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준 벤처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중소기업 육성 분야에서 실무와 연구업적까지 ‘양수겸장’을 지향하는 중소기업 전문가다. 중소기업청 정책홍보관리본부, 운영지원과장, 소상공인정책국장, 광주지방중소기업청장을 거치며 중소기업 정책의 이론과 실무를 동시에 붙잡은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대학원에서 기술경영을 전공하며 '공정한 연구개발 대가의 배분과 중소기업 혁신'과 관련된 이슈들을 고민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공직에서 물러난 후 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을 지냈고, 지난 5월 벤처기업협회 상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벤처생태계 발전과 관련된 정책 현안들을 다루고 있다. 반평생을 중소기업 관련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으로 지냈고 이제 벤처기업들을 지원하고 이익을 도모하는 협회의 상근 부회장 자리에 앉은 그를 만나 새 정부의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육성 정책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 이의준 벤처기업협회 상근부회장. <노연주 기자>

새정부에서 중소기업벤처부가 출범했다. 소감은 어떤가.

“우여곡절 끝에 벤처라는 이름을 지켜냈다. 정부 부처 이름에 외래어가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한가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꽤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는 90년대 이후 우리 산업계에서 매우 중요한 키워드이자 실재다. 언어적으로 규정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불굴의 의지로 토양을 일궈낸 벤처기업인들의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하나의 필드다. 이 이름이 사라지면 안 된다고 보았고, 오랫동안 국회,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며 설득 작업을 했다. 그들이 진정성에 공감해 벤처라는 이름을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많은 벤처기업인들의 염원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과거 산자부의 외청이었던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벤처부’로 승격된 감격도 클 것 같다.

“친정이 잘 되니 좋은 것도 사실이다. 중소기업벤처부 승격은 사실상 한국 산업의 역동성을 살리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물이라고 본다. 지금까지 많은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을 상대하면서 피눈물을 흘려 오지 않았나. 믿을만한 든든한 울타리도 없어서 하소연 하는 중소기업들이 정말 많았고, 그 사람들의 사연을 하나하나 해결해 주기 어려워 한탄스러운 날도 많았다. 정책 당국자로서 중소기업들이 꾸준히 우리 정책의 안전망 기능을 이용하고, 자신들을 거친 세파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절실하다고 여겼다. 외청에서 부처로 승격되면, 자연히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의 범위도 넓어지고, 성과도 많이 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벤처기업들이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상승 조치를 좋은 눈으로만 보진 않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최저임금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고,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수반되어야 할 개혁 과제와 같은 것이다. 일단 중소기업들 중에 다양한 업종이나 규모 별로 저마다의 상황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기술집약형 중소기업들은 인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임금에 상당 부분을 쏟아 넣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해외 벤처 사례에서도 목격하듯, 인건비 투자를 아끼지 않는 회사들이 직원들의 동기 부여도 되고, 계속해서 조직에 머무르게끔 하는 촉진제 역할도 한다. 인력이 자산인 벤처 업계에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계속해서 창출해 내기 위해 사람에게 투자하는 일이 필요하다. 물론 저마다 특이성이 존재할 수 있고, 단계적으로 최저임금 정책을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해야 할 것이다.”

창업률을 높이는 벤처기업 정책, 좀비 벤처를 늘리는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도 많다.

“부인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정부 차원에서 계속해서 창업 횟수를 늘리고, 해외 시장 진출 횟수도 양적으로 늘리기 위해 노력해 왔던 게 사실이다. 지원금으로 돌아가는 기업도 많았고, 아직도 ICT 업계 중에 상당수 스타트업들이 수익성은 올리지 못하는데, 지원금이나 외부 투자가 많아 화려한 외연을 과시하는 경우가 많다. 1조원 대의 시가 총액을 갖고 있지만, 수익성은 제고되지 않는 ‘유니콘’들도 꽤 있지 않나. 그러나 창업 지원 정책은 우리가 현실의 치열함에만 발목이 잡히는 것이 아니라 더 긴 안목을 갖고 꿈을 꿀 수 있도록 하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고 본다. 경제가 현실론에만 머물러서는 혁신을 유도할 수 없다. 경영학자 제임스 마치가 말 했듯, 현재의 기회와 장점을 활용하는 것과, 미래의 기회를 탐색하는 두 가지 방법론이 동시에 동원되어야 한다. 물론, 현미경의 세밀함으로 잘못된 벤처들이 나오지 않도록 감시하고 관리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으로도 재직했는데, 벤처기업을 인수합병하는 형태로 좀 더 외연을 키워주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

“동의한다. 금융 시장에 노출되는 경우 기업은 상당히 큰 기회와 불확실성을 동시에 맞이해야만 한다. 어떤 기업들은 운좋게 좋은 주주들을 만나 자본을 조달해서 성공의 길을 걷겠지만, 어떤 기업들은 자기들도 생각지 않았던 다양한 거시경제 변수들 때문에 흐름을 타다가 죽어 버리기도 한다. 많은 벤처들이 창업자들의 손으로는 더 이상 크지 못하는 한계점을 경험한다. 그 때에는 글로벌 대기업을 경험해 본 전문 경영인이나 투자자들에게 넘겨주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손바뀜의 원칙으로 인수합병을 통한 벤처 생태계 구조조정을 하다 보면, 분명히 옥석 가리기도 잘 되고, 좋은 벤처들이 대기업으로 가는 지름길도 마련될 것으로 본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게 아니지 않은가. 그들도 인수합병을 나름대로의 경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수합병 관련해서 세제 지원도 하고, 상생형 인수합병을 촉진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도 매우 중요하다. 2016년 벤처기업실태조사에서 60%의 전문가들이 인수합병 전문가, 제대로 된 기업 가치 평가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이야기한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금융권의 벤처기업 지원이 미온적인 것도 아쉬움일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금융자본 조달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걸림돌에 직면해 있다. 작은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아주 많은 서류를 내야 하고, 투자를 유치해서 기업을 굴리는 과정에서 손실을 봐도 배임 혐의에 노출되는 등 어려운 일이 정말 많다. 사실 국내 기업들이 창업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창업자금 확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다. 대출 중심의 자금조달 방법과 연대보증으로 인한 피해도 가장 큰 문제다. 지금 연대보증은 원칙적으로 사라졌지만, 회사의 대표를 연대보증으로 세우는 관행은 남아있다. 금융당국이 법인대표자 연대보증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지만, 자금 조달 방법을 융자에서 투자로 전환한다면 해결되는 문제이다. 최근 역대 최대 규모인 모태펀드의 추경 예산 8000억원이 국회를 통과하였고, 총 1조 3천억원의 벤처펀드가 조성 될 예정이다. 이는 기존의 융자 중심의 자금 조달 방법이 투자 중심으로 전환 될 수 있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벤처기업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재직하며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광주지청장 재직 당시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거친 손을 부여잡고, 이들의 절절한 사연들을 하나하나 들으며 살아 가겠다고 결심을 했다. 책상에서만 알 수 없는 다양한 업계의 사정이 있고, 현장의 목소리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은 현장에서 완성된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긍정적 전망이나 기대감이 아니라, 지금 벤처와 중소기업이 직면한 현실적인 장벽들을 정책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게 나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벤처기업협회는 벤처기업들이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자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다.”

이의준 벤처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광주지방중소기업청장과 중소기업청 소상공인정책국장, 중소기업청 운영지원과장 등을 지낸 중기 분야의 대표적인 정통 관료다. 최근까지 벤처캐피탈협회 상근부회장을 역임했고, 벤처생태계 선진화와 소상공인들의 권익 개선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 현안을 담당해 왔다. 최근 중소기업벤처부 명칭 변경과 관련하여 벤처업계와 함께 정책 건의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1958년 인천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버밍엄대에서 석사를,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기술경영학전공)를 받았다. '남도경제 블루오션' 외 컨설팅 및 산업 혁신 관련 다수의 저서를 갖고 있다. 

[주요 경력]

현재 벤처기업협회 상근부회장

2014 벤처캐피탈협회 상근부회장

2012 광주지방중소기업청장

2010 아주대학교 산업정보시스템공학부 초빙교수

2010 중소기업청 소상공인 정책국장

2001 영국 IMC 회원

2000 APEC 컨설팅프로그램 한국대표

1999 컨설팅산업발전연구회 조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