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14일 이해진 창업주가 공정위를 방문해  극적인 변화의 단초가 나올 가능성도 있지만, 현 상황으로 보면 공정위의 행보는 거침이 없어 보입니다.

 

공시대상 기업집단이 뭐길래 다들 이렇게 난리일까요? 공정위는 현재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은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재벌 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고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를 막기 위한 제도입니다. 정당한 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는 상호‧순환출자 금지, 채무 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총수 사익편취 규제, 공시 의무 등이 적용되며 올해 처음으로 지정되는 공시대상 기업집단에는 총수 사익편취 규제, 공시 의무 등이 적용됩니다. 후자의 경우 준 대기업이라 부르는 기업들이 속합니다.

공정거래법을 보면 기업집단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동일인이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입니다. 즉 동일인을 핵심 축으로 기업집단의 범위, 즉 계열사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기업집단 지정 시 동일인도 함께 지정된다는 겁니다. 동일인은 대부분 사람이지만 포스코나 KT처럼 아닌 경우도 있어요. 쉽게 말하면 여기서 말하는 동일인은 우리가 ‘재벌 총수’라고 부르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논란의 핵심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네이버가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규정되고 이해진 창업주가 소위 ‘재벌 총수’가 되는 것이 타당한가? 이해진 창업주는 올해 초 이사회를 나와 글로벌 전략에만 매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네이버는 변대규 이사회 의장과 한성숙 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요. 그런데 이해진 창업주가 총수로 되는 것이 맞는가?

우리는 흔히 재벌을 ‘일가친척으로 구성된 자본가 집단’이란 의미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네이버는 약간 다릅니다. 분명 국내에서 찾기 힘든 투명한 지배구조와 전문경영인체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결정은 이사회를 통해 비교적 투명하게 처리됩니다. 또 특정인의 지배력이 작동하기도 분명 어려운 구조입니다.

▲ 출처=네이버

당연한 말이지만 회사를 소유지배하는 것과 경영하는 것은 다릅니다. 네이버는 주식이 고도로 분산된 공개 회사로 어떤 개인도 주인이 될 수 없답니다. 또 순환출자 등 복잡한 지배구조를 통해 특정 개인, 혹은 그 일가가 그룹을 소유하며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재벌그룹들과는 지배구조가 다릅니다. 계열사의 경우에도 모기업이 거의 100%를 소유하고 있어, 특정 개인이 아닌, 네이버 주식회사가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라인도 네이버 100% 자회사입니다.

이러한 네이버의 지배구조와 전문경영인체제는 나름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라인 상장 시에도 한국의 재벌 기업과 같은 잠재적 리스크가 전혀 없는 네이버의 지배구조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으며, 투명하고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확보한 기업으로서의 브랜드를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공정위의 판단도 마냥 비판할 수 없습니다. 일단 네이버가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시작해 일정정도의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대전제는 맞습니다. 또 플랫폼 사업자의 숙명이기는 하지만 ‘독과점’에 대한 나름의 대처도 필요합니다. 나아가 이해진 창업주가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기는 했으나 여전히 네이버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맞는 말입니다.

결국 기회비용을 따져야 합니다. 규제의 틀에 넣어 이해진 창업주를 총수로 규정, ICT 기업의 사업구조를 더욱 투명하게 진단하는 것과 쓸데없는 규제를 걷어내고 ‘이미 잘 하고있는 기업’의 앞날에 더욱 적극적인 응원을 보내는 것 사이의 줄타기를 해야 합니다. 당연히 줄타기를 하려면 고민이 필수입니다. 공정위가 그 정도의 고민까지 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