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회사가 더 오래 갑니다.”

이종재 코스리 대표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아직까지도 대다수 기업가들이 CSR은 단순히 비용을 들여 이미지 개선만 추구하는 활동 정도로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기업의 경제적 건강성과 더불어 윤리·사회적 건강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회와 기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며 관련 문제가 불거질 경우 경제적 타격을 야기한다고 경고했다. CSR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사회와 기업이 공존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는 이종재 대표를 만나 얘기를 나눠봤다.

기자에서 CSR 연구소 대표로 ‘운명적 변신’

이 대표는 서울경제와 한국일보, 동아일보 등 유수의 언론사에서 재직한 기자였다. 외부원고 집필도 많이 했다.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원고 집필에만 매진한 적도 있었다.

CSR의 개념을 어렴풋이 접한 것은 그가 한국일보 편집국장으로 일하던 2010년이었다. 당시에는 ‘동반성장’이 가장 큰 이슈였다고 한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와 식사를 하는데 그가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고 말했습니다. 역사적으로 혁명은 일자리가 없고 배고파서 일어났습니다. 실제 4.19혁명 당시 대학생 등 지식인들을 수용하지 못하는 사회였다는 점도 큰 원인이라는 학설도 있습니다.”

당시 이 교수는 기존 방식대로 가면 시장경제가 무너진다고 열변을 토했고, 이종재 대표는 언론으로 기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대기업 갑질, 횡포를 기사로 이슈화하기도 했지만 뿌리 깊게 내린 사회문제를 당장 근절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했다.

마침 2011년 CSR이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 전파되기 시작했다.

“해외에서의 CSR은 80년대 중후반 미국과 유럽에서 꽃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도 기업들의 인식은 ‘우리가 세금 잘 내고 고용 잘하고 경제 성장시켜서 그 임무 다하면 책임 다하는 거 아니냐?’였습니다. 부정적인 시각이었죠. 그동안 CSR에 많은 잘못이 있었다는 반성이 나오게 됩니다. 이는 CSR 2.0과 CSV로 발전하게 되는 계기가 됐죠.”

그는 CSR에 남은 인생의 평생을 바쳐야겠다는 생각에 ‘한국SR전략연구소’를 설립했다. 이 연구소가 코스리의 전신이다.

“정말 사회 양극화를 이대로 내버려둬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SR 관련 연구를 위해 공부도 다시 시작해대학원 박사 과정까지 마쳤습니다.”

“기업 경제적 건강과 윤리·사회적 건강 병행돼야”

코스리는 크게 네 가지 활동을 영위하고 있다. 우선 CSR사업의 확산과 효율화를 위한 컨퍼런스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한다. 취약한 우리나라의 CSR에 관련해 세계적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전파하고 국내 기업을 독려하기 위해 시상행사를 가진다.

또 주요 기업들의 사회공헌 사업을 분석하고, 어떤 방향으로 진행해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는 용역컨설팅을 한다. 아울러 CSR 관련 기업과 활동을 적극적으로 미디어에 노출하는 홍보활동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코스리의 가장 큰 목표가 CSR 관련 교육 제공이라고 설명했다.

“교육 크게 세 개의 그룹으로 이루어집니다. 미래포럼과 전문가그룹, 시니어그룹이 있습니다. 미래포럼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CSR 관련 대학동아리를 지원하고, CSR논문경진대회를 열고 있습니다. 전문가그룹은 각계각층에 몸담고 있는 학계와 사회단체 모임을 지원합니다. 시니어그룹은 시니어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CSR에 대한 강사 일자리를 제공합니다. 시니어들의 전문성을 활용함과 동시에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죠.”

특히 코스리는 최근 행정안전부로부터 자격증 발행기관으로 인증받았다. CSR 관련 국가 공인 자격증은 코스리가 유일하게 발행하고 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 대표는 CSR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기업이 오히려 오래 생존한다고 주장했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창출이지만 사회가치를 우선시하는 사회적 기업도 있습니다. 한쪽으로만 극단적으로 치우치면 앞으로는 더 이상 존립기반의 근거가 약해질 것입니다. 기업이 오래 지속된다는 것은 경제적 건강성과 윤리적 건강성이 함께 튼튼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일 이윤만 추구하고 윤리적 건강이 부족하게 되면 말 그대로 ‘한 번에 훅’ 가게 됩니다.”

그는 세 가지 건강성이 조화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건강성과 윤리적 건강성, 사회적 건강성이다.

“윤리·사회적 건강성은 경제와 대비되는 두 가지 가치입니다. 기업가들은 이들의 균형을 갖춰야 정말 장기적으로 갈 수 있습니다. 이익을 100 벌어 10을 사회를 위해 썼을 때 사회가 30 이득을 보는 게 일반적 사회공헌입니다. 하지만 10을 썼는데 사회에서 ‘정말 잘하더라!’라며 기업 이미지가 높아지거나 홍보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경제적 건강성도 함께 좋아지는게 CSR 개념인 것입니다. 실제 재무적으로도 사회공헌이 재무 이익을 훼손한 게 아니라는 연구도 많습니다.”

이 대표는 CSR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업과의 연계성과 임직원의 적극 참여, 지속성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로펌에서 사회공헌으로 연탄 나르기를 한다면 0점짜리 활동입니다. 업과의 연계성도 없고, 지속성도 없습니다. 임직원이 참여하기도 힘들죠. 반면 무료 법률상담을 한다면 100점짜리 사회공헌이 되죠. 업과의 연계도 되고, 임직원들도 잘 아는 분야인 만큼 적극 참여하죠.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큽니다.”

이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 환경 특성상 세 가지 분야에서 CSR을 추진한다면 성공률이 높다고 조언했다.

“교육·보육·다문화. 세 가지 분야에서 우리 기업과 연관된 게 없을까를 생각해야 합니다. 교육은 전 세계적 이슈입니다. 부모라면 나보다 자식 더 잘 살았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기 마련이죠. 우리나라에서는 보육 문제도 시급합니다. 애 낳아도 키우기 힘들기에 저출산이 오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다문화 가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문화적 융합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회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고려한다면 성공적인 CSR이 가능할 것 입니다.”