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에 사는 이 씨는 떨리는 마음으로 경찰을 불렀으나 도리어 면박을 당했다. 남편과 아이들까지 죽이겠다는 사채업자의 협박에 이윽고 남편에게 불법대부업자에게 돈을 빌려 쓴 사실을 털어놨다.

남편의 말대로 경찰에 신고했으나 이씨는 오히려 출동한 경찰에게 면박만 당했다. 그녀의 휴대폰에는 이자의 송금 마감을 알리는 사채업자의 문자가 남아 있었다.

▲ 이 씨가 불법사채업자로부터 채무독촉을 받고 있다.

3년 전 남편의 개인회생으로 시작한 빚 갚기. 셋째 아들이 태어나면서 더 버거워졌다.

이 씨 부부가 살고 있는 빌라는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30만원이다. 직장을 들어간 지 얼마 안 된 남편의 급여는 약 220만원이었다. 전기세 등 공과금이 30만~40만원. 두 아이의 학원비와 통신요금, 교통비, 식비로 나가는 돈은 150만원이었다. 막내 아이의 분유와 기저귓값이도 새로운 짐이었다.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남편은 대출을 받아야 했다.

2013년 당시 남편 명의의 대출 원금이 약 6000만원이었다. 대출이자만 120만원이 넘었을 때 부부는 한계에 이르렀다. 이 때 남편은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2013년 이 씨의 남편이 개인회생 신청을 위해 법률사무소를 방문했을 때, 사무소의 담당자는 가족이 매달 130만원으로 생활하고 나머지 90만원 정도는 갚아야 법원에서 개인회생을 통과시켜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개인회생신청 당시 4인 가족의 법원 인정 생계비는 약 400만원이다.

▲ 법원 인정 생계비 자료=이코노믹 리뷰 DB

남편은 매달 90만원을 내겠다는 변제계획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원의 승인을 받았다. 매달 130만원으로 다섯 식구가 생활하기는 쉽지 않았으나 부부는 3년 동안 착실히 이행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생활비 지출이 늘어났다. 이씨는 남편과 상의 끝에 대출하는 업체를 찾았다. 개인회생 통과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출업체였다.

불운이 또 겹쳤다. 2016년, 이씨의 시아버지가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병원비 지출이 크게 발생했다. 개인회생 중에도 대출이 4000만원으로 늘었다. 기존 개인회생 상환금에 다시 늘어난 대출금 이자까지 내야 하는 상황. 다시 채무조정이 필요했다. 남편이 할 수 있는 채무조정은 신용회복위원회 개인워크아웃밖에 없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이 씨의 남편에게 8년 동안 매월 60만원을 상환하도록 채무조정을 제안했다.

▲ 이 씨의 남편은 약 1억원의 채무를 신용회복 개인워크 아웃을 통해 약 5600만원으로 조정을 받았다. 사진=양인정 기자

하지만 이씨는 다시 사채를 손댔다. 집주인의 보증금을 100만원 증액해 달라는 말에 당장 돈이 없어 사채 30만원을 빌려 쓴 것이 화근이었다. 이 씨는 30만원을 빌리고 보름 동안 79만원을 원리금으로 냈지만 감당하기 어렵자 경찰을 부르는 상황까지 발생했던 것.

채무자 상황보다 법률사무소 업무가 먼저?

개인회생은 정상적인 채무 상환이 안 되는 상황에서 법원의 강제조정으로 채무를 나누어 채무를 상환하는 제도다. 법원이 매달 내는 상환금을 결정한다. 채무자회생법은 이 상환금이 자신의 월 소득에서 법원에서 인정하는 생계비를 공제한 나머지를 의미한다고 규정한다.

개인회생신청 시 공제되는 생계비는 보건복지부가 매년 고시하는 최저생계비의 150%까지 내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부양 가족 수에 따라 인정되는 생계비가 달라진다. 개인회생에서 인정되는 부양가족은 미성년자 자녀와 60세가 넘은 부모다.

이 씨 부부의 자녀는 3명. 모두 미성년자다. 성년자인 이 씨를 제외하면 남편이 개인회생을 신청했을 때 인정받을 수 있는 생계비는 4인 생계비로서 최대 400만원. 남편의 급여가 22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법원이 인정하는 최저생계비를 밑돈다. 사실상 파산상태다.

개인회생 업무를 다루는 한 변호사는 “법원이 인정한 생계비보다 적은 소득이 있는 채무자는 소득이 있더라도 파산신청이 가능하다. 다만 법원이 정한 생계비보다 더 적은 생계비를 쓰고 채무를 상환하겠다는 채무자의 개인회생신청을 법원이 막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편이 개인회생으로 월 90만원을 낸 것은 무리였다. 서초동 법률사무소에서 개인회생 실무를 전담하는 한 담당자는 “이 씨 남편의 경우 원칙적으로 400만원을 생계비를 쓸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월 납부금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생계비 지출을 줄일 수 밖에 없다. 급여가 220만원이면 생계비를 약 200만원 지출하고 20만원을 월 변제금으로 낼 수 있는 변제계획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월 상환금이 작으면 채권자들의 입장을 고려해 법원에서 개인회생을 통과해 주지 않는 경향이 많아 법률사무소측이 월 변제금을 높이는 것에 중심을 둔 변제안을 마련한 예다.

개인회생 중이라도 워크아웃 가능

이 씨 남편은 개인회생을 하는 과정에서 빚이 더 늘었다. 부양가족에 비해 적은 소득에도 불구하고 개인회생신청 시 과도한 월 상환금이 문제였다. 때문에 더 차입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시아버지의 병환과 같이 예측할 수 없는 사건, 사고가 일어나면 대처가 어려워진다는 것.

개인회생 중에 신복위의 워크아웃신청이 가능할 것일까.

남편의 채무 상황에 대해 신용회복위원의 담당자는 기존 개인회생을 중단하고 개인회생이 실효되었다는 증명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회생을 실효시키려면 월 변제액을 납부 하지 않고 3개월이 넘어야 했다.

담당자 지침에 따라 이 씨 남편은 개인회생의 월 납부금을 내지 않고 3개월을 넘긴 뒤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 씨는 신복위가 남편의 총 원리금 채무 1억원중 이자와 원금 일부를 탕감하고 나머지를 96개월(8년)을 나누어 매월 60만원을 상환하는 채무조정안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남편의 채무조정에도 불구하고 이씨가 다시 불법 사채를 사용한 것에 대해,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의 송태경 사무처장은 “채무의 돌려막기를 위해 사채를 쓴 게 아니라 오로지 생활비를 목적으로 사채를 쓰는 경우는 드물다”며 “이씨 가족의 경우 소득 구조의 불균형, 복지혜택 부족 등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섞여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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