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유행하는 ‘농촌 관광’이 한국에도 상륙해 활성화 가능성이 주목된다. 일부 지역들은 자연 환경을 체험하고 숙박도 가능한 생태 관광 시설들이 들어서 농촌 관광의 기회를 엿보게 한다. 그러나 관광객들이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시설의 부재, 관(官)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의 사업 가능성 등은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다.

▲ 일본 니가타 시에 위치한 다카기 농장의 농가레스토랑 '라 트라토리아 레스토루토'(출처=다카기 농장 홈페이지)

일본, ‘농가 레스토랑’으로 발전시킨 농촌 관광

일본의 니가타 현 니가타 시에 위치한 ‘라 라토리아 에스토루토’(약어 에스토루토)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농가 레스토랑으로 다카기 농장이라는 토마토 농장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다. 공교롭게도 에스토루토는 ‘농업진흥지역’에 지어진 건물이다. 원래 일본 농지법대로라면 농업진흥지역에는 창고나 관정 등 농업 관련 시설밖에 지을 수 없다. 그러나 2014년 일본 정부는 니가타 현을 ‘혁신적 농업 실천 특구’로 지정하고 이 지역의 농지에 농가 레스토랑이나 관광 시설 등을 지을 수 있게 허가했다.

▲ '라 트라토리아 에스토루토' 전경(출처=다카키농장 홈페이지)

에스토루토가 자랑하는 상품은 인근 농장에서 재배한 토마토와 잎채소로 만든 샐러드. 가격대도 320엔으로 저렴하다. 에스토루토는 일본에서는 한 해 45만 명이 다녀가는 명소가 됐다. 에스토루토는 농가 레스토랑에 잘 어울리는 목조 건축으로도 유명하다. 전통 일본 목재 장인이 지은 건축물이다. 관광객들은 농장 풍경을 감상하면서 샌드위치, 샐러드 등을 맛볼 수 있다.

에스토루토 이외에도 니가타산 쌀과 야채를 특화한 토네리코, 육우를 스테이크로 응용한 라 비스테카 같은 음식점들이 시내의 대표적인 농가 레스토랑들이다.

니가타 시 농업 담당자는 “농지를 포함한 규제 완화가 전국 지자체에 확산되면 다양한 유형의 고용 창출과 경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에서 농촌 관광 살리는 법

한국의 경우에도 농림축산식품부가 체험형 농업을 강조하고 있고, 전북 완주의 비비정 마을, 담양 담빛 예술창고 등 농촌 관광을 활성화시킨 사례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농촌에 가면 볼 게 없다’고 했지만 지금은 자연 환경과 함께 농촌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체험형 농업을 빠른 시간 안에 도약시키는 방법 중 하나로 이미 활성화된 생태 관광과 연계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순천만, 제주 올레와 같이 생물이 잘 보전되어 있고 주변 경관도 수려한 곳과 통합 관광 코스로 농촌 관광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순천만은 국제 박람회 이후 계속 순천만 국가정원이 운영되고 있고, 세계적인 습지와 갈대밭이 보존되어 있다. 순천만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연간 1700억 원 규모다. 제주 올레도 연간 내방객이 720만을 넘는다. 서귀포를 비롯한 지역 시장들의 연매출이 30% 이상 증가하는 데 제주 올레가 큰 영향을 미쳤다.

▲ 제주올레 코스(출처=카카오 블로그)

김윤형 한국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자연환경만으로는 2~3일씩 관광객을 머무르게 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매개를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지역의 역사문화자원과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국 농촌에는 통일신라 시절 고운(孤雲) 최치원이 강조했던 ‘풍류’(風流)와 ‘멋’의 개념이 숨어 있다”며 “관광 자원으로 덜 개발된 서원(書院)이나 고택 등을 활용해 예절 교육, 역사 체험 등의 코스와 농촌 경관을 연이어 즐길 수 있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이미 ‘생태관광’ 가시화, 농식품부 ‘파밍로드’ 투어도 주목할 만 해

환경부는 매년 전국 20개 지역을 생태 관광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고 1억원씩 지원한다. 친환경 숙박 공간인 ‘에코촌’도 환경부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연간 40억원~70억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되며 제주, 순천, 고창 등에 숙박시설들이 자리잡았거나 이미 영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시설의 경우 ‘도시민들이 너무 많이 유입되면 자연 환경의 보존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국가 주도로 지어진 관광 시설들이 계속해서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한 매력있는 콘텐츠 개발이 숙제로 남아 있다.

▲ 농림축산식품부가 기획한 '파밍 로드'(출처=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시민참여형 농촌 콘텐츠 개발 프로그램을 내놓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22회 농업인의 날을 맞아 다음달 4일부터 10일까지 6박 7일 간 농촌으로 여행을 떠나는 ‘파밍 로드’(Farming Road) 투어를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농업, 농촌에 관심을 갖고 있는 청년들이 실제로 평창, 경주, 장수, 음성, 세종의 농촌 지역을 돌면서 관련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한편, ▲예술농촌 ▲낭만농촌 ▲리얼농촌 ▲자연농촌 ▲스마트 농촌을 모티브로 체험형 관광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농촌 원정대원’으로 선발된 청년들이 각 지역의 농업을 체험하면서 6차산업, 스마트팜 등 최근 농촌의 현대화 이슈들을 직접 체험하고 강의도 듣는다.

배후지역 개발과 민간 사업주체 확보도 중요

푸드테크 전문가인 최훈민 테이블매니저 대표는 “국내 농촌 관광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농촌에서 온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콘텐츠 구성이 쉽지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관광 목적으로 여행을 할 경우 볼거리, 먹거리 등의 코스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지역 소비 활성화로 이어져야 한다”면서 “농촌 관광은 장시간 현지에 머무를 수 없고, 1~2시간 관광지를 돌아 본 후 다른 도시로 떠나야 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여행객들이 농촌 안에서 머무르는 시간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배후 지역 개발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김광남 경상남도 6차산업지원센터 위원은 “농촌 관광이 계속해서 의미있는 사업이 되려면 마을 구성원들의 인식이 깨어 나야 한다”며 “관 주도 사업으로는 오래 지속될 수 없고, 협동조합이나 마을 기업 등의 형태로 종합 서비스 콘텐츠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