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성 전 식품안전정보원장은 식품 규제 분야의 전문가(연세대 식품공학 학, 석사, 영국 레딩대 식품 규제 전공 박사)다. 1996년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 안전본부, 2001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을 지냈고, 국무조정실 전문위원,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을 지냈다.  

곽 전 원장은 16일 이코노믹리뷰 인터뷰에서 "‘살충제 계란’ 사태는  2006년 말라카이트 그린 어류 검출 사태, 2005년 김치 기생충알 검출 사태와 유사한 패턴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농어민뿐만 아니라 전문가도 이해하기 힘든 안전 규정, 불명확한 규제 방향 등이 ‘계란 대란’을 낳았다고 그는 강조했댜.   곽 전 원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림축산식품부 간의 힘겨루기도 제대로 된 식품안전 정책의 걸림돌이 된다"면서 "컨트롤타워로서 총리실이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곽노성 전 식품안전정보원장(제공=곽노성 전 원장).

'살충제 계란' 사태가 감리, 감시 과정의 미비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예전에도 현장에서 이미 알고 있었을 텐데 묵인했다는 주장이 있다.

“예전 일이 반복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2006년 당시 ‘말라카이트 그린’이 수산물에서 검출돼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장어 등 어류에서 기준치 이상의 말카이트 그린 수치가 검출돼 수산업계에서 큰 파동이 일어났다. 살충제 계란 문제도 말라카이트 그린 사태와 유사하다.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 관행적인 약품 사용, 현장 환경의 비합리성 등이 맞물려 일으킨 사태다. 물론 정부가 위험 커뮤니케이션(risk communication. 위기시 시민과 소통하는 체계)에 미숙한 것도 사실이다. 농어민과  축산업자, 현장 공무원과 중앙 공무원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

말라카이트 그린도 외국에서 문제가 있다고 해 검사가 시작됐고, 중국산을 의심했다가  국산에서도 관련 물질이 검출되고 ‘광범위하게 쓰였는데 왜 몰랐느냐’ 하며 논란이 일었다. 일부 해양수산부 유관 지침서에는 말라카이트 그린을 장려하는 내용까지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이런 규정들은 규정에 익숙하지 않은 농어민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규제의 허점이 있다는 이야기 같다.

“식품 공전이라고 있다. 식품이나 식품첨가물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 제조 및 규격 등을 정해놓은 기준서다. 그런데 식품공전의 내용이 매우 어렵다. 일반인들은 거의 해석하지 못한다. 워낙 다양한 단서가 많은데다  비슷한 내용들이 여기저기 서술되기 때문이다. 식품공전은 전문가들이 열심히 들여다 봐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조항들이 많다. 규제는 간단하게 무엇은 되고, 무엇은 안 된다는 식으로 명확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규제는 ‘지금은 이 정도로 볼 수 있는데, 나중에는 국제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식으로 서술된다.

이렇다 보니 법을 지키는 사람들도 적당히 법의 허술함이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도 상황 논리에 따라 적용이 다르다고 여기기 쉽다. 이번에는 잔류농약 관련 기준이 매우 명확하게 규정돼 있는 사례였다. 그럼에도 일반적인 농수산식품들에 관련된 규제들이 불명확해  늘 하던 대로 축산물에도 적용한 것이다. 매체들이 보도하는 내용을 보면, 양계업자가 바로 산 게 아니라 수의사 자문을 통해 구매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게 맞다면 수의사도 축산물 관련 규제를 잘 몰랐다고 볼 수 있다.”

규제 전문가 입장에서 고민스러운 일이 많았겠다.

“규제 연구자들이 보면 정말 놀랄 만한 일이다. 그래서 내가 원장(식품안전정보원)으로 재직할 당시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품 규제 제정 기준과 관련된 정부 입법을 시도했다. 다른 규제들이 그런 것처럼 입안 당시에 법제처 심의도 받고, 제대로 된 평가, 분석 기준을 갖고 규제가 형성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러나 국회 통과를 못했다.  부처(농식품부와 식약처) 간 조율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부처간 힘겨루기가 그렇게 심한가?

“원장 재직 당시 축산물 위생관리법 개정도 추진을 했었다. 다른 법들은 국회를 통과했는데, 이 내용은 농식품부 합의를 얻어 내는데 거의 6개월 이상 걸렸다. 원래 식품 안전 관리 일원화를 하려고 한  이유가 축산 가공품과 일반 가공품 규정이 통합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을 시스템화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농식품부가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에서 식약처 안에 반대했다. 두 부처 간 합의는 매우 어렵고 업무 협조도 쉽지 않았다.”

컨트롤타워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한국의 식품안전관리체계는 총리실이 주관한다. 식품안전정책위원회와 담당 국과장급 공무원들이 총리실 산하에 있고, 태스크포스(TF)도 총리실이 꾸리도록 돼 있다. 그런데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에서도 식약처와 농식품부 간에 갈등이 있었지만, 총리실의 조정자 역할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계란 생산은 농식품부 소관이지만 계란이 가공품으로 가거나, 유통되는 과정에서 검사하는 것은 식약처 소관이다. 이렇게 같은 대상을 놓고도 생산, 유통 단계별로 영역이 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서로 칸막이가 심하면 문제 해결이 어렵다.

식약처에서는 해외 사례를 잘 알고 있었는가. 이미 유럽에서도 살충제 성분 검출로 인해 논란이 일었던 것을 보면 전세계적으로 오래된 관행이었던 것 같은데.

“사실 식약처는 해외 현장을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생산 단계에서 국내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해외 동향도 어느 정도 찾아 봐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2005년 김치 기생충알 사건에서도 비슷했다. 맨 처음에 중국산 김치를 문제시 했다가  나중에는 국산 김치에서도 기생충알이 나왔다. 그래서 중국 측에서 반발을 제기했다.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거 사례를 계속해서 집적하고, 식약처와 농식품부 간에 제대로 협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계란의 경우에 검사 단계가 의무화되지 않아서 문제가 되었다는 시각도 있다.

“규정을 알았든, 몰랐든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농민이 살충제를 사용한 것이어서 검사체계 부재가 문제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아무리 규제를 구조적으로 강제한다 하더라도 잘못된 행동을 하는 개인이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가축의 경우에는 의도하지 않게 전염병이 나오지 않나 살펴보기 위해 검사가 의무화될 수 있겠지만, 계란은  검사 단계가 추가되면서 유통 효율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살충제 계란’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 앞으로 규제 정비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장에 있는 농수축산 관계자들이 지킬 수 있도록 규정이 명확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약품 사용에 대해 입소문을 듣고 대응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준법의식을 높이기는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사고가 터졌을 때 정부가 종합관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현행법으로는 총리실이 주관하게 돼 있다.  따라서 총리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