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권미루의 한복으로 문화읽기] 한복, 문화적 가치를 입다

권미루 한복여행가 대표 expert@econovill.com

기사승인 2017.10.13  07:36:37

공유
   

작금의 다양한 이야기들은 한복산업, 전통문화가 더욱 확장하기 위한 진통 중인 것과 다름없다. 그 누구도 현재의 ‘짝퉁한복’이나 ‘중국산 한복’이 대여한복의 대세를 이룰 줄 몰랐지만 지금의 현상은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질적인 발전보다 양적인 발전을 추구해왔던 이전까지의 정부 기조가 저렴하고 값싼 한복 시장을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서 드러나는 많은 문제점을 살펴보자.

1. 전통문화, 특히 한복은 지금을 사는 ‘문화’라고 할 수 있는가.

보통 해외에 자랑할 만한 전통문화로 한복을 소개하지만 막상 한국인들은 거의 입지 않거나, 부정적인 편견을 지니고 있다.

2. 현재 한복은 의복으로 보아야 하는가, 전통의 유산으로 보아야 하는가.

아직까지 전통의 유산으로 보는 사람들은 한복을 의복이나 패션으로 보는 시각에 매우 부정적이다.

2_1. 한복을 의복-패션으로 보는 관점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디자인과 형태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관리가 편해야 한다. 그래야 한복을 대중적으로 더 많이 입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기능성에 초점을 맞추어 제작된(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관리가 편한 옷감으로 만든) 한복(생활)들이 많다. 여성 생활한복의 경우, 한복을 입지 않았던 사람도 관심을 가질 정도로 예쁜 디자인이 많지만, 남성 생활한복의 경우 전통의 이미지와 생활한복의 특성(간소화, 생략)의 간극을 넘어서지 못해 한계에 부딪히는 중이다.

3. 어느 선까지 저렴해져야 하는가?

패션용품이나 액세서리를 구입할 때, 기능보다는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구입하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한복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손바느질과 깨기 바느질 등, 품이 많이 드는 한복 제작 과정은 생각하지 않은 채, 결혼할 때 하루, 한순간만 입으면 되는 옷인데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웨딩드레스는 단 30분을 입기 위해 몇 십, 몇 백만원을 투자하지만, 한번 구입하면 평생 입을 수 있는 40~50만원짜리 한복은 이제 굳이 구입할 필요가 없는, 사진 촬영을 위해서나 입는 현실이다. 이쯤 되면 단지 ‘가격’의 문제는 아니다.

4. 그렇다면 전통문화를 인식하는 우리의 가치인식에 대한 부분이다.

우리는 한복을 잘 모른다. 그러나 알려고 노력은 하는가? 오래된 것, 케케묵은 것으로 이해하는 데 그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사람들이 한복을 보는 관점에 대해서 살펴보자.

첫 번째, 불편하다, 거추장스럽다는 관점.

한복은 TPO에 따라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옷이다. 흔히 한복을 예복용 옷이라는 한 가지 용도로만 생각하지만, 과거에는 다양한 장소와 장면과 상황에서 한복을 입었다. 전혀 땅을 밟을 필요가 없는 계급의 사람들에서부터 매일 땅을 밟으며 살아야 하는 천민계급까지. 그런 점을 생각해보면 당연히 다양한 형태와 디자인과 스타일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시 많이 입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옷이다. 필자는 국내에서 많이 입고 있고, 한복에 이미 익숙한 상태였기 때문에 한복만 입고 여행을 할 수 있었다. 그만큼 몸에 익숙해진 것이다. 입으면 입을수록 옷이 가진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한복을 입은 필자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통해 배운 것이 크다.

두 번째, 전통옷이라는 개념.

많은 사람들이 한복은 불편하다고 말한다. 어느 댓글에는 ‘기모노는 움직이기 편한데 한복은 통이 넓어 움직이기 힘들다’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반대이다. 기모노는 직선으로 하체를 감싸기 때문에 걷기가 어렵다. 그러다 한복은 치마 통이 넓어 보폭을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어 이동하는 데는 오히려 매우 편리하다.

그러나 역시 전통옷이라는 관점에서, 번거롭고 입기 힘든 옷이라는 데에는 동감한다. 티셔츠와 바지만 입으면 되는 현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외국의 다른 나라들은 왜 자기들의 전통옷을 고수하는가? 그 옷들이 한복보다 특별히 편리하거나 입기 쉬운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들은 ‘불편한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문화적 ‘가치’를 입는다.

필자는 모든 사람이 한복을 입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한복의 가치를 아는 사람만 한복을 입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형태야 어떻든, 한복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지고 입어지는 모든 요소들이 의미 있다. 물론 같은 한복이라도 급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런 다양성은 당연히 필요하다. 모든 사람이 고급 취향을 가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한복의 전통적 가치와 발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역시 충분한 공감이 필요하다. 이것은 한복이고, 이것은 한복이 아니라는 논의 이전에 시대적으로 다양하게 변화해온 한복을 이해해야 한다. 그 어떤 시대에서도 단 한 가지 형태 의복만 입었던 적은 없다. 수백년이 흐른 다음에, 2017년에 살던 사람이 스키니 바지만 입었다고 할 셈인가.

대다수의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확실히 한복은 생활한복이든, 기성한복이든, 어떤 형식으로든 변화, 발전하고 있다. ‘이것’만이 우리 것이다, ‘저것’은 우리 것이 아니라고 구분에 구분을 짓는 순간 문화는, 전통은 발전 동력을 잃는다. 정체성을 찾는 과정은 뺄셈이 아니라 덧셈이어야 한다.

권미루 한복여행가 대표 의 기사더보기

<저작권자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SPONSORED

헤드라인

중요기사

default_side_ad1

최근 전문가칼럼

default_side_ad2
ad36

피플+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ad57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