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20일 오후 열릴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직을 사임한다. 대우그룹 출신인 하사장은 지난 1999년 KAI 재무실장 이사로 입사해 2013년5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뒤 4년 2개월 KAI를 이끌어왔다.

 

KAI는 다목적 헬기인 수리온,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 등 국산 군사 장비를 개발해온 국내의 대표 항공 관련 방산업체다.

방산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KAI가 수리온, T-50, FA-50 등을 개발해 군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원가의 한 항목인 개발비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최소 수백억원대의 부당 이득을 챙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4일 경남 사천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한 것을 시작으로 하성용 사장 등 경영진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2014년 감사원 고발 이후 상당한 기간 내사를 벌이며 방대한 양의 첩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감사원은 최근  감사결과 KAI가 개발한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에서 결함이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방산비리는 단순한 비리를 넘어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에 해당한다"며 강도 높은 수사를 지시했다. 대통령 지시가 나온지 나흘 만에 하 사장은 물러나는 셈이다.

KAI는 가능한 이른 시일 안에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새 대표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검찰의 비리 수사가 기다리고 있어 험로를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 사장이 사임함에 따라 장성섭 부사장(개발부문 부문장)이 새로운 대표이사 선임 전까지 사장 직무대행을 수행한다.

하 사장은 이날 KAI를 통해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KAI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하 사장은 “저와 KAI 주변에서 최근 발생되고 있는 모든 사항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KAI 대표이사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하 사장은 “그동안 항공우주산업 발전을 위해 쌓아올린 KAI의 명성에 누가되는 일은 없어야 하기에 지금의 불미스러운 의혹과 의문에 대해서는 향후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설명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염려하시듯 T-50 미국수출과 한국형전투기개발 등 중차대한 대형 사업들은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면서“(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은 선진국의 무기개발 과정도 그렇듯 명품이 되기 위한 과정으로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 원만히 해결하리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KAI는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17조원 규모의 미국 차기 고등훈련기(APT) 사업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을 따내면 KAI는 국제 방산시장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로 KAI 방산 비리가 확인된다면 KAI의 수주 가능성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