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부동산 대책은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정조준’했지만 지방 시장도 냉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2일 정부가 세제, 대출, 청약 등의 조건을 총망라해 규제한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자 이를 빗겨간 지방 시장으로 투자금이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예상됐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DB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입하는 투자법)’ 등 실수요가 아닌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해 정부는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지역, 세종시 등은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고, 이중 서울 11개구와 세종시는 투기지역으로 지정해 규제하기로 했다.

시장은 이 규제 조준 지역의 부동산이 빠르게 위축되고 투자 수요는 비조정지역 등 규제가 빗겨간 지역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투자자에게 규제에서 자유로운 지역은 말 그대로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지역으로 읽혔다.

서울 지역은 여전히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투기지역에 들어서는 첫 번째 서울 분양 아파트가 분양에 성공했다. SK건설이 마포구 공덕동 마포로 6구역을 재개발한 '공덕 SK리더스뷰'는 1순위 청약 결과, 195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6739명이 몰려 평균 3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전 타입이 1순위 마감됐다.  일부 평형은 52.52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규제를 빗겨간 지방 시장은 평이한 결과를 냈다. 두산건설이 김해시 주촌면에 짓는 '김해주촌두산위브더제니스'는 같은 날 1순위 청약 결과 총 804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평균 4.67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1순위 마감됐다.

8·2 대책에서 부산의 청약조정지역 지위가 유지됐지만 인근인 김해시는 제외됐다. 총 3757명의 청약자 가운데 기타지역 청약자는 834명으로 22%에 달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김해는 과거 부산의 인구분산 기능을 맡기 위해 조성된 위성도시로, 가까운 부산 강서구 등에서 유입한 청약자가 많았다. 김해는 신도시 설립 이후 공급이 정체됐기 때문에 지역 내 실수요도 많았다”고 전했다.

지방 시장도 ‘눈치 싸움’ 중이다. 기존 아파트의 경우 당분간 매수자나 매도자 모두 관망세로 거래가 감소됐다.

대전의 부동산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지역 내 투자 수요가 아닌 외부 투자의 경우 대개 기존 아파트보다는 거래가 쉬운 분양 아파트에 투자한다. 청약시장이 가늠자가 될 것이나 대책 이후 지금까지 분양한 아파트들의 경우 호성적은 풍선효과라기보다는 공급이 적었거나 입지가 우수한 지역이라거나 하는 이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수요가 대거 유입됐던 세종시는 충격에 빠졌다. 세종시 한솔동의 한 공인중개업체는 이미 할인 분양권이 시장에 등장했다며 최근 토지 등 다른 투자처에 대한 문의가 많지만 거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책발표 이후 5주 연속 급등세를 보이던 세종시의 아파트값은 보합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 애널리스트 K씨도 “부산 등을 제외하면 8.2대책 이전에 이미 지방 시장은  하락세였다. 투자자가 상품성이 떨어지는 곳이었다는 말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투기지역=유망 지역’이라는 인식까지 생겨났다. 정부의 잘못된 신호가 시장에 통용되고 있는 일례다”라고 말했다.

지방 시장도 거래가 축소됨에 따라 향후 가격도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상품성이 높은 지역은 규제 여부와 상관없이 인기다. 

부산 서구의 D공인 관계자는 “부산 지역의 상승세는 전체적으로는 조정될 것이나 서구 대신동 등 구도심의 입지가 우수하면서 공급이 적었던 동네는 현재 5000만~800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었다"고 전했다. 

규제 직후 부산에서는 올해 청약 최고 경쟁률이 나왔다. 지난 4일 서구 서대신동 ‘대신2차 푸르지오’ 아파트는 313명 모집에 8만752명이 접수해 평균 258대 1로, 올해 부산 최고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면적 84㎡A형(41가구 분양)에 2만166명이 청약해 491.9 대 1의 최고 경쟁률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