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미지투데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많은 정보를 긴 시간 동안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을 ‘기억력이 좋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무작정 많은 지식을 저장하는 것은 효율적인 의사결정에 별 도움이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사이언스데일리는 21일(현지시간) 캐나다고등연구소(Canadian Institute for Advanced Research) 연구팀의 이 같은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우리의 두뇌는 의외로 잊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인다. 뇌는 시간이 지나면서 정확한 정보를 전송하려하기보다는 가치 있는 정보만 보유하려는 경향 때문이다.

토론토 대학 소속의 블레이크 리차드 연구원은 “뇌가 의사결정과 관련이 없는 세부 정보를 잊으면서, 대신 현실에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 고 말했다.

연구진은 기억의 지속성에 관한 문헌과 망각에 대한 새로운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고찰했다. 최근 들어 `잊는 것`에 대한 뇌의 메카니즘에 대한 연구가 증가하는 것은 `잊는 것`이 우리 기억 체계의 중요한 구성요소라는 것을 암시한다.

폴 프랭클랜드 연구원은 “우리는 최근에 발표된 연구에서 망각을 촉진하는 뇌의 메커니즘을 발견했다"며 "이 메커니즘은 뇌가 정보를 저장하는 것과는 다른 체계였다”고 설명했다.

망각과 관련한 뇌의 메커니즘 중 하나는 신경세포인 뉴런과 뉴런 사이의 접촉 지점인 시냅스의 연결이 약화되거나 제거된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뉴런들이 새로운 사실을 학습하고 기억하는 뇌의 한 부위인 해마에 통합되면서 이 연결이 해마 회로를 개조하고, 그 회로에 저장된 기억에 덮어쓰기를 한다. 마치 이미 파일이 저장돼 용량이 가득 찬 CD를 또 다른 파일로 덮어쓰기 하는 것과 같다. 이 같은 메커니즘은 어린이들의 해마에서 더 많은 뉴런이 생산되는데도 불구하고 어른보다 더 많은 정보를 잊어버리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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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뇌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기억을 손상시키는 새로운 뉴런을 만드는 것이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 같은 두뇌의 메커니즘을 인공지능(AI)이 배우는 원리를 적용해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망각과 기억의 상호작용이 인간이 지능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잊는 것은 우리가 변화하는 환경에 처해있을 때 그 환경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 오래된 정보를 제거해 우리를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수 있게 한다.

리차드는 이에 대해 “만약 우리가 새로운 환경을 탐색하려고 할 때마다 두뇌가 상충되는 여러 기억을 끊임없이 제기하면 정보에 입각한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망각을 통해서 뇌가 과거 사건을 통해 얻은 기억을 새로운 사건에 적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에서 이 원리는 정규화(Regularization)라고 불린다. 이는 핵심 정보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특정 세부 사항을 제거해, 한 상황에서 훈련한 인공지능이 훈련한 상황이 아닌 다른 상황에서도 적응할 수 있도록 한다.

기억도 이와 마찬가지다. 모든 세부 사항을 제외하고 만남의 요지만을 기억하고 사소한 사항은 잊는 것이 새로운 경험을 더 효율적으로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이 같은 메커니즘은 우리가 속한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계산원은 고객의 이름을 잠깐 기억하고 말지만, 고객과 정기적으로 만나야 하는 디자이너의 경우 고객의 정보를 더 오래 기억한다.

연구팀은 “결국 어떤 대상이 우리 삶에 지속적으로 개입한다면 우리 뇌는 그 대상을 기억하고자 할 것이고, 일시적으로 보고 말 것이라면 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연구결과는 세계적 과학 잡지인 셀(Cell)의 자매지인 뉴런(Neuron)저널에 21일자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