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이 시 외곽에서 텃밭 농사를 짓는 것이 갈수록 일상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시간이 없어 하지 못하는 도시인을 위해 텃밭을 대행으로 관리해주는 서비스가 일본에서 등장했다. 이 대행서비스는 농사물을 대신 재배해주는 단순 대행서비스가 아니다. 온라인상의 가상 농장에서 틈틈이 본인이 직접 물도 주고 비료도 준다. 물론 풀도 뽑아주고 흙도 돋아준다. 그러면 현실 농장에서 서비스 이용자가 한 그대로 농부가 대신 농작물을 길러주고, 수확후에는 서비스 이용자에게 보내주기까지 한다. 모종을 심고 풀을 뽑고 비료를 주고 매일 물을 주는 전 과정을 서비스 이용자가 직접 하는 것이다. 

▲ 라쿠텐이 출시한 게임화기반 농가-소비자 협력 플랫폼 '라그리'(출처 : 라쿠텐 라그리 홈페이지)

일본의 유통기업 라쿠텐과 텔레팜(Telefarm)이 합작하여 만든 농가-소비자 협력 농사어플리케이션 ‘라그리’(Ragri)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다. 올해 4월 출시된 라그리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농가와 서비스 가입자들이 함께 작물을 키우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수확한 작물은 농가에서 가입자에게 직접 배달해준다.

우선 라그리 사용자들은 게임화(gamification)된 인터페이스 상에서 농약을 쓰지 않고 물, 비료, 기타 작물 재배 도구 등을 활용해 작물을 키우게 된다. 가령 스마트폰 앱 상의 가상 농장에서 작물의 재배조건을 사용자가 직접 조절하면, 농가에서 경작을 한 후 수확기에 고객에게 보내주는 시스템이다.

이를 가리켜 일본에서는 ‘지역지원형농업’(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모델로 언급하며 소비자와 생산자가 협업을 통해 농촌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생산자의 안정적 수익확보, 신규 취농자의 육성 등을 도모한다. 특히 계획 생산과 수입 안정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지역 농가 입장에서는 수확 시기나 양, 가격 동향 등에 흔들리지 않고 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라그리’의 요금체계는 첫 계약 시 종자와 약간의 계약금을 내고, 매 30일마다 ‘재배료’를 농부에게 지불하는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작목의 종류나 재배시기, 생산자에 따라 이용료가 달라지는 모델이다. 라쿠텐은 자체 결제 시스템인 ‘라쿠텐 페이’(Rakuten Pay)를 통해 결제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하기도 했다.

▲ 작물선택, 생산자 선택, 재배료 지급 등으로 이어지는 라그리 이용 절차(출처 : 라쿠텐 라그리 홈페이지)

얼마 전 ‘라그리’는 후계자가 없는 농가와 젊은 농업연수생을 연결시켜주는 ‘농가 브릿지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달 1일부터 시작한 이 서비스는 텔레팜이 이미 진행하던 경작포기지 임차 재배 시스템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땅을 갖고는 있지만 고령이나 질병 등으로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고, 후계자도 없는 농가들이 ‘농가 브릿지 프로젝트’를 신청하면 연금과 함께 농업 연수생이 재배한 작물에 기반한 소작료와 ‘재배지도료’를 받는다.

또 농업 연수생은 경험이 많은 농지 주인에게 재배 지도를 받고, 노하우도 이전받는다. 약 2년 간의 계약이 끝나면 농업연수생은 독립하거나, 라쿠텐이 직접 은퇴 농민으로부터 매입한 토지에서 ‘취농’을 하게 된다.

은퇴농들이 자신이 오랫동안 꾸려 왔던 농토를 포기하지 않고, 젊은 세대에게 넘겨 줄 수 있는 토대 마련이 되는 셈이다. 라쿠텐 측은 “일본 농촌 지역에서 고령화, 사망 등으로 인해 은퇴농이 늘어나고 있고, 이로 인해 농기구판매업자, 농자재판매업자들도 점차 폐업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농가브릿지프로젝트는 장기적으로 농촌에 새로운 세대가 유입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뿐만 아니라 은퇴농들도 자연스럽게 농토를 물려 주고 사회적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