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박성원 지음, 이새 펴냄

미래학자 박성원은 20년 후인 2037년 한국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4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성장, 붕괴, 보존, 변형 등 시나리오다. 그러고는 20~50대 시민들에게 물었다. 어떤 미래를 선호하는지, 선호와 무관하게 어떤 미래가 올 것으로 생각하는지. 그 결과를 토대로 사회구성원들이 상상한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를 살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원장 송종국)의 미래연구시리즈 1권으로 출간된 이 책에는 그런 흥미로운 작업 과정이 정리돼 있다.

박성원의 초점은 “인간은 필요한 변화를 창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구상에 변화를 만드는 존재는 인간밖에 없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식물은 변화에 순응할 뿐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 이런 생각으로 그는 미래학을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에서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학문으로 확장하고 있다.

나아가 변화 창조의 주체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박성원은 이렇게 주장한다. “미래 불확실성의 요소를 이해하고,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고자 탐색하는 학문이 미래학이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미래상은 누가 어떻게 결정하는 것일까? 이제까지 미래학은 명망 있는 엘리트들의 영역이었다면 최근에는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보다 참여적이고 민주적인 미래 비전 수립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정부가 국가 차원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개인과 사회 각층의 의견을 수렴해야 획일적이지 않고 다양성이 넘쳐나는 미래사회를 조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내용을 보자. 하와이미래학연구소의 미래예측 기법을 사용해 제시된 시나리오는 경제의 계속성장, 붕괴와 새로운 시작, 보존사회, 변형사회 등 4가지다. 구체적으로는 ▲경제의 계속성장 : 지속적인 성장 추구,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 더 완고해진 계층 질서 ▲붕괴와 새로운 시작 : 성장주의 붕괴, 지역 중심의 문화 정착, 이전과 다른 바람직한 미래 준비 ▲보존사회 : 지속가능한 삶, 물질적 성장보다는 정신적 성숙, 정부에 대한 높은 신뢰도 ▲변형사회 : 인류가 경험한 적 없는 미래, 트랜스휴먼 시대 개막, 과학기술이 이끄는 사회변화 등이다.

오는 2037년 우리가 만날 수 있는 한국 사회의 4가지 모습은 인구, 에너지, 경제, 환경, 문화, 기술, 지배구조 등 사회를 변화시키는 동인(動因) 7가지를 고려한 추상적이고 요약적인 미래상이다. 박성원은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이 4가지 미래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또 이들 4가지 미래를 이해한다면 세계 74억명이 예측하는 미래를 담을 수 있는 거대한 서랍을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가 20년 뒤 마주할 미래는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미래를 더 원하느냐, 그 미래를 위해 현재 어떤 자원을 가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4가지 중 하나가 지배적인 형태를 띨 것이다. 그래서 20대부터 50대까지 520여명의 시민들에게 이 4가지 시나리오 중 ‘가능미래’와 ‘선호미래’를 직접 물어봤다. 가능미래는 올 것 같은 미래이고, 선호미래는 왔으면 하고 바라는 미래다.

조사결과 20~50대의 40% 이상은 ‘경제의 계속성장’ 미래를 가능미래로 꼽았다. 30% 정도는 ‘보존사회’를 꼽았다. 우울한 경제전망이 잇따르는 상황 속에서도 시민들은 ‘경제의 계속성장’을 가능한 것으로 예상한 것에 대해 박성원은 “사회로부터 길들여진 생각이 표현된 것”으로 해석한다.

조사에서 20~30대의 40.93%는 ‘붕괴와 새로운 시작’을 선호미래로 골랐다. ‘경제계속성장’은 2위로 25.98%였다. 박성원은 이를 두고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계층화, 획일화된 사회를 떠나 인간의 존엄성과 다양한 가치가 인정되는 사회, 경제개발 중심의 성장보다 무너진 공동체의 복원과 환경보전도 함께 중시하는 성장, 효율성과 전문성을 넘어 공정성과 투명성이 더욱 중시되는 사회의 등장이다”라고 분석하고 있다.

박성원은 “사회의 변화는 혼자 예측할 수 없다. 구성원들이 함께할 때 더 구체적이고 다양한 미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그래야 상상한 미래가 실현된다”고 말한다. 흔히들 “미래는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한다. 미래를 언급할 때면 동원되는 흔한 클리셰로 여겨졌던 표현이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이 말에 공감이 간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