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실적 발표 시즌이 마무리되면서 미국 주식 투자자들은 정치 재료들과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경로 등에 다시 관심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간 고조된 긴장수위는 여전히 높고,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 또한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증시는 여전히 걱정의 벽(Wall of Worry) 앞에 직면해 있다. 그동안은 이 벽을 잘 타고 올라왔다. 주가지수가 2009년 이후 무려 271% 오른 것은 뉴욕증시가 위험을 극복하는 벽타기의 선수임을 잘 보여준다.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지는 이번주 변수들을 극복하는 뉴욕증시의 역량에 달려있을 것이다.

뉴욕증시 재닛 옐런 입 주목!

우선 이번 주(21~25일) 주에는 중요 경제지표 발표가 그리 많지 않다. 22일에는 2분기 연방주택금융청(FHFA) 주택가격지수와 8월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제조업지수, 미국석유협회(API) 주간 원유재고가 공개된다.

23일에는 8월 마킷 PMI(예비치), 7월 신규주택판매,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원유재고가 나오고 24일에는 주간 신규실업보험 청구자 수와 7월 기존 주택판매가 발표된다. 25일에는 7월 내구재수주가 나온다.

증시는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자산축소 시기에 관심을 깅루일 것으로 예상된다. 23일에는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연설에 나서고 이어 24~26일에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와이오밍주에서 잭슨홀 심포지엄을 개초하는데 재닛 옐런 의장이 연설한다. 전문가들은 옐런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상대적으로 금리 인상에 공격적이지 않은 예의 신중한 ‘비둘기파 성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지연되는 것은 시중에 자금이 그만큼 더 오래 풀려있고 주식시장으로 계속 유입될 것이라는 뜻으로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에는 호재가 된다.

Fed가 지난주 공개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들은 물가 부진을 이유로 기준금리 인상이 빠르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정치불확실성은 여전히 부담

미국의 정치불활실성은 이번 주에도 시장에 영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제조업자문위원단(AMC)과 전략정책포럼(SPF)을 해체하겠다고 밝힌 이후 투자자들은 그의 감세정책을 비롯한 친성장, 친기업 정책 이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결정은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사태를 촉발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사실상 두둔해 자문단에 속한 최고경영자(CEO)들의 탈퇴 선언이 잇따른 가운데 나온 것이다.

또 미국과 북한이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놓고 말싸움을 하고 있는 가운데 “대북 군사옵션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경질한 것도 정치 불확실성을 높였다. 시장 안정자 역할을 해야 할 대통령이 시장 불안을 촉발하는 폭탄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걱정의 벽' 벽타기 선수 뉴욕증시, 다시 벽 탈까?

지난주 뉴욕 주식시장은 하락했다. 우랑주 중심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주보다 0.84% 내린 2만1674.51에,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0.65% 하락한 2425.55에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64% 낮아진 6216.53에 한 주를 마쳤다.

▲ 2009년 이후 미국 S&P500 지수 추이. 2009년 이후 271% 급등했다. 출처=마켓워치

그러나 3대 지수는 올들어서 계속 올랐다. S&P 500은 올들어 8.3% 상승했고 다우지수는 9.7%, 나스닥은 무려 16%나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의 금융시장 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19일(현지시각) 뉴욕 증시가 가장 차분한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켓워치는 이날 ‘주가는 걱정의 벽(wall of worry)을 타고 오른다’는 증시 속담을 거론하면서 “이번 랠리가 우리 시대에서 가장 차분하다”고 평가했다. 마켓워치는 최근 미국과 북한간 긴자이 고조되고 있고 버지니아 샬러츠빌에서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시위 중 유혈사태가 발생해 파문이 확산했으며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시위를 옹호하는 듯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백악관 경제자문위원들이 줄줄이 사퇴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는 등 온갖 악재로 뉴욕 증시에 ‘심판의 날’이 임박했다는 예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증시는 전혀 달랐다. 다우지수는 4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S&P500 지수는 2009년 3월 바닥을 찍은 이후 지금까지 271% 급등했다. 2009년 이후 유럽 부채위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 미국 대선을 구불구불 지나치면서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는 것이다.

리톨츠자산운용의 마이클 배트닉 조사담당 이사는 “시장 밖에서 들려오는 뉴스 헤드라인은 더욱더 끔찍해지고 있다”면서 “올해는 정치 혼란이 반드시 증시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며, 올해가 1965년 이후 가장 조용하다는 점을 완벽히 상기시킨다”고 강조했다.

배트닉은 "올해 상반기 S&P 지수의 일일 변동폭은 평균 0.32%로 1965년 이후 최저"라면서 “트럼프 집권 이후 혼란한 정치권과 시장간 괴리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했다. 마켓워치는 “증시의 평온함이 기업 실적이 건실하고 경기가 꾸준하게 확장한데 따른 강력한 경제기초체력 덕분이었다”면서 “법인세 감면과 규제완화를 포함한 트럼프 대통령의 친기업 정책에 대한 낙관론이 시장의 우상향 궤도를 유지하도록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배트닉은 주가 상승이 투자자 심리 덕분이었다면서 “주가 상승은 매수자를, 주가 하락은 매도자를 유인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호황도 끝이 있기 마련이고 언젠가 조정이 시작된다. 이번주가 될지, 다음주 아니면 한달 뒤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켓워치는 주가 ‘너무 올랐다’는 높은 밸류에이션과 같은 ‘유력한 용의자(유주얼 서스펙트)’가 주가 급락을 촉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가가 금융위기 직후에 비해 근 세 배로 올랐지만 쉽게 떨어질 것 같지 않다는 말과 같다. 과연 다음주 미국 증시는 이런 믿음을 배반하지 않을까? 미국 증시는 걱정의 벽을 타고 오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