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20일 ‘문재인 정부 5개년 계획’의 재원조달 방안과 관련 소득세율 인상을 제안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9일 178조원에 이르는 필요한 재원 중 95조여원을 세출 절감으로 마련하고, 82조여원을 세수 자연증가분 60조원 등을 포함해 세입 확충으로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증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종합적을 검토하겠다”는 말이 전부였다. 사실상 유보 결정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해 “5개년 계획, 100대 과제를 보다 보니 무거운 짐이 주어졌구나 하고 느꼈다. (그러나) 재정당국에서 내놓은 재원조달 방안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국민에게 우리 경제 현실을 정확히 알리고 좀 더 나은 복지 등을 하려면 형편이 되는 쪽에서 소득세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정직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해내지도 못하는 지하경제 양성화 같은 얘기 말고 소득세율 조정 등 증세 문제를 갖고 정직하게 얘기하고 국민 토론을 요청해야 한다. 법인세율 역시 이명박 정부 시절 인하했지만 낙수효과가 작동하지 않은 만큼 최저한세 도입에서 더 나아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의 말을 종합면 고소득자 소득세율을 높이고 법인세를 올리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회의를 주재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와 소득세 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재정당국이 여러 가지로 검토하고 있고, 오늘부터 이틀 간 국가재정전략회의도 열리니 같이 얘기해보는 걸로 하자”고 즉답을 피했다.

김 장관의 발언은 자칫 지하경제를 방치하자는 말과 같아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하경제란 세정당국 등 정부의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는 모든 ‘음성적인 경제활동’을 의미한다. 가사노동부터 현금만을 받는 경제활동까지 광범위하다.

조세재정연구원의 19일 펴낸 ‘소득세 택스 갭(Tax Gap) 및 지하경제 규모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2015년 기준으로 무려 124조7000억원으로, 그해 국내총생산(GDP. 1558조6000억원)의 8%에 이른다.

연구원은 조합소득세 납세자의 과소신고 갭(실제 내야 하는 세금과 실제 납부한 세금 간의 차이)을 조사해 지하경제 규 모를 추정했다. 지하경제 규모가 GDP 8%라는 이번 결과는 오스트리아의 지하경제 전문 분석가인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린츠대 교수가 조사한 2012년 기준 GDP 대비 26.3%보다 훨씬 낮다.

연구원은 GDP 대비 지하경제 규모가 2013년 8.7%, 2014년 8.5%, 2015년 8.0%로 하락추세라고 밝혔다.

연구원은 “모형과 변수에 따라 지하경제 규모가 극단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이 연구를 포함한 기존의 연구결과만으로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를 단저할 수는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사업소득자의 탈세 가능성을 실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연구원은 “사업소득자의 종합소득세는 대부분 사업소득세로서 사업자의 신고자료에 의존해 과세가 이뤄지는데 신고자의 수가 많고 최종소비자 대상 사업, 현금거래 비중이 높은 사업등이 많아 과소신고 갭 발생 가능성과 소득대비 과소신고 세액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은 비사업자의 경우 소득이 근로소득, 이자 및 배당소득, 연금소득, 기타 소득 등으로 구성되는 데 과세자료를 국세청이 확보하기가 용이해 비사업자의 과소신고 갭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사업자의 과소신고율은 비사업자의 두 배가 넘는다. 연구원이 2011년 귀속 소득을 분석한 결과 사업자의 과소신고율은 23.67%로 비사업자 과소신고율(11.38%)의 두 배가 넘었다.

체납, 과소신고 등 불성실납세규모를 의미하는 택스 갭은 2011년 기준 최대 27조원으로 추정됐다. 정상으로 기한 내 납입돼야 할 세액의 15.1% 수준이다

택스 갭을 세목별로 살펴보면, 상속세와 증여세 쪽에서 불성실 납부가 가장 많이 이뤄졌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속세ㆍ증여세의 택스 갭은 26.7%, 부가가치세 19.1%, 소득세 15.8%, 법인세 12.9%로 조사됐다.

정부는 1990년대 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 등 정책을 펼쳤고, 2000년대에도 신용카드 활성화 등 과세 투명화 노력을 기울엿고 박근혜정부는 아예 ‘지하경제 양성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의미있는 성과가 달성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한국납세자연맹의 김선택 회장은“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비중은 2012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6위로 미국의 3배 수준이고 그리스와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이처럼 한국의 지하경제 비중이 높은 것은 부패가 많기 때문이며, 부패가 많고 지하경제 비중이 높은 나라는 공평한 세금인 소득세 위주의 증세를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주택임대소득 등 과세되지 않는 자산소득과 종교인 소득, 사업자 탈세 등이 많다”면서 “이는 관료사회의 부패와 무관하지 않으며, 관료들은 소득세 대신 간접세 특히 죄악세 위주로 증세를 하고,이에 따라 소득재분배에 기여해야 할 세금이 오히려 소득불평등도를 악화시켜왔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지하경제에서 돈을 버는 사람으로부터는 세금을 제대로 걷지 못하면서 나에게만 세금을 성실하게 내라고 한다면 과연 누가 선뜻 세금을 내려고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