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농식품산업의 브랜딩, 경영전략, 축산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해 온 소장 학자다. 문 교수는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는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생산성 위주 축산 패러다임이 직면한 '한계'라고 해석했다. 무조건 낮은 가격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 계란 시장의 문제 탓에  축산농가들이 쾌적한 사육 환경이나 동물 복지를 추구하기 어려워 생긴 문제라는 것이다. 

▲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촬영=이코노믹리뷰)

축산분야 전문가로 알고 있다. 계속해서 관계 부처가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살충제 계란’이 매우 관행적이었다고 알고 있는데.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되는 계란이 독성이 아주 높지는 않다. 계란 한 판을 한 번에 먹어도 상관 없는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만 이렇게 문제가 될 정도면, 다른 독성이 있는 약품들이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르는 상황인데, 이제 우리가 제대로 점검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어떤 분들은 선제적으로 검역하면서 대비할 수 없느냐고 이야기했는데, 매우 오래 전부터 매체들이 이슈 제기를 해 왔다. 농식품부는 너무 규제를 강하게 적용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우유는 수집을 한 후 살균 및 가공을 거쳐 나가고, 돼지나 쇠고기도 품질 판정을 받고 도축을 한 다음에 나간다. 그런데 계란은 농가 단위에서 바로 출하가 가능하기 때문에 하나하나 채집해서 검사를 한다는 게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저비용 고효율 생산을 해야만 하는 축산업 구조 탓에 생긴 사태라는 지적이 많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한계를 당연히 인정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더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 살충제 계란 사태는 생산성 위주의 축산 경영에 경종을 울리는 일이라고 본다. 지금 우리는 소, 돼지, 육계, 산란계 모두 많이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밀집사육을 했다. 방목형이나 방사형으로 기르면 ‘닭이’가 금방 떨어진다. 반면에 밀집사육을 하면 동물들이 면역력도 약해지고, 스트레스도 쉽게 받고, 병충해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우리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일관되게 밀어 온 농법에 큰 도전이 왔다고 본다. 산란계는 다른 축종에 비해 동물복지 차원에서 시도하기 용이한 편이다.”

곧 선별, 검역 절차를 의무화하는 ‘식용란 선별포장업’이 법제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검역을 하면 그만큼 비용을 국고로 지원하거나, 최종 소비자가격에 전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관리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 지는 전문가들이나 정책 당국자들이 토론해 봐야 할 것으로 본다. 사실 검역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육 환경 개선이다. 원천적으로 동물복지 강화나 밀집 사육의 극복을 통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닭을 기를 수 있도록 농식품부나 당국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

얼마 전에 프랑스를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 거기서는 어떻게 동물복지를 추구하고 있는가.

“프랑스에서는 ‘뿔레 페르미에(Poulet Fermier)’라는 농장닭 또는 시골닭이 매우 중요한 축종으로 자리잡고 있다. 농장닭이라고 이름을 붙여서 내 보내려면 반드시 방목을 해야 한다. 닭들이 모래 목욕을 하면서 운동도 하고, 곤충이나 이 같은 것도 없앤다. 병충해만을 고려한 것은 아니지만, 방목형, 방사형으로 기를 경우 닭의 육질도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덜 받기 때문에 전체적인 상태가 좋다고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닭 가격도 비싸다. 농장닭이 일반 닭의 가격보다 40~50% 정도 비싼 편이다.”

좋은 환경에서 기른 닭 또는 계란에 대한 국민들의 지불의사가 높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보인다.

“프랑스에서는 와인에 절인 수탉과 같은 꼬꼬뱅에는 꼬끄라는 수탉을 쓰고, 국물에는  ‘뿔’이라는 큰 암탉을 쓴다. 거세한 닭을 의미하는 샤퐁을 요리에 쓰는 경우도 있다. 어떤 음식을 하느냐에 따라 사용하는 닭의 종류가 다른 셈인데, 그만큼 닭 수요가 세밀하고, 국민들의 지불의사도 높은 환경으로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계란도 마찬가지다.”

계란이나 닭이 너무 값싼 일상재여서  ‘살충제 계란’ 문제가 대두된 것은 아닐까.

“맞다. 닭을 다양하게 바라보고, 사람들이 구매하는 이유가 세밀화한다면, 자연히 제품에 대한 지불의사도 높고, 생산자는 좋은 품질의 상품을 내려는 유인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닭 산업 안에서 농민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가능성을 다양화하고, 계란과 닭의 상품 가치에 사회적 가치가 적극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닭 가격을 낮추는 경쟁만 하고 있다. 다섯 개의 도계(닭고기) 회사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브랜드 파워가 있는 하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저비용 경쟁으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외식 시장은 전부 병아리만 튀기고 있고, 6~7월 한철 장사로 삼계탕 장사를 한다. 겨울에는 닭이 남아돌고 가격이 요동친다. 이 구조를 바꿀 수 있어야 하고, 소비자들이 까다로운 감성을 가질 수 있을 만큼 닭과 계란 가격에 책임질 수 있는 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