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제9편 행군편(行軍篇)은 군대를 이동시킬 때 지형을 잘 살펴서 지형에 맞게 움직여야 함을 강조하면서, 주변 사물의 움직임을 살펴서 적의 동태를 파악하거나 적의 상태를 살펴서 적의 상황을 분석하는 요령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갑자기 새가 나는 것을 보고 복병을 조심하라거나 먼지가 날리는 형태를 보고 전차인지 보병인지 판단할 수 있다.

또한 군사가 많은 것을 이익으로 하지 않으며(兵非益多也), 힘만 믿고 함부로 진격함이 없어야 하고(惟無武進), 다만 힘을 합하고 적을 헤아려 잡으면 족할 뿐이라고(足以倂力料敵取人而已) 하면서 깊은 생각 없이 적을 가볍게 보는 자는 반드시 적에게 사로잡히게 된다고 했다(夫惟無慮而易敵者 必擒於人). 기업경영에서 시장 상황의 변화와 경쟁기업의 동태에 대응하는 방법은 항상 주변의 움직임을 잘 관찰하고, 기업 규모만 믿고 함부로 처신하면 안 되며, 경쟁기업도 가벼이 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으로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존의 제품시장에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처음에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 시장 주도권을 쥐었다고 생각하는 규모 있는 선발기업 입장이라면 더욱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새로운 기술을 가진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보호할 방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을 것이다.

2007년경 필자는 경영대학원 수업을 받던 중 사례연구를 위해 구글과 야후의 특허분쟁 사례와 MP3P 특허분쟁 사례를 조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중 구글과 야후의 사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인터넷이 등장해 인터넷 검색과 웹서핑이 활성화되던 2000년대 초반이었다. 지금은 더 고도화되었지만 인터넷 검색결과에 맞춰 광고를 노출해 광고수익을 올리는 인터넷 광고가 등장한 시기이기도 하다. 초기 인터넷 광고는 노출량에 따라 비용이 부과되는 CPM(Cost Per Mile) 기반의 배너광고가 일반적이었다.

goto.com의 창립자 빌 그로스는 이미 1998년에 CPC(Cost Per Click) 방식을 착안해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을 받았다. CPM 방식이 사용자에게 배너광고가 노출된 횟수를 기준으로 과금하는 것에 비해, CPC 방식은 사용자가 해당 배너광고 또는 해당 광고 사이트를 클릭했을 때만 과금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광고주 입장에서는 광고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CPC 방식을 선호했으므로 많은 검색사이트들이 이용료를 지불하면서 사용하게 되었다. 한편 CPC 특허는 오버추어사의 특허로 알려져 있는데 goto.com의 바뀐 회사명이 오버추어다.

오버추어는 CPC 특허 외에도 키워드 경매 방식 등 전자상거래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한 회사였다. 오버추어는 알타비스타에 인수되었고 알타비스타는 2003년에 야후(Yahoo!)에 인수됨으로써 CPC 특허권은 야후가 소유하게 된다.

한편 1998년에 창업한 구글(Google)은 최근 주식가격이 약 940달러를 호가할 정도로 주목받는 인터넷 기업이다. 구글 검색의 장점은 인터넷 검색결과를 순위에 따라 보여주는 랭킹 방식에 있다. 구글 검색 결과는 단순히 사용자가 입력한 검색어를 가장 많이 포함하는 웹페이지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하이퍼링크를 이용한 결과를 순위 결정에 이용하는 것으로서 사용자의 검색 의도에 보다 적합한 검색결과를 보여준다.

초창기 구글은 광고수익을 위해 CPM 방식으로 검색광고를 운영했지만 결국 광고주들이 원하는 CPC 방식을 도입하게 된다. 이로 인해 2002년 오버추어는 구글에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고, 소송은 야후가 오버추어를 인수한 이후인 2004년까지 이어진다. 이 특허침해소송은 2004년 나스닥 상장을 앞둔 구글에 큰 장애가 된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구글은 주식 270만주를 야후에 넘기는 조건으로 합의해 분쟁을 끝냄으로서 마침내 나스닥에 상장되었다. 270만주는 금액으로 계산하면 공모예정가 기준으로 약 3억3000만달러에 이르는 금액이었다.

당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대명사였던 야후는 구글을 어떤 경쟁상대로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검색엔진만을 보유한 구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 같지 않다. 야후는 2004년 구글이 상장된 후 즉시 구글 주식 230만주를 주당 약 82달러라는 가격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어이없는 가격인 것 같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다양하고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탄생하고 사라지는 시기였다.

기업들로서는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을 잘 살피고 경쟁기업들의 동태를 파악해 의사결정을 했다면 좀 더 결과가 좋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구글과 야후의 특허분쟁을 조사하면서 좋은 아이디어를 제대로 보호하는 특허권이라면 정말 중요한 시기에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CPC 특허로 인한 아픈 기억 때문일지 모르지만 현재 구글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특허 보유 기업이 되어 있다는 점에서 특허전략의 중요성을 돌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