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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 한 점] 서양화가 임혜영‥새, 날 수 있다는 것의 아름다운 순간

‘옷에 마음을 놓다’연작 초기작품‥내 삶의 흔적 묻어있는 나의 옷, 홈웨어 추억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 kdc@econovill.com

기사승인 2017.08.13  21:3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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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에 마음을 놓다, 53×45.5㎝ oil on canvas, 2008

 

미술대학을 나와서 열심히 작가생활을 해보리라는 꿈이 없었던 바는 아니었으나 결혼이 그림보다 앞서있었다. 그렇게 아들 둘을 낳고 키우다보니 그림에 대한 갈증은 있었지만 현실은 엄마라는 존재였다. 그러나 마음속 깊이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작은아들이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나는 다시 붓을 잡았다.

그렇게 2000년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캔버스 앞에 앉기 시작하였다. 그즈음 서울에서 노후의 안락한 삶을 계획하여 공기 좋은 곳을 찾아 경기도 남양주에 소재한 아파트로 이사를 하였다. 정물과 자연을 찾아 현장스케치도 하면서 좀 더 구체적인 작업방향을 모색하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그러던 중에 은사님을 만나 작업방향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평소 가장 좋아하는 게 무엇이냐’고 물으셨고 나는 ‘옷으로 나를 표현하는 것을 좋아 한다’고 대답했는데 여러 소중한 말씀을 전해 주셨다.

옷은 몸을 보호해주는 모성애적인 매체이고 또 때와 장소에 따라 자신의 감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인식의 공감에 더욱 끌렸다. 그래서 ‘옷에 마음을 놓다’라는 제목의 연작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옷을 어떻게 작품으로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선 처음엔 막연한 점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평소 집안에서 일할 때 입는 홈웨어로 소매가 없는 화려하고 큼지막한 꽃이 있는 원피스를 선택했는데 바로 이 작품이다. 가족을 위해 음식을 하거나 청소할 때면 땀에 흠뻑 젖었는데 내가 얼마나 충만하고 성실하게 살고 있는 것의 내적표현을 담아내고 싶은 마음이 컸었다.

어느새 10년 세월이 흘렀다. 최근에 이 작품을 꺼내 다시 보고 당시의 일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뒤돌아보니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했었던가를 새삼 느끼게 되어 가슴 뭉클함이 밀려왔다. 화면엔 흐릿하게 한 마리 새가 날아가고 있다. 새가 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순간인가! 작품에 몰두하고 싶다는 열망을 한 마리 새로 표현한 것이다. 내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나의 옷, 홈웨어에 ‘마음을 놓은’시절의 추억이다.

 

   
▲ 임혜영(ARTIST LIM HAE YOUNG)작가는 “작품에 대한 욕망과 가사에 대한 책임감이 뒤범벅되어 좀 마음이 갈팡질팡했다고 할까. 남이 보면 행복한 푸념이라고 할지도 모를 ‘옷에 마음을 놓다’초기 때 심경 이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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