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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태산 서평] “잠시 멈추라 그리고 담대히 뛰어들라”

주태산 joots@econovill.com

기사승인 2017.08.12  14: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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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고마워> 토머스 프리드먼 지음, 장경덕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늦어서 고마워(Thank you for being late)”는 어느 날 약속 장소에 늦게 나타난 친구에게 저자가 무심코 던진 말이다. 친구가 늦은 덕분에 이 숨 가쁘게 돌아가는 현실 속에서 잠시나마 뭔가를 숙고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기증 나는 세상의 변화를 관찰하고 변화에 적응할 대안을 제시한다. 부제가 ‘가속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낙관주의자의 안내서’이다. 저자에 따르면, 오늘날 세계는 3가지 힘에 이끌려 폭발적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바로 ▲컴퓨팅 기술 발달 ▲세계화 ▲자연 환경이다. 저자는 현재를 ‘가속의 시대(Age of Acceleration)’라고 명명하면서 먼저 우리의 일터, 정치, 지정학, 윤리, 공동체의 급변상황을 살핀다.

기술의 발달 측면에서 볼 때 가속화 시대는 2007년이 개막년도인 듯하다. 그해 마이크로칩에 비(非)실리콘 소재가 도입되었고, 그해를 전후로 아이폰, 트위터, 킨들, 안드로이드, 깃허브, 하둡, 에어비앤비, IBM 왓슨(인공지능 컴퓨터의 시초) 등이 쏟아져 나왔다. 전 세계를 하나로 잇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들 기술의 발전 속도를 한층 높여준 플랫폼이었다. 저자는 2007년을 빈티지 연도(Vintage Year)라고 부른다.

이후 기술은 가속을 거듭했다. 이미 인공지능 컴퓨터는 인간을 이겼고, 자동차는 운전자 없이도 스스로 달린다. 화성식민지 건설은 현실적 이슈가 됐다. 사람들은 SF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들을 지금 ‘목격’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세계화의 속도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세계화의 의미는 더 이상 상품·서비스 교역과 금융거래로 한정되지 않는다. 개인이나 기업이 세계를 무대로 경쟁하고, 연결하고, 거래하고, 협력하는 능력을 의미하게 됐다.

스마트폰과 클라우드(저자는 이를 ‘슈퍼노바(초신성)’이라 부른다)를 매개로 하는 디지털의 흐름은 우정, 뉴스, 전자상거래, 금융, 교육, 정치 등 모든 것을 실어 나르면서 세계를 ‘지나치게’ 가깝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흐름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 상업적 에너지의 결정적 원천이 되는 세계에서 홀로 떨어져 나와 벽을 세우겠다는 것은 결코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변화 앞에서 물러서면 도태할 뿐이다.

기술 변화와 세계화의 가속화가 대자연에 어떠한 변화를 야기했는지는 누구나 쉽게 느낄 수 있다. 자연에는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과 한여름의 폭설 같은 이상 기후, 산림 파괴로 인한 대기 이상, 바다의 산성화,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는 대규모 멸종 사태를 보면 지구 안정성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알 수 있다.

대안은 무엇인가. 저자는 “마치 급류에서 계속 노를 저으며 물결을 타는 것처럼, 변화를 관리하는 일 또한 마찬가지 원리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환경 변화만큼 빠른 속도로 노를 젓는 ‘역동적 안정성’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모든 일에서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정부와 기업, 한 사회를 이루는 공동체 전부에게 해당되는 주문이다.

이제 우리는 가속의 시대에 걸맞은 일터와 정치, 지정학, 윤리, 공동체를 상상하고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일터에서는 인간이 정확히 무엇을 기계보다 더 잘할 수 있고, 무엇을 기계와 ‘함께’ 잘할 수 있는지 확인해 사람들이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정치 영역에서는 냉전 시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전통적인 좌파-우파 정당 체제를 조정함으로써 정당들이 사회적 복원력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정학적으로는, 약한 나라는 절벽으로 내몰고 강한 나라는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세계적 상황을 전 지구적 차원에서 관리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도덕의 혁신도 필요하다. 개인의 힘과 기계의 힘이 너무나 커지는 바람에 인류는 거의 신과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순간에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는 가치를 모두에게 확산할 수 있는지 찾아내야 한다. 사회적 혁신도 필요하다. 다양한 인구 구성을 촉진하고 정착시키며 더 건강한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 새로운 사회계약을 맺고 평생학습 기회를 만들며, 정부-민간의 파트너십을 확장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은 퓰리처상을 3차례 수상한 <뉴욕타임스>의 명칼럼니스트이다. 그는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세계는 평평하다> <코드 그린: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 등 국제질서와 외교관계, 세계화 문제에 관해 통찰력 있는 명저를 펴낸 작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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