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부동산 대책이 나오면서 예상된 ‘풍선효과’는 2주가 지난 현 시점까지는 미미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여전히 서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반면 규제가 없으나 선호도가 낮은 지역 시장은 이번 대책의 직격탄을 맞아 거래가 실종되고 시세가 하락되고 있는 모습이다. 8.2대책은 '부동산은 입지가 전부'라는 시장의 이야기를 더욱 실감나게 하고 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DB

서울 지역은 총 25개 자치구가 모두 투기과열지구로, 또 이 중 11개구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돼 유래없이 강력한 규제가 적용되지만 대책 발표 이후 분양한 단지들도 여전히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기존 아파트 시장은 거래가 끊겼다.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와 주택담보대출 제한이 맞물리면서 매도도 매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는 내년 4월 전에 주택을 처분하려는 사람들의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대출 규제로 손이 묶인 매수자도 쉽게 나서지 못하는 형국이다.

분양시장, 서울 쏠림현상 뚜렷-비서울 풍선효과 기대 무색

지난 17일 투기지역에 들어서는 첫 번째 서울 분양 아파트가 분양을 시작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마포로 6구역 재개발 아파트 '공덕 SK리더스뷰'가 주인공이다.  1순위 청약 결과, 195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총 6739명이 몰려 평균 3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 타입이 1순위 마감됐다. 전용 84㎡A타입에는 95가구 모집에 4989건이 접수돼 52.52대 1의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마포구는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돼 대출 시 LTV(주택담보인정비율) 규제가 최대 40%로 강화된다.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가 강화된 첫 분양단지였지만 서울 주요 지역으로 평가받는 마포구 공덕동에 공급되는 아파트라는 점에서 다른 단지들과 비교할 수 없었다는 평이다.

투기과열지구이지만 투기지역으로는 지정되지 않은 서울의 다른 지역에서 같은 날 청약을 한 아파트도 좋은 성적을 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이수역 리가' 아파트도 같은날  1순위 청약에서 4.3대 1의 평균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마감됐다. 이미 2013년 9월 준공된 아파트로 452세대 중 유치권이 해결된 조합원 보유물량 204세대가 시장에 나왔다.

그렇지만 서울지역에 대한 규제로 ‘풍선효과’가 기대된 수도권 아파트는 분양 성적이 좋지 않았다. 경기 남양주 ‘두산 알프하임’은 예상과 달리  1순위 청약이 미달됐다.

모두 2821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856건의 청약이 접수돼 평균 0.66대 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하지 못했다. 전체 19개 평형 가운데 7개 타입만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다. 민간택지로 청약조정대상지역 규제를 받지 않는 단지는 6개월 뒤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강남구 G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서울에 주택 공급은 사실상 많아질 수가 없다. 이것을 본 투자자들은 규제 핸디캡을 감수하고라도 서울 강남 등 선호도 높은 지역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마곡지역 공사현장. 출처=이코노믹리뷰 DB

서울 시장의 가늠자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도 곧 분양을 시작한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시영 아파트 재건축단지인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와 서초구 신반포6차 재건축단지인 ‘신반포 센트럴자이’가 분양을 앞두고 있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의 정책 의도 대로 서울 강남의 집값은 잡히는 듯 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2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2주일 연속으로 떨어졌다. 8월 2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은 0.16% 하락했다. 특히 하락세는 강북보다 강남에서 두드러졌다. 대책 이후 법원경매전문회사 지지옥션이 발표한 자료에서는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의 낙찰가율은 90.8%로 지난해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강북 베드타운 노원구, 소폭 오른 가격 다시 하락중

서울 강북의 대표적 베드타운인 노원구도 이번 규제에서 투기지역으로 묶여 거래가 끊기고 가격 조정 분위기다.

노원구 K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8.2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시세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면서 "노원구 재건축 아파트들의 경우 대부분 재건축연한을 이제야 채우는 등  당장 재건축 단지 규제의 영향을 덜 받지만, 소폭 오른 가격도 조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중개업체 관계자도 "노원을 강남과 같이 취급하면 되겠느냐.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인 만큼 갭투자자도 많이 유입됐지만 지금 남아서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은 개미 투자자뿐이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부동산에 따르면 노원구 평균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은 73.7%로 서울 전체(75.3%)보다 낮다. 그러나 상계동의 일부 단지의 전세가율은 90%에 육박한다.

올해 초부터 7월말까지 노원구의 아파트 매매가는 3.44%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강남구(2.51%)의 상승폭 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젋은층 갭 투자 선호지역 강서구 마곡도 거래 실종  

지난해 발표된 규제대책인 11.3 대책 이후에도 ‘마곡 효과’로 강세를 보인 강서구 지역도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거래가 실종됐다. 그러나 화곡동 등을 중심으로 젊은층의 오피스텔과 소형 아파트 수요가 커서 갭투자자 유입도 많았던 동네인 만큼 매도 문의가 많다. 향후 급매물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강서구 화곡동의 J공인중개업체 대표는 "아직 관망세로 거래가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급매물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장마철이 끝나고 가을 이사철이 되면 계약이 만기되는 가구들을 중심으로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작되는 내년 봄까지 가격이 떨어진 물건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 100일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추가대책을 시사해 주택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말한 '주머니 속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 확대, 양도세 인상, 청약1순위 요건 강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임대사업자 등록 의무화 등을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