제 종자 강국으로 부양하겠다는 목표로 GSP를 시작했다.

농업 당국은 GSP가 우수한 국가 연구 개발 사업 중 하나라며 홍보하고 있지만, 농업계 일부에서는 유전자 변형작물을 연구하는 사업이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신품종 사업화가 더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GSP에는 해양수산부 관련 현안도 포함돼 있어 우수 어류 종자 개발, 수출용 김 종자 개발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지난 6년 간 293억 원을 투자해 수익은 2억 원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 국가별 종자 시장 규모(출처=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은 매년 농축수산업 R&D의 빈구멍이 발견되는 이유가 평가 방식의 오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국가 연구개발 지원 트렌드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종자 전쟁 주도권 위한 GSP, GM(유전자변형작물) 연계 의혹

GSP는 종자 산업을 생명공학 분야와 접목해 2021년까지 10대 종자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로 출범한 정책 사업이다. 이 사업에는 농식품부, 해수부, 농진청, 산림청이 주관기관으로 참여하고 세부 과제별로 각 지자체 농업기술원이나 기업, 대학 등이 참여한다. GSP의 사업 분야는 식량종자·채소종자·원예종자·수산종자·종축(축산)으로 구성돼 있다. 농식품부와 해수부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약 97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각 분야에서 종자 주권을 지키고 우수 종자를 해외로 확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실제로 종자 값은 거의 금값에 육박하기도 한다. 한국거래소 기준 가격으로 최근 1년간 순금 1그램(g)은 4만 7000원에서 4만 8000원 사이에 거래돼 왔다. 몇몇 파프리카 종자는 그램 당 13만원 가량에 거래되고, 토마토 종자도 그램당 10만원에 거래되는 경우가 있다. 정부가 종자 산업에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간 몬산토, 신젠타 등 해외 기업이 수출한 종자에 극도로 의존해 온 국내 농업 분야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정부의 포부도 겹쳐져, GSP는 ‘사실상 애국 사업’으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GSP가 개발한 종자들이 사실상 GM(유전자 변형작물) 상품이라는 의혹이 나오고, 농업계 운동가들 사이에서 거센 비판이 일기도 했다. “수출화를 명분으로 GM 종자 연구를 하면서 몬산토, 바이엘 등 해외 GM 작물을 쉽게 들여 오기 위한 계기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은 지난 9월 GM 작물 사업단을 해체하며 GSP와 GM이 연계된 사업 아니냐는 오해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나 국회와 농업 운동가들은 “농진청이 지난 7년간 연구ㆍ실험을 하며 GM 작물이 외부로 유출된 사례가 126건이나 된다”며 GSP의 안전성을 계속 의심하고 있다.

▲ 골든시드프로젝트 지원액과 사업화 실적(출처=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농촌진흥청, ‘사업 실적 없다’ 비판받아

GSP 사업 중에서 종축(종돈, 종계)과 식량종자(옥수수, 감자, 벼) 개발을 담당하는 농촌진흥청은 연구 결과의 상용화 실적도 미비해 비판을 받았다. 농진청은 식량분야 사업을 위해 5년간 182억 원을 투입했고 종축 분야의 경우 149억 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그러나 벼, 감자 등 식량 분야 수출 실적이 전무하고 종축 분야도 수출 성과가 없었다. 최근 5년간 GSP 수출 실적인 345억 원에 비교해 봤을 때 농진청의 실적은 1129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16일 실시된 국회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는 “사실상 실패한 골든 시드 프로젝트를 재점검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당장 올해에는 옥수수의 경우 10만 달러가 수출 목표다. 2019년에는 벼가 100만 달러, 감자가 200만 달러의 수출 목표를 올려야 하지만 그동안 식량 종자 수출 실적이 전무했다는 점으로 봤을 때 ‘실현 불가능한 목표’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해수부가 추진해 온 우수 어류 종자 수출 실적도 미미하다. 최근 5년 간 343억이 투입됐지만 김 종자 수출과 어류 종자 수출은 다 합쳐서 16만 달러(2억 원)에 그쳤다. 해수부는 2021년까지 75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지만 “앞으로 5년간은 실적이 얼마나 개선될지 모르겠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공존하고 있다.  

▲ 골든시드 프로젝트 일환으로 개발된 농진청 고령지농업연구소 내 식물공장(촬영=천영준 기자)

농업 당국, ‘GSP 성과 이상없다’ 주장

농업 당국은 GSP가 국산 종자 시장을 개척하는 데 큰 영향력이 없다는 비난에 반발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하 농기평)은 지난 12일 발표를 통해 “GSP의 1단계 사업(2012~2016년) 중 핵심 연구실적들이 2012년 국가 연구개발사업 100선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병충해에 강한 토마토 품종, 파프리카 품종, 양배추 품종 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됐고 시장화도 됐다”는 것이 농기평의 발표 골자다. 또 농기평은 “GSP 사업에 참여한 농우바이오는 고기능성 대추 토마토 품종 ‘TY시스펜’을 개발해 33억원의 국내 매출을 올렸고 수출 규모도 242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GSP 참여 연구팀인 경남농업기술원의 경우 “거의 수입으로 이뤄지던 미니 파프리카를 국산화했고, 이마트를 통해서 유통 채널을 개척하는 데도 성공했다”는 게 농기평의 해명이다.

국회와 농업계가 “실적이 전무하다”며 질타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데이터를 들고 나온 셈이다.

농축수산업 분야 R&D 사업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이충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기술 개발과 사업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R&BD(Research and Business Development) 프로그램이 강조되면서 연구도, 상용화도 제대로 못하게 됐다는 비판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연구개발 지원사업 풍토의 근본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 위원은 “연구과제를 일일이 재정적 효율성을 따져서만 진행할 수는 없기 때문에, 순수 기술개발 과제와 상용화 과제를 엄정하게 구분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또 이 위원은 "작은 규모의 연구 중심으로 소액 다건 형태로 지원 예산을 조성하고 단계가 지나가면서 지원액을 늘려 나가는 형태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술경영 전공자인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원하지 않아도 시장에서 충분히 사업화가 되고 있는 영역은 굳이 공공 차원에서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고 꼬집었다.

곽 교수는 “시장 차원에서 사업화가 이미 진행된 프로젝트를 정부 사업용으로 또 이용하거나 성과를 중복해서 사용하는 행태가 학계나 연구계 안에서 빈번했다”고 비판하며 “농축수산업을 비롯해 생명 산업들의 R&D 사업지원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개별 연구기관이 때때로 주장하는 R&D 성과와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조사한 성과가 다른 이유는 평가 방식의 혼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경영평가나 국정감사 때마다 정부 지원 사업과 별 관계 없는 기업의 성과도 끌어 모아 결과물로 홍보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평가 지표의 착시 현상을 줄이기 위한 철저한 기준 마련이 전제돼야 GSP같은 방만한 사업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