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문재인 정부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발의했다. 주요 골자는 의무 휴업과 출점 제한 등의 규제에 복합쇼핑몰과 아웃렛이 적용되는 방안이다. 해당 개정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더불어 발전하는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으로, 내년부터 복합쇼핑몰에 대형마트 수준의 영업제한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복합쇼핑몰과 아웃렛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주요 유통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거세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자사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점 오픈 간담회에서 스웨덴 가구전문점 이케아를 저격해 “규제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이케아는 물론 일본과 합작 회사인 다이소 등 ‘카테고리 킬러’라고 불리는 전문점이 규제 대상에서 빠지면서 역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점 영업규제, 중기부가 나선다

▲ 출처: 이케아

이번 국감에서도 관련 이슈가 부각되면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이케아 등 전문점에 대한 규제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대규모 전문점에 대한 영업규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중기부 측은 “가구·전자제품·식자재 등 대규모 전문점이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해 규제 필요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부의 결론에 따라 이케아와 다이소 등도 규제 적용을 받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찬열 국민의당 의원은 “이케아는 가구뿐 아니라 생활용품·푸드코트·식품매장까지 갖춘 사실상의 복합쇼핑몰”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가구전문점으로 분류돼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등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게 이 의원의 지적이다.

이케아는 경기도 광명에 1호점을 오픈해 운영중이고, 오는 19일 고양점에 2호점을 연다. 또 2020년까지 총 6개의 매장을 국내에 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러나 규제 적용 대상이 된다면 회사의 미래 계획이 어떻게 변경될지 알 수 없다. 이케아 측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기 때문에 답변이 어렵다는 반응이다.

안드레 슈미트갈 이케아코리아 대표는 지난 12일 이케아 고양점 오픈 간담회에서 “이케아는 홈퍼니싱 전문매장으로 복합적인 상품을 파는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과는 다르다”면서 “의무 휴무제는 복합쇼핑몰과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이소 포함되면 H&B까지? 업계 혼란 가중

▲ 출처: 다이소

생활용품 전문점인 다이소 역시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규제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내 문구업계의 90% 이상이 다이소의 영역확장으로 생존권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더욱 주목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은 한국 문구공업협동조합 등 국내 문구 관련 단체 3곳을 통해 전국 459개 문구점을 대상으로 진행한 ‘다이소 영업점 확장과 문구업 운영실태 현황’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주요 내용은 다이소 영향으로 매출이 하락했다고 답한 문구점은 92.8%에 달했고, 절반에 가까운 46.6%의 업체는 매장을 계속 운영할지 고민이다.

이 의원은 “유통 공룡으로 급성장한 다이소의 공격적인 매장 확대로 영세상인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규제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제안했다.

‘카테고리 킬러’라고 불리는 전문점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다시 규제 대상에 포함될지 유통업계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헬스 앤 뷰티(H&B) 전문점인 CJ ‘올리브영’, 신세계 ‘부츠’, 롯데 ‘롭스’는 물론 가전 전문점 ‘롯데하이마트’까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논란에 대해 소비자의 구매 패턴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정부의 뒷북 처방이라는 지적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복합쇼핑몰은 주말에 가족단위 소비자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했고, 소비자들은 마트보다는 가까운 편의점을 주로 이용하고 가구나 생활용퓸, 뷰티 등을 전문으로 파는 공간에서 물건을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계속해서 늘어남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영세 상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오프라인 매장을 규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