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편결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은 총 6조원에 육박하며 최근 2년 사이에 5배나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편결제는 온라인 중심과 오프라인 단말기 중심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구동되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이 해당되고 정체성에 따라 인터넷 사업자, 유통, 기존 금융권 등이 속한다. 후자는 단말기 인프라를 바탕으로 작동하는 삼성페이나 애플페이 등이 해당된다.

▲ 삼성페이. 출처=삼성전자

간편결제 대전
국내 간편결제 시장은 사실상 네이버페이와 삼성페이 양강 구도로 압축됐다는 평가다.

네이버페이는 국내 1위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를 바탕으로 삼아 온라인 시장을 장악했으며 삼성페이는 갤럭시 스마트폰을 활용해 오프라인 거점을 확보했다. 모바일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네이버페이 가입자는 지난해 이미 2200만명을 넘어선 상태에서 올해 연간 거래액은 6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5월 삼성페이 월간 순사용자는 593만명으로,  지난해 5월 181만명에 비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여줬다.

네이버페이는 네이버 온라인 플랫폼을 바탕으로 스몰 비즈니스 전략이 더해져 두각을 보이고 있다. 다수의 소상공인을 모아 생태계를 조성하는 스몰 비즈니스 방법론이 그 자체로 네이버페이 인프라를 키우는 셈이다. 생태계가 확장될수록 네이버페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강력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바탕으로 과감한 오프라인 진격전을 벌이기도 한다. 지난해 오프라인 체크카드를 출시한 상태에서 22일 전용 신용카드까지 공개했기 때문이다. 네이버페이 신용카드는 온라인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때 최대 4%까지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다. 포인트는 15만여 개 온라인 가맹점, 웹툰·북스·뮤직·영화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와 네이버 예약 서비스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콜라보를 노리는 전략이다.

▲ 네이버페이 신용카드 마일리지. 출처=네이버

삼성페이는 MST와 NFC 방식을 아우르는 범용성에 갤럭시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 인프라를 매개로 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라는 오프라인 하드웨어 단말기를 일종의 신용카드 대체제로 활용한다는 뜻이다.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 단말기에 삼성페이가 들어가는 순간, 이미 게임은 끝났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에는 삼성페이 미니 기능을 통해 단순한 결제를 넘어 이커머스 전반의 흐름을 따라가는 분위기도 연출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토마스 고 상무는 “앞으로도 다양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삼성페이를 오프라인 결제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의 일상과 함께 하는 생활밀착형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도 있다. O2O를 기본전략으로 삼는 카카오톡에 탑재되어 빠르게 외연확장에 나서고 있다. 2014년 9월 출시된 가운데 지난해 2월 청구서 서비스, 그해 4월에는 송금 서비스까지 지원하기 시작했다.

누적 가입자 1300만명, 누적 결제 거래액 1조6000억원을 돌파했다. 카카오페이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추구하는 카카오톡 전략의 핵심 자산이자 긴 호흡으로 보면 스마트 모빌리티의 중요한 도구이기도 하다. 중국 알리페이의 모회사인 앤트파이낸셜로부터 2억 달러의 투자도 유치하며 나름의 글로벌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월 NHN엔터테이먼트에서 독립법인으로 분사한 NHN페이코도 순항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기준 누적 결제액 1조2000억원을 넘어섰고 특유의 페이코 전용 결제 단말기인 동글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로드맵도 짠다는 각오다.

LG전자는 LG페이를 6월부터 서비스하고 있다. LG G6를 통해 사용할 수 있으며 LG전자는 이를 위해 다이나믹스의 WMC(무선마그네틱통신)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WMC는 결제 솔루션 기업 다이나믹스가 2007년 독자 개발한 모바일 결제 기술이며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서 마그네틱 신호를 발생시킨다.

단말기 중심 간편결제 측면에서 보면 삼성페이와 애플페이에 비해 후발주자지만 고심을 거듭하며 화이트카드 방식을 포기할 정도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안드로이드페이는 아직 국내 서비스에 돌입하지 않았으나, 이르면 8월 국내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신한과 현대, 롯데와 하나 등 4대 카드사에 사업 협력 계약 초안을 보낸데 이어 이후 제휴 범위를 확대해 외연 확장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구글 코리아는 "안드로이드 페이 출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밝힐 수 없다"며 "구글은 루머나 추측에 코멘트하지 않는다"고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페이 국내 출시를 위해 카드사와 협력하는 상황에서 이미 나름의 행보는 공개된 상태"라고 전했다.

현재 안드로이드 페이는 2015년 9월 미국에서 출시된 후 영국을 거점으로 유럽시장을 공략하는데 매진했다. 이후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 상륙했으며 호주, 홍콩을 넘어 지난해 12월 일본에 상륙해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안드로이드 페이가 한국 토종 간편결제와 전투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NFC 방식만 사용하기 때문에 MST에 특화된 국내 오프라인 결제시장 안착에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온라인 결제의 경우 자체적인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바탕으로 나름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전망이지만 오프라인에서는 NFC를 고집하며 미래기술의 저변확대를 꾀할 것인지, 아니면 추가적인 방법론을 고안할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통신사들도 각자 간편결제 서비스를 준비하는 가운데 KT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한 장의 오프라인 카드에 다수의 카드정보를 입력하는 클립카드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신용 및 체크카드 10개, 멤버십카드 10개, 선불형 교통카드 1개 등 총 21개 카드 정보를 넣을 수 있으며 이를 금융 종합 플랫폼으로 담아낸다는 각오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존재감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은행권을 중심으로 핀테크 앱을 중심으로 구동되는 서비스가 있으며 스타트업인 배달의민족이 배민페이, 숙박 O2O 다방도 다방페이 등을 런칭한 상태다. 오프라인 유통거인인 신세계는 SSG페이, 롯데는 L페이 등을 내세운 상태다. 애플페이는 국내에서 서비스되지 않는다.

▲ LG페이. 출처=LG전자

간편결제 시장에 왜 진출할까

간편결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지만, 엄밀히 말해 시장의 규모만 보면 전체 카드시장의 1%에 불과하다. 지난해 전체 카드시장 규모가 700조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편결제 시장에 기존 금융권을 비롯해 ICT 업계가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자체 생태계 강화다. 삼성페이와 애플페이, 안드로이드페이와 LG페이처럼 단말기를 중심으로 구동되는 간편결제는 물론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온라인 중심 간편결제 모두 자체 생태계를 강화하는 것에 일차적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네이버페이를 통해 자사의 모든 서비스를 대상으로 원스톱 패키지 솔루션을 추구하는 것이 극적인 사례다. 또 카카오 O2O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카카오페이에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이용자는 당연히 카카오 생태계에 익숙해지는 법이다.

이런 전략을 더욱 노골적으로 추구하는 곳이 일부 스타트업의 간편결제다. 배달의민족이 서비스하는 배민페이와 다방의 다방페이 모두 내부 서비스용으로 국한되어 있으며, 이를 통한 생태계 단속 효과가 탁월하다.

금융권도 마찬가지지만 오프라인 유통공룡도 생태계 강화가 1차 목적이다. 신세계의 SSG페이는 오프라인에 확보된 강력한 거점을 바탕으로 온라인 사용자 경험을 확보하는 방식이며 롯데의 L페이도 비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다. ICT 기업을 중심으로 간편결제 서비스가 기존 오프라인 유통권력의 배후를 노리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방어조치이기도 하다.

간편결제를 바탕으로 의미있는 데이터를 확보, 추후 사용자 경험의 확장을 노리기도 한다. 결제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할 수 있는 의미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빅데이터를 확보해 스마트데이터로 정제한 후 이를 다시 자사의 사업 인프라 구축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네이버페이를 통해 오후 11시 20분 서울 화곡동의 편의점에서 커피를 자주 구입한다면, 사업자는 해당 이용자를 대상으로 오후 11시부터 자정까지 화곡동 편의점에서 고가의 커피 마케팅을 벌일 수 있다.

간편결제 자체가 ICT 기술의 최전선에 있기 때문에, 사업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전략을 짤 수도 있다. L페이의 경우 자사 편의점에 무인 결제기를 도입해 간편결제와 연동하는 실험을 벌이기도 했다. 추후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비롯해 자동으로 고객을 응대하는 챗봇 등도 간편결제라는 플랫폼 위에서 활약을 펼칠 가능성이 열려있다.

▲ 출처=픽사베이

현재 간편결제는 간편송금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여기에 웨어러블과 같은 미완의 시장과 결합하면 더욱 강력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 비자가 아태지역 13개국 1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제신기술 수용성 조사를 보면 국내 이용자 87%가 웨어러블을 통해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미 시장이 만개할 발판은 만들어졌으며, 간편결제 자체가 웨어러블과 같은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에도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국내의 경우 신용카드 문화가 크게 발전한 상태이며, 이는 현금에서 바로 간편결제로 넘어온 중국과 동남아시아와는 다른 상황이다. 게다가 오프라인 간편결제의 경우 아직 '신용카드를 스마트폰으로 대체했다'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현금없는 사회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웨어러블까지 이어지는 하드웨어 시장의 추이를 보면, 또 핀테크로 대표되는 ICT 기술의 발전과 오프라인 유통권력을 비롯해 온오프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비콘 등을 연계해 꾸려가는 비즈니스 모델의 미래를 전망하면 리스크보다 비전이 더 뚜렷하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