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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여담] '카 중립성 논란'이 발생하는 날이 올까?

공유와 개인화의 만남

최진홍 기자 rgdsz@econovill.com

기사승인 2017.08.13  12:00:52

공유

"우리는 궁극적으로 자동차를 개인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카풀 O2O 서비스 관계자로부터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카풀과 자동차의 개인 플랫폼이라. 얼핏 들으면 연결되지 않는 말들의 조합이기 때문입니다. 카풀은 출퇴근 시간대 차량을 함께 타고 운행하는 행태를 말합니다. 그냥 봐도 두 명 이상이 차량에 올라타는 구조인데 이것이 어떻게 개인 플랫폼과 연결될 수 있을까? 혼란에 빠진 상태에서 머리속으로 이런저런 시나리오를 떠올리는 찰라, 관계자는 마치 궁예의 독심술이라도 쓴 듯 다음 말을 이어갑니다.

"이해가 되지 않으시죠? 하지만 관점을 바꿔서 생각해야 합니다. 철저하게 이용자, 즉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세요. 답이 나옵니다"

   
 


소유의 개념이 사라진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최근 미국의 리프트와 중국의 디디추싱, 인도의 올라택시와 동남아시아의 그랩택시 등에 투자한 상태에서 우버 지분 투자를 염두에 둔 발언을 했습니다.

7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 실적발표 현장에서 "(지분투자와 관련해) 우버와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행보는 철저하게 '반 우버전선'의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트래비스 칼라닉이 물러난 '끝판대장' 우버까지 휘어잡겠다는 뜻일까요? 그 철저한 식성에는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물론 소프트뱅크의 차량공유 시장 진출은 일차적인 수익보다 그 과정에서 연계할 수 있는 빅데이터 확보, O2O를 중심으로 전개할 수 있는 위치기반서비스 가능성 타진으로 봐야 합니다. 그러나 차량공유 시장의 잠재력은 그 이상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어요.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우리는 흔히 공유경제와 온디맨드를 혼용합니다. 하지만 공유경제는 철저한 소비의 관점이기 때문에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설명할 수 없어요. 그런 이유로 엄밀히 말해 '공유경제 기업'이라는 말은 성립될 수 없습니다. 사회적 기업이 아닌 이상 모든 기업은 영리를 추구할 수 밖에 없으며 소비의 방식인 공유경제는 시작부터 어울릴 수 없는 개념이라는 뜻입니다.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출처=위키디피아

온라인에 기반을 둔 사업자가 모바일 기술 등을 중심으로 오프라인과 연결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은 공유경제 기업이 아니라 온디맨드 기업에 가깝습니다.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며 일차적으로는 수수료, 이차적으로는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방식입니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수요가 생기면 공급을 열어주는 방식은 노동시장의 재앙이 될 소지가 있지만,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고요. 일단 온디맨드 기업이라는 전제를 세운 후 다음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여기서 범위를 좁혀 온디맨드 기업의 자동차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 온디맨드 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답이 나옵니다. 이들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모두가 자동차를 가진다면 번거럽게 카셰어링을 할 이유가 없잖아요? 우버와 리프트, 디디추싱 등은 기본적으로 완성차 업체의 대척점에 설 수 밖에 없습니다.

   
▲ 디디추싱과 우버. 출처=뉴시스

그렇다면 우버와 리프트, 디디추싱이 원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가정을 해 봅시다. 자동차는 한정적이에요. 그런데 사람들은 이동해야 합니다. 어떻게 될까요? A라는 사람이 화곡동에서 오전 8시 38분 출발해 용산에 도착해야 한다면? 스마트폰을 꺼내 우버를 부릅니다. 8시 38분에 자동차가 와요. 타고 용산으로 갑니다. 끝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어떻습니까? '철저한 개인화 플랫폼'이 아닙니까?

왜냐고요?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방식이지만, 사용 그 자체는 철저하게 A에게 맞춰지는 개념입니다. 8시 37분도, 8시 39분도 아닌 8시 38분에 출발하는 자동차를 타고 내 뜻대로 이동하는 시대. 바로 이것이 카풀 업체 관계자가 말한 '고객 입장에서 자동차 플랫폼의 철저한 개인화 플랫폼'입니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자율주행차 경쟁력이 붙으며 분위기는 더욱 고조됩니다. 이제 운전기사도 필요없어요. 시간은 더욱 정확해지고 고객의 개인 플랫폼 사용자 경험은 더욱 강력해집니다.

하지만 일말의 의문이 남기는 합니다. "그냥 차량을 구입해서 쓰면 순도 100%의 개인화 플랫폼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이에요. 맞습니다. 그러나 이 질문은 '왜 공유의 방식이 각광을 받는가'라는 대전제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모두가 차량을 구입해 사용하는 시대가 오면 그 시대는 유토피아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한계가 명확해지며 모두가 차량을 공급하기 어려워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공유경제라는 소비의 방식이 왜 부상했을까요? 공유하는 것이 편해서? 아닙니다. 공유하는 것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버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극에 달했던 2009년 세계에서 두번째로 경제적 불평등이 심했던 샌프란시스코에서 탄생했습니다. 시대가 공유를 원하고 있으며, 똑똑한 기업들은 그 틈바구니에서 공유를 철저한 개인화 플랫폼으로 변신시키고 있는 겁니다.

   
▲ 애플카 컨셉 이미지. 출처=캡처

원스톱 솔루션까지 노린다
쏘카와 그린카는 물론 우버와 리프트, 디디추싱은 모두 온디맨드 기업으로 분류됩니다. 수요가 생기는 순간 공급을 발생시키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자율주행차 기술까지 동원해 차량을 소유에서 공유의 영역으로 옮겨오고 개인화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이렇게 되면 완성차 업체는 재앙에 빠집니다. 방금 말한 그 어떤 과정에도 차량의 공급에 따른 고객의 소유라는 개념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완성차 업체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크게 두가지 입니다. 먼저 협력하는 것. 피아트 크라이슬러는 구글의 알파벳과 협력해 자율주행차 기술에 매진하고 있으며 토요타는 우버와 만났습니다.

볼보도 우버와 손을 잡았고 다임러는 카림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차라는 기술이 큰 그림으로 보면 자동차의 철저한 개인화 플랫폼으로 수렴되기 때문에, 하단의 기술단에서 강력한 노하우를 가진 완성차 업체들이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입니다. 이는 바꿔말하면 일정정도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최적의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다른 하나는 아예 카셰어링에 뛰어드는 겁니다. 현대차는 오는 9월부터 현대캐피탈과 딜카라는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기아차는 위블을 출범하며 카셰어링 시장에 뛰어들었어요. 미국의 GM은 이미 메이븐이라는 카셰어링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의 카셰어링 시장 진출은 다소 미온적입니다. 왜?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카셰어링 자체가 자동차의 공유를 전제로 하고, 1인 1 자동차를 뜻하는 마이카 패러다임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공유의 개념이 짙어지며 자동차를 '나누는' 시대가 자율주행차와 같은 기술의 발전으로 개인화 플랫폼에 가까워진다면 완성차 업체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겁니다.

심지어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인프라를 원스톱 패키지 솔루션으로 묶으려는 시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카카오가 최근 분사시킨 스마트 모빌리티가 대표적이에요. 이들은 자체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은 상태에서 택시(카카오택시), 대리운전(카카오드라이버), 지도(카카오내비), 주차장(카카오파킹) 등 대부분의 자동차 관련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플랫폼 사업자가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인프라를 휘어잡는 시대. 이렇게 되면 내 자동차가 없어도 더욱 확실한 개인화 플랫폼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제 용산으로 8시 38분에 출발하는 것은 일도 아니에요. 8시 38분에 출발해 최단경로로 용산으로 가 지정된 주차장에 들어가는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지원되니까요. 심지어 결제도 자동, 정산도 자동입니다. 어떻게? 고객이 원하는 대로.

맞습니다. 아직 카셰어링 시장이 성장하지 못했고, 또 돈을 버는 사업자는 없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카셰어링 시장 자체를 경계하고 더욱 배워야 합니다. 소유를 부정하고 공유를 택하는 순간, 그러면서 개인화 플랫폼을 원스톱 패키지 솔루션으로 제공하려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 기아차 위블 서비스. 출처=기아차

묘하지만 통신사와 ICT 플랫폼 사업자의 신경전이 오버랩됩니다. 통신사는 네트워크를 제공하지만 돈을 버는 것은 페이스북과 구글, 네이버와 카카오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입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화가 납니다. 탈 통신을 외치며 활로를 찾는 한편 네트워크에 올라탄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비용을 더 내라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있는 가계통신비 인하 정국에서 통신사들이 공동부담론을 꺼내들며 정부는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까지 끌어들이는 것 보세요. 그만큼 초조하다는 뜻입니다.

자동차 업계도 비슷한 장면이 재연될 수 있습니다. 자동차라는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사업의 과실은 공유와 개인화 플랫폼을 내세운 카셰어링 업체들이 가져가는 시대가 올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 공급을 임의로 조절하는 망 중립성, 아니 카 중립성 논란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 있습니까?

물론 B2B와 B2C의 차이를 인정해야 하지만 이러한 거친 비유가 나름 설득력을 얻는 것은 그 만큼 완성차 업체 상황이 나쁘다는 뜻과 일맥상통합니다.

명심해야 합니다. 판이 뒤집히는 것은 단 한순간입니다. 우리는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하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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