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지난 2013년. 30대 중반의 다섯 아빠는 IT업계에서 내로라하는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안정된 직장생활 대신 이들이 선택한 것은 창업이었다. 내 아이를 가르칠 교사가 이용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에듀테크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이듬해 1월 브레이브팝스컴퍼니가 설립됐다. 같은 해 2월 브레이브팝스컴퍼니는 앱·웹 기반 학급운영 플랫폼 ‘클래스123’ 서비스에 돌입했다.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 ‘클래스123’은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알림장, 1:1 편지, 학급게시판 등 커뮤니케이션 기능부터 자리배치 보기, 출석부 같은 수업 운영도구까지 제공된다. 용감한(Brave) 아빠들(Pops) 중 한 명인 이충희 브레이브팝스 컴퍼니 대표를 만나봤다. 그는 특정인을 위한 고가의 서비스가 아닌 공교육에 적합한 에듀테크라며 ‘클래스123’을 소개했다.

 

네이버를 거쳐 티몬, 소위 업계에서 잘나가는 회사를 다니던 중 창업에 뛰어들었다.

“창업으로 성공하겠다”는 열의로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2013년쯤 인터넷 서비스 기획자였던 우리(브레이브팝스컴퍼니 공동창업자)는 앞으로의 경력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회사 소유가 아닌 ‘우리의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들더라. 그때까지만 해도 회사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간단한 앱을 만들어 오픈해 볼 생각이었다. 얼마 가지 않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앱 서비스는 생산비용이 높지 않다. 반면 서비스 품질은 상향평준화돼 있는 상황이다. 취미생활로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기왕 시작할 거 평생 운영할 수 있는 앱 서비스를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교육 분야 경력이 없다고 들었다.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에듀테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창업을 준비할 당시만 해도 모두(공동창업자) 30대 중후반의 아빠들이었다. 만나기만 하면 아이들 이야기로 정신없었다. 관심사가 육아와 교육에 쏠려 있던 만큼 (사업) 아이템도 그쪽 방향으로 연결됐다. 돌이켜보면 순진하기 그지없었다.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서비스, 내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가 사용했으면 하는 앱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창업 준비 과정에서 교육 전문가 영입을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선 교육자가 요구하는 서비스와 앱과 웹에서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 사이의 괴리가 크더라. (브레이브팝스컴퍼니 창업) 멤버들은 서비스 기획 전문가들이다. 자영업자를 위한 서비스, 뮤직·북 서비스, 어린이 서비스, 만화 등 10~15년간 다양한 IT 서비스를 만들어왔다. 가게를 운영해본 적 없이도 자영업자 관련 서비스는 만들 수 있었다. 에듀테크 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간 쌓아온 노하우를 그대로 발휘할 수 있었다.

일단 시장조사를 진행했다. 거의 모든 산업영역이 레드오션이었다. 그나마 IT 서비스 침투가 가장 느린 곳이 교실이더라. 교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IT 서비스가 많지 않았다. 해외 시장은 상황이 달랐다. 특히 북미 시장에는 교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IT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다. 북미 시장 IT 트렌드가 국내 시장보다 2~3년 빠른 것을 고려했을 때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개인적인 취향과 전문성, 시장상황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보니 B2C 형태의 학급운영 플랫폼이 적합했다.

2013년 9월 티몬을 그만두고, 다섯 명이 개인용 컴퓨터(PC) 하나씩 들고 모여서 앱 개발에 돌입했다. 2개월간 작업을 통해 ‘클래스123’ 테스트 모델이 만들어졌다. 그걸 들고 생판 모르는 교사들을 찾아다니며 서비스를 소개하고 리뷰를 부탁했다. 겨울방학 직전까지 50~100명 정도의 교사들이 테스트에 참여해줬다. 거기에서 얻은 피드백을 기반으로 겨울방학 기간 동안 보강한 뒤 앱을 정식 론칭하게 됐다.

 

‘클래스123’은 누구나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부유한 사립학교 같은 일부 사용자를 겨냥한 유료 서비스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클래스123’을 구상할 때 두 가지 길이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 학교에 세일즈를 하고 특정 환경에 맞춘 서비스를 기획해 론칭과 동시에 수익을 내는 방법이다. 고사양의 커스텀마이징(고객 맞춤형) IT서비스가 되는 셈이다. 또 다른 방법은 B2C, 즉 개별 교사들에게 하나의 솔루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 경우 론칭을 해도 단기간에는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향후 높은 트래픽을 활용한 수익모델을 추가해야 된다고 예상했다. 대신 전자는 개발역량뿐 아니라 영업역량도 요구된다. B2C 모델이 우리가 잘하는 일이면서 하고 싶은 일이기도 했다.

대중화에 무게중심을 둔 만큼 대형 스크린, PC, 스마트폰, 광대역인터넷 같은 교실에 구비된 보편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도록 ‘클래스123’을 구성했다. 이 인프라는 도서산간 교실에도 마련돼 있다. 테드(TED), 유튜브 등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는 굉장히 많다. 반면 교사와 부모를 연결해주거나 학급 운영에 유용한 IT 서비스는 부족하더라. ‘클래스123’은 교실 구성원들의 소통과 동기부여를 도울 수 있도록 기획됐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올해는 연간 5억~10억원 매출로, 손익분기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수익모델을 처음 가동한 까닭에 사실상 매출이 미미했다. 지금까지는 여러 투자처와 각종 지원금으로 회사를 운영해왔다. 투자처 중에서는 공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지지하는 엔젤투자도 있었지만, 재무적 성과를 기대하는 일반적인 투자도 있었다. 광고나 제휴 콘텐츠를 통해 수익구조를 건전하게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더불어 ‘클래스123’ 초등교사가 학급을 운영할 때 보편적인 도구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구체적인 수치로는 매주 한 번 이상 ‘클래스123’에 들어오는 교사가 전체 초등교사 중 절반 이상이 되도록 하는 게 목표다. (브레이브팝스컴퍼니) 성장속도를 따져보면 빠르면 1~2년 사이 두 가지 계획 모두 실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