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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 한 점] 화가 조향숙‥별만큼이나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

1991년도 1년간 작업준비 해 완성한 ‘기원(祈願)’불화작품세계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 kdc@econovill.com

기사승인 2017.08.13  21: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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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원(祈願), 139×208㎝ 장지에 석채, 1992

 

1990년대 초 서산공군비행장(瑞山空軍飛行場)건설이 시작될 무렵 남편이 그곳의 초대건설지휘의 중책을 맡았다. 해당지역인 충청남도 서산시 해미면과 고북면 일대 주민들은 마을을 떠나야했고 대형공사가 속속 진행되던 때 이었다. 나의 기억엔 1주일에 한번 씩 갈 때마다 산과 마을이 없어지고 도로가 생기고 활주로의 형태를 갖추어 갔다. 아내로서 무엇보다 신경이 쓰인 점은 민원이나 공사하는 사람들의 안전이었다. 그러한 마음을 담은 것이 작품‘기원(祈願)’제작 동기였다.

1991년도 1년간 작업준비를 했는데 재료며 작품구상 하면서 무엇보다 몸과 마음가짐을 바르게 가지려고 무척 노력을 했다. 그림의 배경엔 모든 사람의 염원이 별의 숫자만큼이나 담겨져 있다. 전면에는 온화한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이 있고 뒤편에 협시보살(脇侍菩薩)로 구성을 하였다. 화면 가운데 짙은 보라 위에 별과 같은 수만의 오색영롱한 색깔들을 뿌리면서, 그것은 지신, 산신, 목신과 성황당 모든 신들에게 두 손을 모우는 심정이였다고나 할까.

그곳에 조상대대로 살아 온 삶의 터전 버리고 떠나야 했던 사람들과 모든 동식물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위로하는 마음을 담았다. 제작만 꼬박 1년 걸린 이 작품은 부처님 보다는 따뜻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중생을 보살펴주시는 관세음보살을 모시면서 새 터를 찾아 그들의 두려운 마음에 천상의 세계처럼 행복한 삶이 이어 지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그 후 비행장이 완성되어가면서 종교시설인 사찰과 성당, 교회시설을 해 주는데 그것을 짓고 있는 동안 그곳에서 생활하는 가족과 병사들의 종교생활공간이 마땅치 않았었다. 절에서도 그런 형편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때 불화작가로 알려진 내게 적합한 작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어서 이미 남편은 그곳의 임무를 무사히 끝내고 다른 보직으로 옮겼지만 흔쾌히 이 그림을 보냈다. 사찰을 지을 2년여 동안 병풍형식의 ‘기원(祈願)’작품을 놓고 법회를 지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났다. 나의 그림을 보며 기도했던 사람들은 시절인연을 따라 헤어지고 법사님도 떠나고 나는 당연히 작품이 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지내던 어느 날이었다. 당시 불자 중 한 분이 ‘보살님 작품을 창고에 있는 것을 보았는데 확인해 보라’는 말을 전해주었다. 나는 남편에게 부랴부랴 연락해서 창고에서 그림을 찾았다. 찢어진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물질이나 허상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어리석은 중생이라 너무 가슴이 아팠다. 누구에 랄 것도 없이 그냥 섭섭하고 또 섭섭한 마음을 달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야했다. 참담한 심정이었다. 그렇게 이 그림과 다시 재회했다. 내게로 돌아오기 위해서 그러한 어려운 일을 겪었다고 스스로 달래면서 그림이 돌아 올 것이라는 생각을 안했었는데 사라질 뻔했던 그림이 다시 내 품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너무나 고마워서 가끔은 쓰다듬어 본다.

 

   
▲ 조향숙(趙香淑, JO HYANG SOOK)작가는 “이 그림을 보면서 나의 기원뿐만 아니라 남의 소망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라고 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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