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유발하는 유력한 두 가지 가설에서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이 잇따라 실패하자 제약사들도 타우로 목표를 바꾸는 모습이다. 타우를 표적으로 한 국내외 제약사의 치매치료제가 잇따라 임상에 진입하고 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미국 제약사 아이오니스 파마슈티컬스(Ionis Pharmaceuticals)는 지난 13일(현지시각) 자사의 알츠하이머성 치매치료제 ‘IONIS-MAPTRx’가 임상 1/2a상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발표 직후 아이오니스의 주가는 2.37% 상승했다. 아이오니스는 이번 임상 시험 돌입으로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Biogen)으로부터 마일스톤(단계별 지급료) 1000만달러(약 112억7800만원)를 받게 됐다.

IONIS-MAPTRx는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뇌 내 단백질 타우(TAU)의 생산을 선택적으로 줄이는 약물이다. 아이오니스의 임상 1/2상 연구는 44명의 경증 알츠하이머치매 환자들을 대상으로 3개월간 한다. IONIS-MAPTRx를 1달에 1회 척수강 내 주사를 통해 뇌척수액으로 직접 투여하는 방식이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가장 흔한 치매 유형이다. 전 세계 치매 환자의 약 70%가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치매 환자 수는 2012년 27만8727명에서 2016년 42만4239명으로 52% 증가했다.

현재 시중에 발매된 치매 치료제는 치매 완화제로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치료제가 아니다. 이에 전 세계 제약사들은 치매 완치제를 목표로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완치 약물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질병의 발병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기전에 대한 가설로 베타아밀로이드 가설과 타우단백질 가설이 있다.

뇌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어떤 이유로 서로 뭉치면서 플라그(Plague)를 형성해 뇌기능을 저하시킨다는 것이 '베타아밀로이드 가설'이고 타우 단백질이 잘못 접히는 등 문제를 일으켜 뇌 세포 내에서 신경섬유다발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알츠하이머 치매가 발병한다는 가설이 '타우 가설'이다.

그간 다국적제약사들이 임상 시험을 한 치매치료제들은 베타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했다. 그러나 모든 제약사가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베타아밀로이드 표적 치매치료제인 미국 일라이릴리(Eli Lilly)의 솔라네주맙과 미국 MSD 베루베세스타트는 각각 지난해 말, 올해 초에 임상 3상에서 실패했다.

이에 타우 단백질을 억제하거나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를 동시에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제약사가 늘고 있다. 줄기세포 기업 메디포스트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매치료제 ‘뉴로스템’을 개발 중이다. 뉴로스템은 지난 2013년부터 임상 1/2a상에 있다. 올해는 1/2a의 1단계 임상을 마치고 2단계 임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 치매치료제 임상 돌입 소식 직후 아이오니스의 주가가 상승했다.출처=구글

프랭크 베넷 아이오니스 연구부문 수석부사장은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앞서 최대 20년 전부터 뇌 내에서 축적되는 베타아밀로이드와 달리 타우는 뇌에서 위축이 발생하고 신경인지적 결함이 시작된 뇌의 부분에서 일시적으로 연관된다”면서  “IONIS-MAPTRx는 뇌의 모든 부분에서 다양한 형태의 타우 생산을 감소시킨다”고 말했다.

언제부터 축적됐는지 알기 힘든 베타아밀로이드보다 뇌에 일시적으로 영향을 주는 타우가 치매 발병을 알려주는 표적으로서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린파샬 아이오니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IONIS-MAPTRx는 바이오젠과의 전략적 제휴에 따른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라며 “이번 임상은 알츠하이머 치매를 넘어 이마관자엽 치매 환자들에 대한 연구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마관자엽 치매는 뇌의 전두엽과 측두엽에 문제가 생기는 치매로 전체 치매에서 5∼10%를 차지하고 있으며 알츠하이머 치매보다 환자군의 나이가 젊다. 약 75%의 이마관자엽 치매 환자가 45∼65세이다. 이마관자엽 치매는 빠르게 인간관게에 문제가 생기는 특징이 있다. 감정적으로 무뎌지고 질병에 대한 인지도 거의 없고 기본적인 생활에서 절제가 되지 않는 등 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초기부터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