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영화 시장은 10여년 동안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2004년 상영 매출액이 44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1조 7400억원으로 커졋다.  연평균 13.5%의 성장을 한 셈이다.

이렇게 영화산업이 성장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연 배우들의 공헌도 무시하지 못한다. 그중 최민식, 김윤석, 송강호, 설경구, 유승룡 등 엄청난 티켓 파워를 가지고 있는 배우들을 주목해 보면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대학로에서 연기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원로 배우 이순재, 영화감독 장진 등 많은 사람이 연극의 연기 경험을 중요시한다. 그런데  영화시장의 호황과 달리 연극 시장은 늘  위기다. 수익을 내기 힘든 탓이다.  

지난 3일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주식회사가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해당 회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낯설겠지만, '김수로 프로젝트'는 많이들 알 것이다. 아시아브릿지컨텐츠는 바로 김수로 프로젝트를 제작한 회사다.

김수로 프로젝트는 연극계에서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연극계가 침체기에 있을 때 1989년 설립된 동숭아트센터는 연극으로도 상업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고, 이후 다시 연극의 부활을 알린 게 2004년 '연극열전'이다. 지금은 '조재현의 연극열전'으로 더 유명하다.

연극열전은 극단 중심에서 탈피해 프로듀서 시스템을 도입해 성공한 사례이다. 김수로 프로젝트 역시 프로듀서 시스템 연극이다. 뮤지컬도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가 세계 4대 뮤지컬이라는 캣츠,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미스사이공을 성공시키면서 붐이 일었던 것처럼 우리나라 연극계도 조재현을 통해 부활하고 있고, 김수로가 그 바통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그 제작사가 위기에 처해 있다. 아시아브릿지컨텐츠는 2015년과  2016년 각각 103억원, 80억원 매출을 올렸다.  2014년(57억원)에 비해 두 배 조금  못 미치는 성장을 했다. 그만큼 김수로 프로젝트가 통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수익률이다. 2014년에는 영업이익률이 8.6%였으나  2015년에는 0.2%로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아시아브릿지컨텐츠는 2014년까지의 성공으로 향후 영업 전망에 자신감을 느끼고 도약이라는 목표 아래 2015년 작품 수와 규모를 대폭 증가시키는 투자를 진행하지만, 2015년 중순 메르스 사태를 맞았다.  메르스 사태의 진정 국면을 확인하고 2016년 다시 한 번 공격적인 투자를 한 뒤 촛불 집회가 시작됐다.

메르스와 촛불 집회의 여파 속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매출액은 괜찮았지만, 비용 지출이 너무 커 투자비를 회수하지는 못했다. 먼저 지출한 투자비는 나중에 회수된다. 연극은 사업 특성상 무대, 의상, 소품 등 초기 제작비가 많이 투입되고, 재연, 삼연, 사연을 하면서 비용이 감소하는 특성이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시작한 카페사업이 적자를 키웠다. 회사는 이 카페사업으로 지난해 5억원 이상 추가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브릿지컨텐츠가 회생하기 위해서는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커야 한다. 해당 회사의 계속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제작한 연극을 모두 하나의 회사처럼 간주해 미래 수익을 추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잘 된 연극도 있고 잘 안된 연극도 있을 것이다. 그에 따라 앞으로 진행될 공연 횟수도 달라진다. 게다가, 앞으로 제작될 연극의 수익성도 추정해야 한다. 매번 흥행하는 연극도 다르다. 회생절차에 들어간 회사의 일반적인 수익 추정방법과 다른 면이 있다.

만약 인수합병(M&A)이 진행된다면 회사의 가치평가가 좀 더 수월해 질수 있다. 해당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미래현금흐름추정법'도 있지만, 시장에서 그 가치를 비교 평가하는 '시장가치비교법'도 있다. M&A가 진행된다면 시장에서 평가하는 회사의 가치를 좀 더 쉽게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브릿지컨텐츠는 보유하고 있는 21개 판권을 해외에 수출해 자금흐름을 개선하고 보유 컨텐츠를 통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벌여  추가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시아브릿지컨텐츠의 채권자는 116군데이다. 이 중 배우와 스탭이 50명이 넘는다. 이들이 아니더라도 상거래채권자 비율이 전체 채권의 77%에 이르기 때문에 관련 업계의 손실이 불가피해 보인다. 회생인가를 받더라도 이 채권자들은 100% 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채권자 그룹(담보채권자 그룹 또는 일반채권자 그룹)에 따라 50%도 회수하지 못하는 채권자가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영화나 뮤지컬도 성공한 작품 뒤에는 무수히 많은 실패한 작품들이 있다. 연극은 더 심하다. 영화만큼 상업성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극이 영화와 다른 것이다. 게다가 연극 시장은 너무 척박하다. 학교 다닐 때 배운 소설은 너무나 잘 생각나는데 희곡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만큼의 생경함이 곧 연극과의 거리감이다. 연극을 한다는 것이 이토록 어렵다. 이런 환경 속에서 창작극과 라이선스 극을 오가며 고군분투한 회사가 바로 아시아브릿지컨텐츠였다.

아시아브릿지컨텐츠의 회생절차는 이제 시작단계다. 아직 거쳐야 할 절차가 많이 남아 있다. 포괄적 금지명령이 내려진 만큼  법원은 곧 대표자 심문을 벌여 회사의 현황을 조사할 것이다. 개시결정이 떨어진다면 인가까지는 최소 6개월은 걸린다.

회생절차 중이라도 좋은 연극을 올리고 많은 사람이 그 연극을 사랑한다면 회사의 기업가치가 올라,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또 성공적으로 회생이 된다면 회사가 현재 채권자로서 피해를 본 배우와 스텝들에게 더 많은 공연기회를 주어 그 동안 손실을 만회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로 인해 다수의 업계 채권자들이 손실을 최소화하길 기원해본다.

필자는 여러 법무법인에게 법정관리 업무를 자문해주는 법인회생 전문 회계사입니다. 법정관리 업무는 법원에서 진행하지만 대부분의 중요한 판단은 회계적인 지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회계사가 필요합니다.  법정관리는 회계로 뒤집는 세상입니다. 적자를 흑자로 뒤집어야 회생할 수 있습니다. 과거 재무제표를 회계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미래의 재무제표를 탄생시키는 작업입니다. 제 글이 뒤집기를 원하는 모든 경영자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