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A씨는 자동차 세금만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흐르는 느낌을 받는다. 그가 보유한 자동차는 2006년식 NF 소나타로 12년 된 차다. 그런데 그는 6월 말 1기분 자동차세로 12만여원을 냈다. 그가 살고 있는 주택 재산세(14만여원)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A씨는 “실거래 가격이 열 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도 자동차세가 주택 재산세와 비슷하다는 게 말이 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즘 자동차세가 세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세금이 너무 과하다는 비판의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나온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등록된 자동차는 2180만4000대다. 우리나라 인구 2.37명당 1대 꼴이다. 자동차는 생활필수품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 전국 자동차 등록현황.출처=e-나라지표

정부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자동차를 세수 확보의 수단으로만 삼는다. 정부는 지난해 자동차세로만 무려 40조원을 거둬들였다. 이는 지난해 총세수(국세,지방세) 313조의 13%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러니 자동차를 사는 순간 소비자들은 정부의 ‘봉’이 된다는 말이 전혀 틀리지 않다.

자동차에는 어떤 세금이 붙길래 정부는 이처럼 많은 세금을 거둘까. 자동차에 붙는 세금은 취득단계, 등록단계, 보유단계, 운행단계에서 총 11개 이상의 세목으로 세금이 붙는다는 것을 아는 국민은 많지 않다. 그래서 자동차 세금은 ‘보이지 않는 세금’이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한다.

▲ 자동차와 담배에 붙는 세금비교.출처=한국납세자연맹

 

자동차를 취득하면, 즉 구입하면 개별소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를 먼저 납부해야 한다.

자동차를 사고 나서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면 또 세금을 내야 한다. 취득세와 등록세다.

자동차를 보유한다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우선 재산세를 내야 한다. 재산세는 자동차세에다 자동차세의 30%인 지방교육세 등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자동차세는 배기량에 cc당 금액(18~24원)을 곱하고 여기에 연식감가를 적용한다음 지방교육세를 더해 부과된다.

자동차 운행을 위해 휘발유나 경유를 넣으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시민단체인 한국납세자연맹은 9가지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세가 5개, 지방세가 1개, 부담금이 2개, 수수료가 1개다.

국세는 관세, 개별소비세, 교육세, 교통세, 부가가세다. 지방세는 주행세이며, 부담금은 판매부과금과 수입부과금이 붙고, 나머지가 품질검사수수료다.

자동차에 붙는 세금은 담배에 붙는 세금(6가지)보다 많다.

자동차 선진국에 비해 세금의 종류가 턱없이 많다. 미국은 자동차 보유세가 없다. 미국과 독일, 영국은 취득세와 등록세가 없다. 선진국은 많아야 세 가지 세금이 붙는다고 한다.

한국납세자연맹의 김선택 회장은 “지금은 자동차가 사치품이 아닌 필수품이 되었는데도 자동차관련세금이 줄어들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정부 신뢰도가 낮고, 지하경제비중이 높아 소득세위주의 증세를 하기 어려워 간접세위주로 증세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김선택 회장은 “조세저항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정부 부처들은 조세 저항을 피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세금’을 올리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면서 자동차 세금 40조, 담뱃세 12조, 카지노·복권세금 6조, 주세 5조 등 4가지 항목에 63조(총세수의 20%)을 징수하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해에는 자동차 내수판매도 주춤하고 개별소비세도 인하됐는데도 자동차 세수가 전년에 비해 5.8%증가한 것은 자동차 관련 세금의 60%(24조)를 차지하는 유류세 때문”이라면서 “유류세는 종량세로 유가가 인하되어도 세금은 그대로다. 2010년 휘발유에서 세금비중이 53%인데 2016년은 63%로 오히려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자동차 보유에 관한 재산세적 성격은 축소하면서 선진국처럼 아예 폐지하거나 보유세를 낮출 필요가 있다”면서 “휘발유나 경유에서 세금을 너무 많이 걷고 있기 때문에, 유가는 내려가도 국가만 배불리는 이러한 세금징수 체계는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나 자동차 보유자 모두 “정부가 절대로 자동차 보유세를 낮추지 않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복지 수요 증가로 지출할 돈은 많고, 이처럼 거두기 쉬운데 이를 포기할 정부가 어디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