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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 부회장이 남긴 의미심장한 말...그의 후임자는?

사실상 총수대행 "혁신의 계기가 되기를"

최진홍 기자 rgdsz@econovill.com

기사승인 2017.10.13  13:4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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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되고 이재용 부회장의 2심 공판이 한창인 13일 전격 용퇴의사를 밝혔다. 이건희 회장 와병, 이재용 부회장 수감 후 그룹 미래전략실까지 공중분해된 상태에서 사실상 총수대행으로 삼성을 이끌어온 거목이 한 시대의 끝을 알린 셈.

그는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부품부문 사업책임자에서 자진 사퇴함과 동시에 삼성전자 이사회 이사, 의장직도 임기가 끝나는 2018년 3월까지 수행하고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 또 겸직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도 사임할 예정이다.

   
▲ 권오현 부회장. 출처=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의 의미심장한 마지막 말
권 부회장의 용퇴는 겉으로는 후진양성에 방점이 찍혀있다. 그는 "사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해 온 것이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할 때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저의 사퇴가 이런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한 차원 더 높은 도전과 혁신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는 말로 새로운 세대에 바톤을 넘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대목은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이라는 말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2분기에 이어 잠정실적이기는 하지만 3분기 영업이익 14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심에 반도체가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반도체에서만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된 후 삼성전자 영업이익 신기록 경신이 이뤄지자 '이 부회장이 없으면 사업을 더 잘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오너 중심의 대기업 지배구조는 최순실 게이트 당시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제왕적 총수체제는 곧 정경유착의 고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오너 중심의 대기업 지배구조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긍정적인 유발효과도 발생시킨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반도체다. 현재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되는 반도체는 고작 몇 년의 투자로 결실을 본 것이 아니다. 소위 말하는 월급사장이 엄두도 내지 못할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자해 장기적 관점에서 준비해야 한다.

   
▲ 평택 반도체 공장. 출처=삼성전자

실제로 삼성전자 반도체 굴기는 이병철 창업주가 일본산업의 재편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간파하는 한편, 1974년 파산 상태에 몰린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시작됐다. 이후 이건희 회장이 실리콘밸리를 돌며 로버트 노이스와 고든 무어가 인텔을 막 설립하고 래리 앨리슨이 직원 두 명과 함께 단돈 1200달러로 전자 IT 산업의 밑그림을 그리던 시절, 주요 반도체 인력을 데려와 승부를 보며 전기를 맞았다.

1983년 2월 이병철 창업주가 글로벌 D램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소위 ‘동경선언’을 했을 무렵 많은 사람들이 말렸지만, 이병철 창업주는 그대로 자기 뜻을 관철시켰다. 이후 1983년 12월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을 개발하고 1992년에는 64메가 D램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해냈다. 그리고 현재 삼성전자는 글로벌 D램 시장 1위, 낸드플래시 시장 1위에 올랐으며 인텔마저 눌렀다. 현재 이어지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굴기는 30여년전 있었던 이병철 창업주에서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러한 전제로 권 부회장의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이라는 말을 조명하면 약간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이는 현재의 비상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오너 일가며, 오너 일가(이재용 부회장)의 부재가 삼성전자의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이번 권 부회장의 용퇴가 삼성전자의 부정에도  이 부회장 2심 공판과 관련이 있다는 말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다.

   
▲ 이재용 부회장 1심 공판 후. 출처=뉴시스

권 부회장은 누구? 앞으로의 삼성은?

권 부회장은 반도체 전문가다. 1952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전기공학 석사,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공과대학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국전자통신연구소에 근무하다 미국의 삼성반도체연구소에 입사하며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삼성전자 시스템 LSI사업부 사장과 반도체 사업부 사장을 거쳐 2012년부터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아 왔으며 2016년부터는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도 겸해 왔다. 이재용 부회장 부재 시 사실상 총수대행을 맡아왔다.

최근까지 그는 대외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미 경제인 사절단에 포함되어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 공장 건설을 공식화했고 유럽에서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유럽 대표행사 ‘플레이북 조찬’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보호 무역주의를 질타하기도 했다.

중소형 OLED 패널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미래 디스플레이 경쟁에 나서기도 했으며 7월 초 가동을 시작한 반도체 공장 증설을 위해 2021년까지 총 14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도 시스템 반도체 사업부 강화를 위해 사업부 분사를 결정하는 등 동분서주했다.

지난 8월25일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될 당시만해도 삼성은 권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용퇴로 권 부회장 시대는 막을 내릴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그의 용퇴배경에 최근 '컴백'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있다는 말도 나오지만, 현 상황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앞으로의 삼성전자는 어떻게 될까. 이재용 부회장에 이어 총수대행으로 활동한 권 부회장도 물러나며 심각한 리더십 부재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 부회장이 용퇴의사를 밝히며 후진에 뒤를 맡긴다는 의사를 표명한 만큼 세대교체가 빠르게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그 과정에서 지도부 공백현상은 막을 수 없다는 평가다.

당장 11월 조기인사 단행 가능성이 솔솔 나오고 있다. 김기남 반도체 총괄 사장이 DS부문장으로 올라서며 권 부회장을 이어 반도체 콘트롤 타워를 맡을 수 있다.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과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 김기남 사장의 삼각편대로 당장의 공백을 막겠지만 추후 이들도 조기인사 후 일정정도 거취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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