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퍼포먼스는 우리의 라이프 중에서도 가장 밀접한 요소 중에 하나인 요리 퍼포먼스다. 특히, 요즘은 TV를 켜면 요리 채널은 빠짐없이 구성되어 어디서도 쉽게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 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굉장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범주였던 주방이라는 공간에서 이제는 실제로 무대로 옮겨져 와서 하나의 굉장한 볼거리가 된 것이다. 또한 주방을 책임지는 쉐프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군 중에서 하나에 속하게 되었다. 쉐프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쉐프들의 주방을 수놓는 화려한 요리 퍼포먼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마치 한편의 예술적 행위를 보는 것 같다. 그리고 관객들은 그들의 퍼포먼스에 경이를 표하며, 행위의 결과물인 요리를 직접 따라서 해보기도 한다.

그 뿐만 아니다. 요리는 즐기는 방식도 또 하나의 요리 퍼포먼스가 되었다. 그 요리만의 식재료와 특징을 제대로 포착하여 명명된 하나의 디쉬을 얼마나 먹음직스럽게 먹는가에 대한, 얼마나 맛있어 보이게 표현하는 가에 대한 스토리가 핫 이슈가 된 것이다. 예쁜 연예인이 맛있는 요리를 찾아 다니며, 얼마나 맛있게 먹느냐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도 일상적으로도 ‘먹방’이라는 단어를 사용해가며 스스로 ‘일반인 우리’의 퍼포먼스에 주인공을 자처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의 삶 속에서 의식적인 행위 중 하나였던 요리는 어느새 예술적 행위와 경험, 표현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맛있는 퍼포먼스로 완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요리 퍼포먼스는 개인의 주방에서 공공의 주방으로 그 관심을 대대적으로 확장시킬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이유는, 요리가 퍼포먼스의 특징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실행의 의미를 지닌 퍼포먼스의 다른 예술 매체와 차별화된 가장 중요한 특징이 바로 결과보다는 과정 중심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과정이 동반되지 않은 결과물은 퍼포먼스로서의 그 의미가 없다. 요리도 그렇다. 과정 속에서 식재료가 달라지거나 혹은 음식을 조리하면서 시간이 달라지거나 방법이 달라짐으로 인해 완전히 다른 요리로 접시에 담기게 된다.

먹방이라는 단어가 신조어가 된 것처럼 요리 퍼포먼스는 요리를 만드는 행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요리를 즐기는 과정 또한 굉장한 퍼포먼스이며, 그 행위로 인해 타인과의 적극적인 소통 매개체가 된다는 것이 바로 두 번째 이유이다. 한 접시, 한 접시에 저마다의 의미를 새기고, 육즙에 딱 알맞은 마리아쥬 레드 와인이 담긴 와인잔을 흔든다. 파인다이닝(Fine Dining)에 가서 테이스팅 메뉴를 하나씩 정성스레 사진을 찍어 개인의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 포스팅 하는 것도 행위가 그렇다. 유명한 스타 쉐프의 형형색색의 요리들을 맛보고 멋보고 포스팅한다. 레스토랑 내의 인테리어나 소품은 덤이다. 오랜 시간 한자리에 앉아 코스요리를 맛보며 그 시간을 즐기는 것. 이것 또한 현대적 의미의 요리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고 이러한 퍼포먼스는 분명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현저히 바꿔놓았다.

한국이 급성장을 하며 이러한 음식 문화와 공유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면, 이미 외국에서는 요리 퍼포먼스가 상품화 되어 있다고 할 정도로 여러 가지 면에서 질적으로 우수하다.

뉴욕에는 센트럴파크의 시작점인 콜럼버스 서클이 내려다보이는 퍼 세이(Per Se)라는 프렌치 레스토랑이 있다. 미슐랭 3스타 쉐프에 빛나는 토마스 켈러(Thomas Keller)가 오너쉐프로 운영하는 이 레스토랑은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황홀한 4시간을 선사한다. 퍼 세이는 관객에게 단순히 프랜치 요리를 통한 혀끝의 황홀경만을 제공한 것이 아니다.

뉴욕의 중심부인 타임워너센터 4층에 위치하고 있는 퍼 세이 레스토랑에 입장하면 통유리를 통해 센트럴파크가 한 눈에 보이며 이미 마음을 한번 뺏긴다. 코스요리의 서빙이 시작되면 그 다채로운 요리의 향연에 마치 엄청난 예술작품을 마주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다. 눈과 귀, 코와 입이 즐겁다. 이미 그 무렵부터 예술과 라이프의 경계성은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그 곳에서 그날의 한끼 식사는 오롯이 한편의 완벽한 종합예술을 체험한 듯한 경험으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퍼 세이에서는 메인 요리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최고의 디저트 마저도 역시 코스로 제공된다. 그리고 남은 디저트와 특별 쿠키까지 포장되어 선물된다. 포장에는 퍼 세이에서 즐긴 자연친화적 식재료에 관한 설명 책자도 포함된다. 이렇게 일종의 에프터 서비스까지도 너무할 정도로 친절한 것이다.

퍼 세이는 뉴욕에서 가장 비싼 레스토랑임에도 불구하고 6개월 후까지도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많다. 특별한 경험을 위해 지불하는 금액은 문제가 아니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하이클래스 문화와 한 접시 한 접시에 담긴 쉐프의 깊은 철학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훌륭한 대접에 대한 찬사와 경이로운 경험을 쉐어하지 않고는 참을 수 없다.

완벽한 오감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파인다이닝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일본에는 고객이 직접 요리하는 컨셉의 ‘쿠시야 모노가타리’라는 튀김 레스토랑 체인점이 있다. 또한, 내가 직접 낚시를 한 생선을 바로 회로 먹을 수 있는 체험을 더한 레스토랑도 있다. 행위를 통한 경험, 그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 그리고 자신의 감상을 타인에게 공유하고 느끼는 만족함 등 종래와 다른 방식의 신선함은 고객 및 관객의 마음 속에 커다랗게 저장되는 것이다. 따라서 ‘일반인 우리’로부터 그저 그런 ‘한끼 식사’가 아닌 예술적 경험의 ‘요리 퍼포먼스’로 우리는 옮아가고 이러한 변화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됐다. 바로 우리 삶에 가장 밀접했던 필수 요소는 이제 하나의 예술적 경험으로 개전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