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을 입는 방법을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검색 몇 번, 마우스 클릭 몇 차례만으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여자의 경우 한복을 입는 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저고리와 한복치마, 속치마(페티코트), 속바지, 버선을 준비한다. 우선 속바지를 입고, 속치마 후크를 앞으로 오게 입는다. 치마의 조끼허리(어깨끈이 조끼처럼 붙어있는 하얀 천으로 만든 부분)에 두 팔을 끼우고, 자락이 왼쪽으로 오도록 끈을 당겨 매듭을 짓는다. 그리고 저고리를 입는다. 안을 잘 여며 겉섶의 위치를 조정하고, 이때 고름을 맨다. 보통 오른쪽에 달려 있는 고름이 왼쪽보다 길다. 오른쪽 고름을 왼쪽 고름 위에 겹쳐 두고 고를 만들어 여미면 된다. 그리고 어깨 부분에 팔자 주름을 잡는다. 여기에 버선을 신어주면 된다.

그러고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흔히 ‘한복’이라는 것에 필수로 포함하던 것들을 생략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흔히 전통한복을 맞출 때, 속적삼이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한복 부속 간소화와 비용문제로 인해 빠지게 되었다. 물론 세트로 받는 속적삼은 대부분 화학섬유로 만든 것이라 통풍이 잘 안 되고 덥거나 답답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있어도 안 입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여성 한복은 속옷이 발달한 옷이었다. 위에는 대자(가슴가리개, 최근에는 말기대로 지칭), 한삼, 적삼, 아래에는 속곳에서 속속곳, 단속곳, 너른바지, 무족치마, 웃무족이, 대슘치마, 무지기치마 등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풍성한 치마의 모양을 살리기 위해 속옷을 여러 겹 겹쳐 입었다. 지금은 다양한 속옷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으며 실제 한복시장에서 판매하는 속옷은 속적삼, 속바지, 바꾸어 만든 단속곳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필자는 한복의 매력을 세 가지로 꼽는다. 이는 한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과거에 입었던 것처럼 모든 것들을 갖춰 입기는 어렵겠지만, 현대의 한복을 입을 때, 보다 특별하게 입고 싶다면 위에 나타난 세 가지 관점을 생각해 보기를 추천한다.

첫 번째, 입는 사람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한복,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는 한복. 한복을 입을 때 이 관점을 느껴보려면 자신의 얼굴빛, 분위기에 잘 맞는 배색을 찾아야 한다. 이는 전통적인 배색과 다른 관점으로, 일종의 퍼스널 컬러 즉, 자신에게 어울리며 좋아하는 색감을 이른다. 또한 자신의 몸에 잘 맞는 크기로 한복을 지어야 한다. 흔히 전통 한복 하면 저고리를 입은 등 뒤가 뜨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잘 만든 한복이라면 등과 저고리 사이에 손가락 두 개 정도 들어가게 짓는다(물론 취향에 따라 딱 맞게 짓는 경우도 있다). 낯빛과 옷감의 배색의 어울림은 입는 이의 분위기를 결정한다.

두 번째, 전통적 매력(아날로그)을 느낄 수 있다. 흔히 전통, 한복이라고 하면 복잡하고 어려우며 번거롭거나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여기기 쉽지만, 전통과 아날로그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그 지점이다. 저렴한 서비스와 고가의 서비스를 생각해보면 된다. 자신에게 딱 맞는 ‘맞춤’ 서비스와 결과물을 위해 기다리는 시간과 여유가 필요하다. 빨리 제작되고 빨리 제공되는 디지털 시대의 분위기와는 정반대 방향이다. 나는 누구인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든 것이 휙휙 지난다. 사유와 고찰을 할 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 그런 찰나의 시간을 산다. 하지만 한복을 입는 ‘느린’ 시간은 우리가 놓친 시간을 선물로 선사한다. 대자를 입으며, 치마끈을 여미며 심장 소리를 느낀다. 안고름과 겉고름을 매며 거칠었던 호흡을 정돈하고 팔자 주름을 잡으면 드디어 ‘잘 매만진’ 인격의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벌어졌던 발가락은 버선 속에 고이 모아 넣으며 ‘이 옷’만을 위해 존재하는 꽃신, 당혜, 흑혜도 신어본다. 모든 과정은 시간이 걸리고 느리다.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그렇게 입어야 빛을 발한다.

세 번째, 과거와 현재, 미래가 살아 있는 옷이다. 현재 우리가 입는 ‘전통한복’은 완전히 전통적이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현대적이지도 않다. 흔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옷감’도 화학섬유가 포함된 ‘혼방’ 제품이 많이 나와 있다. 완전히 전통 방식으로 만든 실크에, 전통방식으로 염색해 만든 옷감으로 한복을 지어 입는 경우는 굉장히 특별한 경우다. 과거에는 무명으로도 한복을 지어 입었는데 이는 지금의 면, 혹은 목과 비슷하다. 면으로 한복을 지어 입는 경우, 무조건 개량한복이나 생활한복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도 정확한 분류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전통적인 문양과 현대적인 패턴이 다르게 나타난다.

 

한복의 형태도 고정된 것이 아니다. 15~16세기에는 옷감을 최대한 많이 사용한 형태의 한복이, 18세기에는 몸에 딱 맞게 만든 한복이 만들어졌고, 붕어배래와 A형 세모꼴 치마 형태는 19세기 들어 유행했다. 위에 언급했던 조끼허리도 ‘개량한복’이라는 개념이 생긴 후 나타났다. 어깨끈 없이 풀치마 형태로만 되어 있었던 치마에 누군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넣어 만든 결과물일 것이다. 최근 속치마의 변화도 재미있다. 2010년 즈음만 하더라도 원피스 형태의 페티코트형 속치마만 입는 분위기였으나 최근에는 허리속치마, 캉캉속치마, 샤넬속치마 등 옷감과 특성이 조금씩 다른 제품들이 인기다. 전통적인 단속곳의 경우, 사료에는 바지 형태로만 남아있으나, 최근 한복 마니아들이 선택하는 단속곳의 경우, 바지속곳과 조끼허리가 이어져 있으며, 단속곳과 너른바지가 섞인 모습이다. 과거의 고민과 현대의 복장 스타일과 어쩌면 미래 우리 아이들이 입을 전통 옷의 모습이 한 벌에 담겨 있다. 17세기 한복과, 20세기 한복의 모습은 확실히 다르다. 한복은 이제까지 변화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복은 번거롭고 거추장스러운 옷이다. 알아야 할 것이 많고 신경 쓸 것도 많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고, 가치가 있는 옷이다. 많은 시간과 역사적 흐름 속에 다양한 아이디어와 새로운 시도가 담긴 지금의 ‘한복’. 혼인 예식 30분~1시간을 위해 몇백만원을 들여 대여하는 웨딩드레스처럼, 입는 순간 자신을 중요하고 가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한복의 매력을 함께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