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매치기 사건 발생 수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소매치기 발생 건수는 2012년 1941건에서 2016년 1046건으로 거의 절반인 41.6%(895건)나 떨어졌다. 이는 사람들이 평소 현금 소지량이 줄어들고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범죄 발생 수가 줄어든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만약 소매치기가 카드를 훔쳐 사용한다 해도 소비자는 재빠르게 분실신고가 가능하고, 분실신고에 접수된 카드는 소매치기의 위치를 금방 탄로나게 만들어 사용이 어렵다. 게다가 지갑에 현금을 넣고 다니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소매치기가 지갑을 훔쳐도 ‘허탕’을 치는 일이 많아졌다. 한 영화 카메라 감독은 최근에는 소매치기를 소재로 촬영하기도 모호해 다른 소재를 쇼트에 집어넣기도 한다고 말한다.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 소재로 등장하던 소매치기는 4차 산업의 일환인 핀테크가 발달하면서 그 숫자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카드와 생체인식을 통한 결제방법으로 인해 지갑의 한편을 차지했던 현금은 핀테크에 의한 금융산업 발달로 인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예전에는 지갑의 두께가 부의 척도를 나타내는 관용적 표현으로 쓰였지만, 이제 핀테크로 인해 돈이 많은 사람을 지칭했던 ‘지갑이 두껍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게 됐다. 핀테크는 우리의 지갑을 얇게, 주머니를 좀 더 가볍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보험, 신용카드 등을 망라한 대부분의 금융업에서 최신 기술과 금융이 결합해 탄생한 핀테크는 현재 각종 미디어는 물론 실생활에서도 간편 결제 시스템 등을 통해 흔하게 접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범주 안에 핀테크는 변화를 일궈내고 있다. 이처럼 4차 산업범주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고 변화할 산업은 금융이고, 이를 핀테크가 뒷받침하고 있다.

 

핀테크는 이미 조준당하고 있었다

핀테크는 꽤 오래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핀테크산업협회를 비롯해 기관과 여러 기업이 관심을 두고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적인 핀테크 산업 추세에서 미국은 애플페이와 안드로이드 페이 등 거대 IT기업에서 모바일 결제를 주도하고 있다. 전 세계 핀테크 기업의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탄생했고, 핀테크 역량 또한 가장 앞서 있는 나라다. 아마존과 같은 거대 온라인 커머스 기업과 더불어 오프라인 소매점 수를 고려하면 핀테크의 영향력을 가장 크게 발휘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돼 있다.

중국에서는 알리페이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알리페이는 중국 관광객들이 우리나라에서 결제 시스템으로 이용할 정도로 활성화되어 있다. 중국 내에서는 온라인 결제 점유율이 50%가 넘을 정도로 가입자가 수억명에 달하는 대표적인 결제 수단이다. 오랜 금융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 런던을 비롯해 유럽에서도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비중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국내에도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몇몇 핀테크 업체와 더불어, 핀테크 산업에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핀테크 산업의 일환인 모바일 간편 결제 시장은 전체 규모가 작년 한 해 6조원에 육박해 최근 2년 사이 5배나 성장했다. 예전만큼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추세가 확대되면서 신용카드는 물론 간편결제 시장도 고속 성장하고 있다.

모바일 앱카드로 결제하는 것이 빠르고 손쉬운 결제 수단이 되면서 모바일 결제 시장은 신용카드사들이 견제함과 동시에 집중해야 할 중요한 시장이 됐다. 모바일 앱카드는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온, 오프라인에서 신용카드가 없더라도 바로 결제할 수 있기에 전체 규모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금융업계는 핀테크를 이용해 다양한 산업 변화를 주도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신용카드는 지속 가능한 사업이 가능할지를 검토해야 할 정도로 위기에 부딪혔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최고금리 인하 등 여러 수익률 감소를 불러오는 정책들로 인해 신용카드사의 위기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게다가 인터넷 은행의 등장은 물론 국내외 기업들의 전용 모바일 페이와 같은 간편결제 시장 활성화는 신용카드사에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촉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떻게 핀테크를 맞이해야 할까

신용카드 업계의 위기는 회사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기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얼마나 핀테크를 잘 활용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빅데이터와 블록체인, 인공지능은 물론 생체인증과 같은 새로운 기술의 조화를 통해 중금리 대출, 수수료, 플라스틱 카드, 카드 포인트 등 전통적인 신용카드 비즈니스에서 탈피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신용카드는 핀테크를 가장 자유롭게 접목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신용카드사들은 ‘디지털 전략’을 주도하고 있으며 IT와 관련된 부서들을 신설하거나 확장하면서 핀테크 산업을 이용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부는 국내 통신사나 각종 대학, IT업체와 협력해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은 물론 PG사를 설립하는 등 핀테크 기반으로 결제시장에 사업역량을 모으고 있다.

앞으로 핀테크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신용카드를 발전시킬지 모른다. 다만 금융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 인공지능, 머신러닝, 블록체인 등 다양한 기술들이 이미 많이 연구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신용카드 업계는 고객이 가장 직접 체험하고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생체인식 기술에 조금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생체인식 기술은 그 어떤 기술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금융서비스에 적용되고 있다. 더불어 비대면 거래에 있어 본인 확인이 가장 안전하고 빠른 방식이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이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일부 기업도 생체인식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 갤럭시 S8에 탑재되면서 화제를 불러온 홍채인식은 물론 롯데카드의 손바닥 정맥을 이용한 결제 시스템이 그 예다.

자카드가 2016년에 발표한 비자바이오메트릭스스터디(Visa Biometrics Study 2016)라는 연구조사에 따르면 유럽 소비자의 3분의 2는 결제 방식으로 생체인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비자카드는 많은 응답자는 생체인식 기술로 결제가 안전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자카드의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인터뷰 대상자의 3분의 1이 결제 프로세스에서 보안 관련 이슈로 온라인 구매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문 인식은 인터뷰 대상자 중 81%가 가장 안전한 인증 형태로 생각한다고 밝혔고, 홍채인식(76%)이 그 뒤를 따랐다. 또 비자카드는 조사에서 1만4000명의 참가자 중 거의 절반이 온라인으로 상품을 구매할 때 여러 형태의 생체 인증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 소비자가 선호하는 생체인식 결제 시스템 조사 결과 지문인식이 53%로 가장 선호됐다. 이 다음은 핀번호와 생체인식 시스템을 조합한 결제(39%)와 홍체인식(23%)순이다. 현재 글로벌 여신업계들는 생체인식 결제에 대해 대처할 준비를 하며 세계 각지의 IT 인력을 금융업계로 끌어모으고 있다.

금융업은 물론 IT업계도 생체인식 결제 시스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구글 홈페이지에 등장하는 한 여성은 마트 결제코너 앞에서 “I will pay with Google”이라고 말한다. 이는 음성과 휴대폰 위치 정보, 얼굴 인식을 통해 사람을 식별해 실시하는 결제 시스템을 소개하는 이미지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보 식별을 이용해 결제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일대에서 시범운영을 마친 이 ‘핸즈프리’ 간편결제 시스템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음성인식과 안면인식을 접목했고 여기에 머신러닝을 통해 결제방식과 정확도의 수준을 끌어올릴 전망이다. 구글은 핸즈프리를 언급하면서 자사 블로그에 “앞으로 마트 계산대 앞에서 신용카드를 꺼내기 위해 가방을 뒤질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보면 구글의 업종이 무엇인지 참 궁금한 노릇이다.

 

‘손맛’… 아날로그 잊지 말아야

만약 우리나라 신용카드사가 기존의 카드 수수료와 중금리 대출을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한다면 앞으로 여신업계의 밝은 전망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지금까지 쌓아온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평가 모델을 한층 업그레이드하고 인공지능과 생체인식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한다면 신용카드 혜택 선정 수준, 빠르고 간편한 결제, 강화된 보안을 제공해 업계 경쟁력을 강화할 기반이 될 수 있다.

마스터카드가 2012년 디스플레이 방식의 신용카드를 출시하고 올해는 지문인식 신용카드를 선보이는 등 플라스틱 카드 자체로 기술 혁신을 지속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 카드사 역시 모바일 결제시장이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탈피하고 핀테크를 활용해 나가는 일은 이미 업계 내에서 정설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아날로그 감성’이다. 핀테크를 통해 많은 신용카드 회사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꾸려내고 있지만, 긁는 맛과 멋진 디자인을 지닌 플라스틱 카드와 지금의 결제 방식을 선호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핀테크를 이용한 결제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는 결코 적지 않다. 게다가 급격한 기술의 변화는 거부감과 의구심을 자아낼 수 있다. 마치 카카오뱅크에 가입하고 통장이 없다며 불평하는 50~60대 어르신처럼 말이다.

모바일 결제와 생체인식 결제는 분명 수많은 개발자가 이뤄낸 큰 성과이긴 하다. 다만 우리나라 신용카드사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고, 익숙한 이들에게는 파격적인 변화와 혁신을 선사하며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안겨줄 수 있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소비자는 앞으로 우리나라 신용카드사가 얼마나 발전할지 궁금하다면 자신의 지갑이 어떻게 얇아지는지를 눈여겨보면 될 것이다. 아니, 아예 없어질 수도 있다. 만약 지갑에 두둑이 현금을 넣고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면 핀테크를 맞이할 채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엄청난 속도로 우리의 일상에 은밀히 침투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