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TV나 라디오 등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뇌졸중의 증상이 잘 알려져 있다. 뇌졸중 증상이 처음 발생한 이후 얼마나 병원에 빨리 도착하느냐에 따라 예후가 달라진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만큼 일반 대중에게 뇌혈관 질환에 대한 의료 교육 및 홍보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한쪽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증상, 감각이 어둔하거나 저린 증상, 극심한 두통이나 어지러움, 의식혼미 등이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뇌졸중의 증상이다.

그렇다면 흔하게 알려져 있지 않은, 하지만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 할 뇌졸중의 증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이러한 증상들 중에서 안과적, 혹은 이비인후과적 질환을 의심해 해당 병원을 먼저 방문하게 되는 뇌졸중에 대해 살펴보겠다.

70대 남성 환자가 사물이 갑자기 두 개로 보인다고 해서 진료실에 방문했다. 환자는 좌측으로 볼 때는 괜찮으나, 우측을 볼 때 사물이 두 개로 겹쳐 보이는 증상을 호소했다. 환자는 안과를 먼저 방문해 검사를 시행한 후 안구와 시신경, 안구 근육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듣고 필자의 진료실로 내원한 것이다.

신경학적 검사상에서 환자를 우측으로 보게 했을 때 좌안이 눈의 가운데에서 더 이상 우측으로 움직이지 않고 고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밖에 신경학적 증상을 종합해 ‘좌측 안쪽세로다발(MLF)’의 병변임을 짐작하고 뇌 MRI를 시행해 ‘교뇌’의 뇌경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복시(겹쳐 보임) 증상처럼 안과적 문제인 줄 알고 처음에 안과를 방문하게 되는 뇌졸중의 또 다른 안과적 증상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60대 여성 환자가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해 진료실을 방문했다. 환자의 시력 자체는 문제가 없었으나 환자의 오른쪽에 있는 사물들이 흐릿하게 보인다고 호소했다. 이 환자 역시 안과를 먼저 방문해 시야검사를 시행한 후 우측 시야의 결손을 확인하고 뇌병변을 의심해 신경과로 의뢰되었다. 양안의 우측 시야결손, 즉 오른쪽 눈의 오른쪽 시야와 왼쪽 눈의 오른쪽 시야에 결손이 생긴 것이다. 뇌경색을 강하게 의심하고 뇌 MRI를 시행해 좌측 후두엽의 뇌경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게 두 눈의 시야 증상 말고도 한쪽 눈만 흐려지는 뇌졸중의 전조 증상이 있다. 이는 ‘일과성단안시각상실’로 불리며 심장에서 뇌로 가는 혈관 중 가장 중요한 동맥 중 하나인 내경동맥의 심한 협착으로 인해 눈으로 가는 동맥의 순환장애에 의해 발생하는 증상이다.

한 환자가 갑자기 왼쪽 눈의 전체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을 수 분~수 십 분간 경험한 후 안과를 방문했다. 마찬가지로 눈 자체의 원인은 없어 신경과로 의뢰되었으며, 뇌 MRI상에서 다행히 급성 뇌경색은 없었으나 증상이 있었던 왼쪽 내경동맥의 심한 협착을 확인하고 스텐트 삽입술과 같은 중재적 시술을 통해 뇌경색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었다.

위와 같은 복시, 시야결손 증상 외에도 눈꺼풀 처짐, 안진이라 불리는 눈떨림 증상 등이 뇌졸중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과적 증상이라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증상 발생 시 안과적 진료뿐만 아니라 반드시 신경과를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뇌졸중에 동반된 증상 중 이비인후과적인 증상 단독으로 오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 이비인후과적 증상과 어지러움, 감각증상, 보행실조 등의 신경학적 결손이 함께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갑자기 음식을 삼킬 수 없는 연하곤란이나 별다른 원인 없이 목소리가 쉬는 경우, 딸꾹질이 나서 멈추지 않는 경우, 혀의 마비증상 같은 구강 증상이 숨골이라 불리는 ‘연수’의 뇌경색에서 동반될 수 있다.

또한 청력 소실이나 이명, 이충만감(귀의 먹먹함) 등이 소뇌경색에서 동반될 수 있는 귀의 증상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는 단독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며 어지러움, 보행장애, 운동실조(運動失調), 자세 불안정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비인후과적 증상이 뇌졸중의 전조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이러한 귀, 구강의 증상 또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뇌혈관 질환의 주요한 증상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