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트럼프 '미국 우선'이 불러온 '자국 우선' 신드롬

쿠르드 우선, 사우디 우선, 러시아 우선 등 우후죽순… 글로벌 시스템 발전은 힘들어

홍석윤 기자 syhong@econovill.com

기사승인 2017.08.13  13:35:41

공유
   
▲ 출처= 워싱턴 포스트 캡처

이라크, 아르빌.

이곳은 이라크 쿠르드 자치구의 수도이다. 지난 해 9월 독립을 놓고 국민 투표를 선언했을 때 구호는 “쿠르드 우선”(Kurdistan first) 이었다. 인접 국가인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성미 급한 젊은 왕자가 사우디를 이 지역에서의 보다 주도적인 역할자로 자리매김 하겠다며 내세운 구호도 “사우디 우선”(Saudi first) 이었다. 워싱턴 포스트의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 논설위원이 지난 7월 러시아에 갔을 때 그가 본 것은 복수심에 가득 찬 “러시아 우선”(Russia first)이라는 구호였다.

지금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이런 구호를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늘날 자국 이익을 표방하는 정치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불고 있다. 글로벌 리더들에게 그것은 “나를 우선시”하는 하나의 유행이 되었다.

자기 주장을 우선시 하는 이런 글로벌 움직임을 촉발시킨 사람은 두 말할 나위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다. 2016년 선거 운동 때부터 그는 미국, 미국의 회사, 미국 근로자의 이익이 국제간의 의무에 우선한다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주창해 왔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수 없이 많은 말과 함께 초지 일관 미국 우선주의를 밀고 나갔다. 그는 두 개의 다자간 협약, 즉 파리 기후변화 협약과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탈퇴를 선언했다. 트럼프는 이 국제 협약을 미국의 이익에, 최소한 자신의 지지자들의 이익을 해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트럼프 비판론자들은 이런 이기적인 입장이 미국의 위력을 지탱해 온 글로벌 동맹 네트워크를 분열시킴으로써 오히려 미국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이기주의로 인해 자초한 부상은 차치하고, 세계의 다른 지도자들이 권력 행사에 대한 전통적 제한을 무시하는 트럼프를 따라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 보아야 한다.

트럼프의 세상에서는 아무도 자신이 바보같이 보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글로벌 시스템의 리더들도 외국의 제한에 속박되지 않겠다고 주장한다. 그런 이기적 정신에 감염된 것이다. 그것을 글로벌 시대 정신 이라고도 하고 신 리얼리즘 이라고도 부른다. 내게 무엇이 유리한가에만 집착하며,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돼 버렸다. 그것 만이 유일한 길이라면서.

중동의 지도자들도 자기 나름 방식의 자국 이익 챙기기를 주장하며 한 술 더 뜨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 에미리트는, 극단주의자들을 지원했다는 혐의로 카타르에 대해 취한 봉쇄 조치를 강화하는 것을 중단해 달라는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요청을 거부했다. 카타르가 걸프국과의 동맹을 원한다면 ‘우리의 규칙을 따라라, 아니면 카타르는 아웃이다’라는 것이다.

이라크 쿠르드 지도자들에게 문제는 독립의 꿈을 기다릴 것인가의 문제였다. 그들은 국민 투표가이라크를 단합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을 좌절시키고 이 지역의 불안을 조장시킬 것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민 투표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쿠르드의 대답에는 이런 뜻이 담겨 있다.

“지역의 불안은 우리 알 바 아니다, 우리는 우리 민족에게 유리한 일을 할 뿐이다.”

   
▲ 출처= 핀테리스트

트럼프는 적어도 일관성을 지켰다. 그의 참모들은 지난 4월 27일 워싱턴의 메이플라워 호텔에서 한 연설을 인용했다. 이 연설에서 그는 일찌감치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했다. 그는 냉전이 종식되고 소련이 붕괴된 이후 미국이 섣부른 공상적 박애주의 정책으로 온 세계를 방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구식 민주주의가 되는데 경험과 관심도 없는 나라들과 더불어 서구 민주주의를 말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런 협약들을 파기시킨 다음에야 우리가 무엇을 촉발시켰는지 깜작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거의 똑 같은 조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트럼프가 푸틴의 사람이라는 음모론적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대통령이 러시아의 지도자나 가질 법한 것과 같은 냉소주의 가치에 기반을 둔 외교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4월 메이플라워 호텔 연설을 했을 때 청중석에 세르게이 키슬야크 러시아 대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자기 우선주의’가 판치는 세상에 유일하게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도 유럽일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유럽 연합(EU)에 타격이 있긴 했지만, 다행히 유럽 연합을 이끄는 프랑스와 독일이 유럽의 운명이 자국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더 큰 것과 관련되어 있다는 신념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두려움과 민족주의가 한 때 유럽을 뒤흔들었지만, 그것이 유럽을 압도하지는 못했다.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의 기둥을 지탱하는 계몽의 중심지가 된 것이다.

중국도 ‘일대 일로’라는 중국 주도의 국제간 상호 의존 주의를 내세우면서 중국의 이미지를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하버드 대학교의 그레이함 앨리슨 교수가 최근 펴낸 도발적 저서 ‘전쟁을 향해서’(Destined for War)에서 주장한 바처럼, 과연 중국의 헤게모니 확장이 후퇴하는 미국과 충돌할 것이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세상에서 이기주의 정치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으로 결코 글로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다. 그것이 이기주의 정치의 최대 약점이다.

홍석윤 기자 의 기사더보기

<저작권자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SPONSORED

헤드라인

중요기사

default_side_ad1

최근 전문가칼럼

default_side_ad2
ad36

피플+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ad57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