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인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얘기는 바로 경제, 보다 직접적으로 말하면 주식이다. 오랜 기간 박스권에 갇혔던 코스피지수가 올해 초부터 본격 상승을 시작해 2400선도 터치했으니 관심을 가질 만하다.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피터 린치는 과거 ‘칵테일 이론’을 주장했다. 증시가 바닥일 때는 너무 비관적인 나머지 칵테일파티에 펀드매니저가 나타나도 반가워하는 사람이 없으나 증시가 최고조에 달할 땐, 펀드매니저는 물론 누구의 입에서 주식의 ‘주’ 자만 나와도 관심을 갖는 상황을 말한다. 즉 시장의 고평가 혹은 저평가를 시장의 노이즈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칵테일 이론에 비춰보면 최근 주식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많아졌다는 것은 시장에 대한 경계 요인이다. 그러나 이는 이전 대비 많아졌다는 것이고 비관론에 만만치 않은 낙관론도 존재한다.

어느 의견이든 들을 필요가 있다. 물론 그 의견이 타당하다는 전제 조건 하에서다. 그러나 기자는 단순히 낙관적 혹은 비관적 전망을 제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매번 비관적 전망을 내놓는 사람은 언젠가 한 번은 맞추게 돼 있다. 경제와 기업이 성장해 주식시장이 늘 우상향을 그리진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일명 스타가 된다.

반면, 매번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사람도 스타가 된다. 이 역시 경제나 기업이 역성장해 늘 우하향을 그리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낙관적 전망을 가진 사람에게 “그럼 주식을 사도 되냐”고 물어보면 그 대답은 시원찮다. 반대의 질문도 마찬가지다. 낙관론과 비관론을 주장하는 것은 자기 마음이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건가”에 대한 답은 쉽게 내놓지 못한다.

설령 대답을 한다 해도 돌아오는 말은 불투명한 시기와 ‘분할매수’를 언급한다. 하지만 몇 월, 몇 일은 고사하더라도 하반기 혹은 내년 상반기 정도의 언급도 못 한다. 이는 자신이 내린 판단에 대해 확신이 없다는 뜻이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설령 실수를 해도 그것은 용서될 수 있다. 어차피 투자는 개인의 판단으로 하는 것 아니던가.

얼마 전 만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자신이 분석과정에서 실수한 내용을 토로했다. 그리고 그 보고서를 명확히 지적하며 그것을 교훈삼아 다시 보고서를 발간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의 최신 보고서에 무려 4년 전 자신의 과거 불찰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새롭게 보고서를 작성했다. 심지어 어떤 연구원은 미래 예측이 정확하게 맞았다면 그것은 운이라고까지 말한다.

소위 말하는 ‘전문가’도 미래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투자자들을 위해 가이던스를 제공하는 만큼 그 시기까지 예측해 정보를 제공한다. 물론 모든 전문가들이 이런 것은 아니다. 과거 자신의 실수를 교묘히 실수가 아닌 것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전문가도 아니고 심지어 경제를 제대로 공부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전문가들을 욕하는 이상한 광경을 심심치 않게 본다. 이런 사람들은 ‘타이밍’을 제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분명히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답을 회피하는 것이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세간의 욕을 먹으면서도 ‘타이밍’을 제시한다. 그들은 그 ‘타이밍’이 밥벌이인 만큼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타이밍에 확신이 없다면 “확신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 아니면 솔직히 “모르겠다”고 해야 한다. 예측이라는 것은 현재부터 특정 시기까지의 시장 판도나 흐름을 알기 위한 것이지 언젠가 한 번은 올 법한 ‘10년 주기설’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타이밍은 반드시 ‘단기’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에 대한 장기투자도 마찬가지다. 설령 주가의 단기적 흐름이 출렁일 수 있으나 미래의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예측한 주가대비 현 시점의 주가가 연평균 수익률 기준 만족할 수준이라면 그 시기가 바로 타이밍이다.

타이밍을 제시하지 못한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적정가격’을 제시하지 못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 ‘적정가격’은 주관적인데도 말이다. 진짜 시장의 노이즈는 이런 주체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체들은 우리 주변에 너무나도 많다. 비관론이 심심치 않게 들렸던 지난 3년간 많은 돈 벌 수 있는 시기가 지났다. 주식시장에서 최대의 적은 ‘지인’(知人)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