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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재미있는 영화관 이야기] 할리우드, 인디영화를 품다

조성진 CGV 전략지원담당 expert@econovll.com

기사승인 2017.08.11  18:3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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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국내 영화시장에서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개봉하며 흥행몰이를 했다. 화려한 색채감, 세계대전 이전 구유럽에 대한 동경심과 향수가 가득했던 예술영화였다. 당초 한국에서 이 영화가 흥행을 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80만명 가까운 관객들이 관람하며 폭발적 반응을 보였다. ‘아트버스터’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아트버스터(Artbuster)란 예술영화(Art Film)와 블록버스터(Blockbuster)의 합성어로,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예술영화를 뜻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상업적 성공과 함께 배급사 ‘폭스 서치라이트’에 대한 관심도 증폭됐다. 이 회사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폭스의 예술영화 전문 자회사, 이른바 Specialty Division이었다.   

   

미국은 독립영화(인디영화)가 산업적인 틀 안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운 대표적인 나라다. 특히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앞다퉈 예술영화 영역에 뛰어들면서 시장을 확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대다수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예술영화를 전문적으로 제작, 배급하는 자회사(Specialty Division)를 두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을 파고들었다.

디즈니의 자회사 ‘미라맥스’는 할리우드 대표 예술영화 전문 스튜디오로 잘 알려져 있다. 1979년 독립적으로 시작된 이 영화사는 1980년대 의미 있는 독립영화 작품들을 배급하며 이름을 알렸다. 1980년대 말부터는 〈정복자 펠레〉, 〈시네마천국〉, 〈지중해〉 등의 영화로 잇따라 아카데미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1989년부터 제작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1991년 제작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는 독립 영화사상 손꼽히는 흥행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1993년 디즈니로 인수된 미라맥스는 1994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펄프 픽션〉으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 영화는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미라맥스는 일약 준메이저급 스튜디오로 도약했다.

비단 미라맥스뿐만 아니다. 미국의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예술영화 자회사들은 모회사보다 더 영향력 있는 영화를 내놓곤 한다. 폭스 서치라이트, 소니픽쳐스 클래식, 워너브라더스 인디팬던트, 파라마운트 밴티지 등 우리에게도 이미 익숙해진 회사들이다. 1990년대 이후 인디영화들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면서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이들 영화에 대한 제작 배급에 뛰어들었고 영화시장에 다양성을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처럼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인디영화를 품으며 상업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오랜 영화 역사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관객들과 거리를 좁혀온 결과다. 시작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디어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서서히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 들어서는 예술영화가 확산되며 독립영화 제작이 부쩍 늘어나게 된다. 이때는 미국 내에서 예술영화관이 최대의 전성기를 누렸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어 1980년대 홈비디오가 등장하고 영화관이 아닌 부가판권 시장이 커지면서 독립영화 제작이 더욱 활발해진다. 이 과정에서 1990년대 앞서 언급한 대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이런 예술영화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뛰어들기 시작한다. 별도의 예술영화 자회사를 두기 시작하면서 시장 확대의 기폭제가 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독립영화 업계와 더욱더 활발하게 인적자원과 영화의 소재, 아이디어를 교류하게 된다. 지금은 할리우드 유명 감독이나 배우들 중 독립영화 업계 출신이 많은 것은 물론, 이 두 영역을 오가며 자유롭게 활동하는 영화인들도 늘어나면서 미국 영화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예컨대 <스파이더맨 1, 2>를 연출한 샘 레이미 감독은 인디영화 출신으로, 상업영화에서도 크게 성공한 감독으로 꼽힌다. 독립제작사를 설립해 저예산 공포영화 <이블데드>를 처음 연출했던 샘 레이미 감독은 이후 제도권 안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여러 영화들을 제작했다. 인디 감독의 신선한 시선을 기존 블록버스터에 녹여내며 평단과 시장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정리하자면 미국 인디영화의 사례는 시장의 시장 논리에 기반한 자생적 생태계 형성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인디영화 특유의 다양한 장르와 소재로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했고, 이를 바탕으로 인디영화를 소화할 수 있는 시장을 확보했다. 100년 이상의 영화 역사를 바탕으로 영화의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관객의 기호는 당연히 인디영화 발전의 기반이 되었다. 1990년대 인디 영화들의 상업적 성과에 주목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저예산 독립 영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대중성 및 시장 확장에도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특히 인디영화와 메이저 스튜디오 사이의 활발한 인적 물적 교류는 인디영화의 자생적 선순환 구조 확립과 부흥에 크게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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