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동조합 구성으로 프랜차이즈 위기 극복의 사례로 남은 버거킹(Burger King). 출처= Wikimedia Common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지금과 같은 병폐가 나타난 것은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요소들을 자유로운 경제활동이라는 명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등 당국이 간과하고, 방치한 탓이 매우 크다. 그렇기에 지금의 업계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정도로 심각하게 망가져버린 업계의 상황을 사실상 처음 마주한다. 산업 구조의 근본적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한데 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다. 이럴 때는 우리보다 앞서 프랜차이즈 업계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다른 나라의 사례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 프랜차이즈 기본 원칙 ‘엄격한 규제’  

미국의 프랜차이즈(Franchise) 사업은 법에 의해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는 분야다. 미국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은 경영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정부가 요구하는 법률적 요건과 절차상 요건을 반드시 충족시켜야 한다. 필수 공개자료 작성, 프랜차이즈 브랜드 등록을 비롯한 수많은 단계의 절차들이 있어 미국의 프랜차이즈 창업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복잡하며 비용,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미국의 프랜차이즈 관련 법규가 엄격해진 것에는 가맹 본사들의 ‘갑질’과 같은 병폐들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르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했던 노력들이 반영돼있다. 

미국 프랜차이즈 산업 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핵심은 프랜차이즈 가맹희망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안점을 둔 법률 체계다. 그러나 미국도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1960년대 미국 프랜차이즈 업계에는 ‘구매자 위험부담(Caveat Emptor)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었다. 이 원칙은 (프랜차이즈) 계약 관계로 발생하는 피해는 전적으로 구매자(가맹 희망자)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는 개념이었다. 그렇기에 미국에서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병폐들로 인한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심각했다. 

이에 1979년 미국 연방정부는 연방거래위원회(FTC, Federal Trade Commission)를 두고 프랜차이즈 사업자들에게 본사 정보, 사업 계획, 계약 약관과 관련한 상세 정보를 기재한 문서를 가맹 희망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FTC 규정(FTC Rule, Federal Trade Commission Rule)을 채택했다. 연방무역위원회 규정은 연방 정부가 불공정한 프랜차이즈 사업자의 거래 관행에 대해 예비 프랜차이즈 가맹자에게 기본적인 법적 보호를 제공하는 수단이다. 

FTC 규정은 기본적으로 프랜차이즈의 광고, 가맹 모집, 라이선싱, 계약, 판매, 판촉에 관해 기본적으로 아래와 같은 주요 요건들을 규정하고 있다.

- 기본 공시 전달의 의무: 프랜차이즈 사업자는 구속력 있는 계약을 체결하거나 사업 계열사에 대금을 지급하기 14 업무일 이전에 예비 프랜차이즈 가맹자에게 프랜차이즈 공시 서류를 전달해야 한다.

- 수입 보고의 의무: 프랜차이즈 사업자가 실제 매출이나 소득, 수익 또는 이에 대한 예상에 관한 주장을 할 경우에는 그에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하며 예비 프랜차이즈 가맹자에게 제공하는 프랜차이즈 공시 서류에 관련된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상세한 내용을 기재해야 한다.

- 프랜차이즈 계약서 전달의 의무: 프랜차이즈 사업자는 예비 프랜차이즈 가맹자에게 프랜차이즈 공시 서류를 제공할 때 프랜차이즈 가맹자가 체결해야 하는 기타 관련 계약서와 함께 표준 프랜차이즈 계약서를 제공해야 한다.

일련의 정보들은 위와 같은 기본 사항 외 수 십 가지 항목들로 구성된 내용을 사업자가 모두 점검하고 필요한 사항을 기재한 후에 연방거래위원회로 전달돼야 한다. 그러나 단순한 서류 전달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최소 1만달러(약 1100만 원)부터 시작되는 등록비가 필요하며, 심사 기간도 길어 업체의 규모에 따라 최대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여기에 미국의 13개 주 정부는 프랜차이즈 사업자가 상품을 제출하거나 등록해야 하는 요건을 비롯해 주 내에서 이뤄지는 프랜차이즈의 가맹 모집 및 판매에 대한 자체 규칙과 규정을 제정했다. 즉, 미국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연방정부와 주(州)정부로부터 이중 규제를 받는다고 할 수 있다. 

법적 처벌도 매우 엄격하다. 위원회가 정한 공정거래 규정을 위반한 프랜차이즈 본사에 대한 과정금은 최소 100만달러(약 11억2400만원)부터 시작할 정도로 처벌의 강도가 세다. 

비용 절감 위한 던킨도너츠·버거킹의 실험    

미국의 프랜차이즈 업계의 병폐들이 법적 규제로 해결이 됐다면, 수익 감소에 대응한 효율적 운영은 각 브랜드들의 ‘협동조합’ 구성으로 위기상황의 돌파구를 찾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던킨도너츠(Dunkin’ Donuts)와 버거킹(Burger king)이다.     

1970년대 던킨도너츠는 밀, 기름, 설탕 등 주요 원재료 값의 폭등으로 가맹점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브랜드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정도의 위기에 봉착했다. 이에 던킨도너츠 프랜차이즈 경영진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협동조합의 설립을 제안했다. 가맹점주들이 공동 출자한 협동조합을 세워 그들이 직접 공동으로 가장 합리적인 가격의 원부자재를 선별해 구입한다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전까지 없었던 새로운 발상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던킨도너츠 각 가맹점의 원자재 구매 단가를 낮췄고, 결국 던킨도너츠는 원자재 가격 폭등의 위기를 이겨내고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 출처= Flickr

1970년대 구성된 던킨도너츠의 협동조합은 2012년 NDCP(National DCP, LLC)라는 전국 단일의 거대 협동조합으로 통합됐다. NDCP는 2012~2015년 3년간 던킨도너츠의 가맹점주들에게 총 2억 달러의 경비 절감 혜택을 안겨준 것으로 기록됐다.  

버거킹(Burger King)의 협동조합기업(RSI, Restaurant Service, Inc.)도 던킨도너츠와 유사한 사례다. 식재료 가격에 대한 가맹점의 본사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끊이지 않자 버거킹 가맹 본사는 각 가맹점포들이 주도하는 구매 협동조합을 별도로 세우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버거킹의 협동조합은 본사 관계자와 가맹점주들이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이사회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1991년 탄생한 협동조합 버거킹 RSI는 식자재의 공동구매를 통한 운영비용 절감을 시도했다. 가맹점주들이 RSI 이사와 조합원으로 적극 관여하면서 실질적인 식자재 가격 인하 효과도 나타났다. RSI 설립 이후 버거킹 본사에 대한 가맹점들의 불만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서홍진 가맹거래사는 “미국의 경우 업계의 병폐를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법적 제재와 더불어, 본사들도 가맹점주들의 점포 운영 효율성을 추구하는 현실적 방안들을 마련해 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더 발전적인 방안을 추구한다”면서 “본사와 점주들이 서로의 성장을 도모한다는 인식은 우리가 반드시 배워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일본 프랜차이즈 ‘우월적 지위 남용 금지’  

일본의 프랜차이즈 계약에 있어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우월적 지위 남용’에 대한 내용이다.    

일본에서도 프랜차이즈 본부들은 계약 조건 상 가맹점들보다 우월적인 권한을 갖는다. 그래서 가맹본부는 상품, 원자재, 포장재, 설비, 기기의 주문과 매장 내·외장 공사 등의 의뢰처에 대해 제 3 사업자를 지정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계약에서 이러한 조항은 본부가 각 가맹점에게 공개하는 영업 비밀을 보호하고, 브랜드의 통일된 이미지를 확보하는 목적으로 간주돼 상식적으로 합당한 권리 활용이라면 일본에서는 이를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본부의 행위가 프랜차이즈 시스템 유지가 목적인 한도를 넘어 가맹 회원들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에는 법적으로 이를 규제한다. 이것이 바로 일본의 독점금지법(独占禁止法)으로 금지하는 ‘우월적 지위의 남용(優越的地位の濫用)’이다.    

일본의 독점금지법 제2조 9항 제5호(우월적 지위의 남용)에서는 ‘정상적 상관습(正常な商慣習)’에 비춰 우월적 지위를 가진 주체(본사)가 계약상 권한이 적은 주체(가맹점주)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주는 경우들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법적 제재를 가한다. 일본 프랜차이즈 시스템 독점금지법 가이드라인에 기재된 대표적인 지위 남용 행위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 일본 프랜차이즈 시스템과 독점방지법 가이드라인. 출처= 일본 공정거래위원회

- 거래처 제한: 가맹점에 대한 원재료 공급, 인테리어 공사 의뢰를 정당한 이유 없이 가맹본부가 지정하는 사업자와 거래시킴으로 시장에서 저렴하게 상품과 용역을 제공하는 다른 사업자와의 거래를 막는 것. 

- 구매수량 강제: 본부가 가맹 회원들에게 실제 판매에 필요한 수량을 초과하는 원·부자재를 매입하도록 지시 혹은 강요하는 것.

- 계약 체결 후 계약 내용 변경: 프랜차이즈 계약에 규정되지 않았던 신규 사업 ​​도입으로 회원에게 발생하는 이익의 범위를 초과한 비용을 부담하게 됨에도 본사가 회원들에게 신규사업을 강요하는 것. 

- 판매 가격 제한: 가맹 회원들이 지역 시장의 실정에 따른 가격을 반영해 재고 상품의 가격을 낮춰 판매해야 하는 경우, 이를 시장 상황 파악 없이 본사가 가맹점의 가격 조정을 무조건 제한하는 것.    

일본 프랜차이즈의 가이드라인 조항과 지위의 남용 사례들은 본사에 대해 프랜차이즈 계약상으로 을(乙)의 입장에 있을 수밖에 없는 가맹 가입자들의 이익 추구 권리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일본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한국 등 해외진출에 성공한 프랜차이즈 브랜드 카레하우스 코코이찌방야(CoCo壱番屋) 출처= CoCo壱番屋

‘경쟁력’ 프랜차이즈 창업의 기본  

우리나라보다 약 10년 정도 앞서 프랜차이즈 산업이 시작된 일본에서의 업계에 대한 인식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상당히 긍정적이다. 일본에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창업하는 사업자들은 충분한 브랜드 경쟁력을 갖췄다는 전제 하에 ‘매우 신중하게’ 업계에 발을 들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바로 일본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숫자다. 산업의 역사는 우리보다 약 10년 앞섰지만 일본의 프랜차이즈 브랜드 숫자는 1300여 개로 약 5000여 개 브랜드가 있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다. 

경쟁력을 갖춘 이들의 안정적 프랜차이즈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일본에는 우리나라와 다른 또 한 가지 개념이 있다. 바로 ‘가맹점 기업’이다. 

‘가맹점 기업’이란 개인 가입자가 1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것이 아닌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을 보유한 기업이 다수의 점포를 운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 점주들이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를 분산함과 동시에 본사와 대등한 관계로 운영과 관련한 사안들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본에는 30개 점포 이상을 보유하면서 연간 20억엔(2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가맹 기업들이 200개가 넘는다. 그 중 10여개 기업은 증시에 상장돼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박원휴 체인정보 대표이사는 “일본에서는 사업적으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여겨지는 브랜드들이 매우 신중하게 시장에 접근 한다”면서 “일본의 사업자들은 브랜드 창업 이전에 철저한 시장 분석과 준비를 통해 실패의 위협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